요즘 일잘러

김성한 쿠팡 프로덕트 오너

“칼 같은 로켓배송,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듭니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기업 내에서 ‘미니 CEO’로 불리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PO). 프로덕트 오너는 프로덕트의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개발, 출시,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혁신하며 최고의 프로덕트를 만드는 PO의 비즈니스 전략은 기업 운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일잘러’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김성한 PO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쿠팡에서 로켓배송과 물류 부문의 알고리즘 개발 및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담당하는 김성한 PO는 그동안 축적한 프로덕트 관리 노하우를 담은 책 《프로덕트 오너》를 펴냈다. PO가 뭐 하는 사람인지, 갖춰야 하는 자질이 무엇인지, 프로덕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코빗 사장을 지낸 김성한 PO는 2017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디지털 세상에는 다양한 프로덕트가 존재한다. 지구 반대편의 뮤지션이 방금 올린 영상을 침대에 누워 편하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이모티콘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카오톡, 공인인증서 없이도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는 토스, 전날 밤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아침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쿠팡 로켓배송. 이외에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우리가 앱이나 웹으로 자주 접하는 서비스는 모두 프로덕트다.

기획, 디자인, 개발, 출시, 분석, 운영까지 프로덕트와 관련된 모든 과정은 프로덕트 오너가 책임진다. 우리는 프로덕트 오너가 치열하게 고민해 만든 고객 친화형 프로덕트 속에서 편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끊임없이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해가며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 내리는 과정은 다른 여러 분야에 적용해도 효과적이다.


© coupang

미 MBA 출신은 실리콘밸리 PO를 꿈꾼다

김성한 PO에 따르면 프로덕트 오너라는 명칭은 애자일(Agile) 문화에서 비롯됐다. 애자일 문화는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민첩하고 유연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뜻한다. 최대한 빨리,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일의 방식으로, 권한을 팀원 개인에게 부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의 위계적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곳곳에서 애자일 구조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IT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프로덕트를 전담하는 PO를 찾는 비중이 늘고 있어요.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퍼드 MBA 학위 소지자들은 이제 월스트리트 보다 실리콘밸리 PO를 더 선망합니다. 프로덕트 오너는 프로덕트를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미니 CEO라고도 불리죠. 기업의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서비스를 만드는 여러 주체와 고객 사이에서 서로가 원하는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에서 발 빠르게 프로덕트 오너를 기용한 기업은 쿠팡이다. 2016년 쿠팡에 입사한 김성한 PO는 쿠팡에서 로켓배송에 사용되는 자동화 알고리즘과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상품이 판매자의 공장에서 출발해 물류센터로 입고되고, 또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적절하게 포장돼 허브를 거쳐 전국 각 지역으로 이동되고, 일명 ‘쿠팡맨(최종 배달자·현 쿠팡친구)’의 손을 거쳐 신속 배송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디지털이 가속화되면서 음식 주문, 배달, 장보기, 은행 업무 같은 일상의 영역도 다양한 프로덕트 덕분에 편리해지고 있다. 서비스는 하나지만 사용자의 유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 이 과정에서 PO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고객은 실제 물건을 구입한 이들뿐만 아니라 쿠팡맨과 물류센터, 판매자 모두를 포함해요. 내가 만든 프로덕트를 누가 사용하고 어떤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면서 그들의 필요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PO는 기업 내 문제 해결사

회사 안에서 PO는 문제 해결사 같은 존재다. 고객은 물론 부서의 어려움이나 경영진이 궁금해하는 사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PO가 모든 요청사항을 수용할 순 없다. 그래서 각 영역에 맞는 절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불편함이 생기면 PO는 쉽고 간단하게 개선해서 그 경험을 제공해야 해요. ‘고객의 요구와 회사의 목표가 같은 방향에 있는가’를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업적 관점과 경영진의 시각을 이해하고 있어야 우선순위를 정할 때 참조할 수 있죠. PO는 단순히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덕트 전체를 책임지는 사람이에요.”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을 믿지 말고 데이터를 신뢰하라”고 강조한다. 최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넓고 깊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뜯어보고 또 보며 데이터가 축적되는 방식까지도 검증해야 한다. 그는 “PO는 데이터의 신뢰도와 노이즈를 파악한 후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프로덕트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로덕트가 완벽할 수는 없어요. 고객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테스트를 아무리 많이 해도 모든 경우의 수를 검증할 수는 없죠. 그저 계속해서 개선할 뿐이에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원칙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 해결력이 중요

