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비어리즘(beerism)

‘가장 보통의 술’ 맥주. 누군가에겐 일상이고, 또 누군가에겐 쉼표이며, 다른 누군가에겐 다정한 위로가 되는 술. ‘나에게 맥주란?’을 묻고, 문장을 모으며, 맥주란 녀석에게 감사하게 되더군요. 인류가 만든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의 술 맥주는, 그렇습니다. 적당한 취기를 만들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감을 풀어헤치고, 탄탄하게 조인 하루의 고삐를 한 꺼풀 풀어놓게 하고, 톡 쏘는 탄산의 청량감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기특한 힘을 지녔습니다.

맥주의 미덕은 중용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나 과함이 없는 ‘중도의 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당히 탁하고, 적당히 취기를 갖게 하며, 적당히 저렴합니다. 맑고 투명한 소주보단 탁하되 그 속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정통주보다 맑고, 독주(毒酒)가 아니어서 웬만해선 만취 상태를 만들지 않으며, 소주나 막걸리보다 비싸되 위스키나 와인, 코냑이나 사케보다 저렴합니다.

그런가 하면 맥주는 ‘천의 얼굴의 술’이기도 합니다. 자기를 고집하지 않아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과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케미 요정’ 같다고 할까요. 가벼운 식전주로도 좋고, 근사한 요리의 맛을 돋워주는 주류로도 손색없습니다. 1차 중국집이든, 2차 치킨집이든 무리 없이 어울리며, 맥주 단독 주인공으로도 근사합니다. 홈맥, 혼술, 즉 집에서 혼자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감상할 때 맥주 한 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지 않나요.

또 맥주는 ‘축제의 술’이기도 합니다. 술에도 표정이 있어서 소주에는 슬픔이, 맥주에는 기쁨이 묻어납니다. 그래서인지 축제에는 맥주가 빠지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맥주 페스티벌도 상당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표적인 맥주 축제 몇 개만 꼽아볼까요. 신촌맥주축제, 용산 그레이트 코리안 비어 페스티벌, 송도맥주축제, 가평수제맥주축제, 전주가맥축제, 속초수제맥주축제, 강릉 경포비치비어페스티벌, 부산 센텀맥주축제, 경기도 오산의 야맥축제, 남해 독일마을맥주축제 등.

이번 달 《topclass》 스페셜 이슈에서는 ‘수제 맥주 전성시대’를 다뤘습니다. ▲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을 선도하는 ‘카브루’ 박정진 진주햄 대표 ▲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 김정하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 대표 ▲ 캡슐 비어를 개발한 강태일 인더케그 대표 등을 만나 수제 맥주 시장의 전망을 들어보고 ▲ 유미마트,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서울집시 등 맥덕들의 놀이터도 소개했습니다.

여름입니다. 맥주의 계절이네요. 올여름 맥주는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올해 초부터 주세 부과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고, 지난 5월 19일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시장 잠재력에 비해 다소 성장 속도가 더뎠던 수제 맥주 시장이 날개를 달게 됐습니다. 수제 맥주는 취향 세분화 시대의 바로미터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나만의 취향 맥주를 찾고, 그 맥주로 일상의 작은 위로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 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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