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라이프

김태영 큐리어슬리 대표

취미와 재능을 사고파는 시대, ‘에어클래스’로 언택트 교육 선도

글 : 차지현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코로나19 이후의 학교는 이제껏 보지 못한 모습이다. 운동장엔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사라졌고, 대학 캠퍼스도 활기를 잃었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차에 탄 채로 진행하는 ‘드라이브인’ 입학식을 열기도 했다. 학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지만, 교육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등교 대신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교육에도 언택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속화된 언택트 교육 시대에 더욱 활기를 띠는 업체가 있다. 2013년부터 온라인 교육 시장에 뛰어들어 내실을 다져온 큐리어슬리의 에어클래스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에어클래스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태영 대표는 겸손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저희는 잘 모릅니다. 다만 장터를 열어드릴 뿐입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의 수요를 파악한 분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업을 시작하세요.”

에어클래스는 동영상 교육 콘텐츠를 판매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다. 토익 스타 강사 유수연, 베스트셀러 작가 조승연, 개그맨 권재관 등 유명 스타 강사부터 강의를 처음 진행하는 초보 강사까지 누구나 동영상 강의를 판매하는 ‘마스터(master)’가 될 수 있다.

동영상 강의를 위해 웹페이지를 따로 개설할 필요 없이, 클릭 몇 번만으로도 클래스를 개설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컴퓨터, 어학, 자격증, 여행, 육아, 패션 등 분야도 제한이 없다. 기존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다른 에어클래스만의 차별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각자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수요가 많은 강좌가 살아남는 온라인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김 대표는 에어클래스 서비스 철학에 대해 “콘텐츠 기획자로서 사업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000여 개 사업자 참여, 동영상 15만 편 탑재

에어클래스는 현재 2000여 개의 사업자가 참여하고,약 15만 편의 유료 동영상을 보유한 국내 최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강의가 많은 만큼 수강생이 직접 검색해서 원하는 강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에어클래스의 역할은 소비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정 콘텐츠를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고 비교하기 편하도록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디자인에서도 특정 강의를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통일감과 조화를 중시한다. 영상의 퀄리티, 내용의 충실성, 가격의 적절성, 수강생 후기 등을 고려해 좋은 콘텐츠는 자동적으로 노출이 잘되도록 설정한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행동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이메일링을 하기도 한다. 가령 엑셀 강의와 와인 강의를 듣는 수강생에게 비즈니스 관련 강의를 추천하는 식이다.

요즘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취미나 재능을 판매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처음 에어클래스를 출시할 때만 해도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많지 않았다. 메가스터디나 이투스 같은 대형 교육 포털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했다.

“교육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소수의 기획자가 강의를 만드는 공급자 위주의 온라인 교육 시장이 이러한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습니다.”


외국어 콘텐츠 줄고, 취미 콘텐츠는 늘고


김 대표는 5년가량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어도 세상에 내보낼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며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강사보다 자신이 더 잘 가르칠 수 있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쉽게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또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생각대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표한 ‘이러닝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강의 분야는 외국어(39.5%)와 자격증(20.7%)에 집중돼 있었다. 초·중·고 교과과정(33.1%)까지 합하면 93%에 달한다. 외국어, 자격증, 교과과정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온라인 강의 수요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온라인 강의 목록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 이용 분야에서 외국어(20.3%)와 자격증(15.8%), 초·중·고 교과과정(10.8%)을 합쳐도 50%가 채 되지 않는다. 대신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정보기술, 취미교양, 유아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수요가 증가했다.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계발하고, 재능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원하는 수요가 온라인 교육 시장에도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에어클래스에서도 드론, 인공지능, 3D 프린팅, 주택관리사자격증 같은 새로운 분야의 강의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라인 강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각종 시험이 연기되고 유학이나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자격증, 어학 수요가 줄고, 취미나 취업 관련 콘텐츠 수요는 증가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업 시장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형 현장 강의나 단체 교육을 진행하던 기관에서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편리함과 필요성을 맛본 온라인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사업자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언택트 교육 트렌트는 에어클래스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 플랫폼에 똑같이 찾아온 기회”라고 말한다. 누가 됐든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시장 수요에 따른 베트남 진출

시장의 흐름에 맞춰 에어클래스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준비 중인 주요 서비스로 스트리밍과 커머스 시장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실시간 교육이 중요해진 만큼 실시간 소통을 늘릴 계획이다. 또 강사가 추천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는데, 그 첫 시작이 베트남이다. 에어클래스에 베트남어로 된 강의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 베트남인이 강의하는 한국어 기초 및 한국어능력시험(TOPIK) 영상, 한국에 유학이나 이민을 오는 데 필요한 비즈니스 문화 예절을 가르치는 강의들이 하나둘씩 올라온 것이다. 이러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도 베트남 진출의 이유가 됐다. 현재 에어클래스는 베트남에 테스트 앱을 출시한 단계로,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에어클래스의 모토는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다. 어떠한 배움이든 에어클래스에서 처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김태영 대표의 바람이다. 온라인으로 수영을 다 배울 수는 없어도 시작은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외국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하면 포털에서 먼저 검색하잖아요. 어떤 배움을 시작하려고 할 때 에어클래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게 꿈입니다.”
  • 2020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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