김성한 PO는 불도저로 통한다. 신속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몸은 힘들지만, 효율 면에서는 최고”라고 극찬한다. 그는 PO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로 ‘분석력’ ‘이해력’ ‘추진력’을 꼽는다.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깊게 파고들어 분석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야 합니다. PO를 양성할 때도 원칙을 주입시키기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고객이 어떤 가치를 원하는지 빠르게 알아내서 개발할 수 있도록 민첩하게 움직이는 추진력도 필요하고요.”

쿠팡과 코빗에서 일하며 PO 면접을 수없이 해온 그는 PO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창업을 해보면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 시간, 돈, 인력의 한정된 자원 안에서 빠르게 가치를 창출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돼요.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노하우도 익히게 되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목표에 대한 이해예요.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달성하려는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원까지 낭비하게 됩니다.”


창업 실패, 공황장애로 얻은 귀한 가치

1987년생인 김성한 PO의 프로필은 화려하다. 9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보딩스쿨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에 입학하고, 3년 만에 조기 졸업 자격을 얻었다. 대한민국 라크로스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았으며, 2006년 첫 창업을 경험했다. 이후 프랑스 그랑제꼴 파리정치학교 시앙스포(science po)에서 학부를 마치고, 영국 LSE와 북경대 복수 석사과정을 밟았다.

2012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6년 쿠팡에 입사한 그는 넥슨 지주회사 NXC가 당시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최고액으로 인수한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의 프로덕트 디렉터로 영입됐다가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다시 쿠팡에 돌아와 로켓배송과 물류 부문의 기술 개발 및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담당하는 PO가 됐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찬 프로필을 보면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첫 창업은 문서를 공유하고 편집해 작업할 수 있는 협업툴을 만드는 IT 기업이었어요. 개발자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프로젝트가 됐지만, PO로서 기업 경영의 이해를 높이는 자양분이 됐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목표를 이룰 때마다 “잘한다”를 연발했다. 하지만 칭찬은 앞만 향해 달리던 그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석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심각한 공황장애가 그를 덮쳤다.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인생의 쉼표, 잠시 쉬어가라는 몸의 신호였다.

“사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공황장애가 왔어요. 억누르고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무너진 거죠. 학업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는데, 결국 석사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주변에서 말하는 ‘잘한다’의 정의가 무엇인지, 또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결국 인생을 ‘온전하게 잘’ 사는 것은, 제가 목표한 바를 꾸준하게 이어나가고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어요.”

스물 여섯에 그는 성공과 실패 경험을 엮어 책 《쉼표》(2013)를 펴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릴 때,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격려가 담긴 자서전이다. 공황장애를 겪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식이요법으로 몸을 다스리고 매일 8km씩 달렸다. 또 명상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스리다 보니 불쑥불쑥 솟아나던 두려움도 사라졌다.

“휴머니즘이란 인간다운 가치를 최대치로 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면 그것이 나의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는 길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만들어낸 가치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면 좋겠어요.”

그는 요즘 자신을 향해 “무리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지금은 일로 달려야 하는 시기.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본질을 벗어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주문이다. PO로서, 일잘러로서 그가 다져온 삶의 길이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일잘러 PO가 되기 위한 세 가지 tip

1. 늘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고객에 대한 이해는 평소 생활습관에서 나온다. 식당이나 백화점을 갈 때도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은 누구이고, 무엇이 필요해서 왔는지, 왜 이곳을 찾았는지 등 5W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모든 상황에서 가치 선택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본인의 이득이 아닌 가치 창출에 의의를
창업하는 이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은 본인의 성공에 목적을 두는 것이다. 나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바라봐야 올바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문제 해결력에 있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3. 체력 관리가 기본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술과 담배, 카페인을 멀리해 건강을 지키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화한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내가 뭘 원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자.
  •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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