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
- 이적 ‘당연한 것들’


지난 6월 5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특별무대 보셨는지요. 가수 이적이 만든 코로나 위로곡을 바탕으로 연출한 영상을 보고 펑펑 울었다는 후기가 넘쳐 호기심에 찾아봤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참을 도리가 없더군요. 몇 번을 돌려보고 또 봐도 뭉근한 감동이 식지 않아 목울대가 내내 뜨거웠습니다.

마스크 없이 맘껏 웃고 떠들던 세상, 낯선 이들과 다닥다닥 붙어 있어도 경계심이 생기지 않던 세상, 반가운 사람과 악수로 온기를 나누고 힘껏 포옹하며 마음을 전했던 시간들…. 그런 세상이 다시 돌아온다면, 다시 돌아와만 준다면 찬란한 자유의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릴 텐데요.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언젠가 지나가겠지’라는 당연해 보이는 바람은 더 이상 당연한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시간이지요.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칼럼에 이렇게 썼습니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다.”

이번 달 《topclass》 스페셜 이슈에서는 코로나19가 앞당긴 ‘언택트(untact) 라이프’를 다뤘습니다. ▲ 세계 최초 로봇 카페 ‘스토랑트’ ▲ 국내 최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에어클래스’ ▲ 자세까지 잡아주는 인공지능 트레이너 ‘라이크핏’ ▲ 리모트워커를 위한 근태 관리 솔루션 ‘시프티’ 등을 만든 대표 인터뷰를 담고, ▲ 7개 키워드로 읽는 언택트 라이프 ▲ 대세 교육 플랫폼 열전 best 7 ▲ 언택트 라이프 24시간 체험기도 녹여봤습니다.

혹자는 코로나 쇼크로 인해 문명사적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생존 공식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고 야단입니다. 하지만 겁낼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크나큰 조류였습니다. 코로나19가 트리거(trigger,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이지요. ‘언택트 라이프’는 툴이자 도구이지, 삶의 방식이 아닙니다. 기술의 진화로 우리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도 일상을 누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편리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건 시대의 가치에 대한 고민입니다. 안전 감수성이 더해지면서 낯선 이와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물리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도 온기를 나누는 삶은 지속돼야 합니다. 디지털 없는 아날로그, 아날로그 없는 디지털은 디스토피아에 불과하지요. 차가운 비대면의 디지털과 따스한 대면의 아날로그의 공존, 즉 디지로그 가치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잡아주고 껴안아주는 당연했던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 당연해야 하니까요.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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