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의 속 깊은 인터뷰

《명리심리학》 낸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

불안의 시대, 내 삶의 지도를 찾아서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제공 : 양창순 

“현대인은 정신적인 자가면역 질환을 겪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자학을 하죠. SNS 시대에는 나 빼놓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쉬워요.”

우연히 보게 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일명 세바시)에서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의 강연에 마음이 확 열렸다. 신체뿐 아니라 마음에도 자가면역 질환이 있을 수 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한 마음의 개안(開眼)이었다. 그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담백하게 산다는 건 마음 에너지 통장을 만드는 거예요. 돈도 필요하지만, 지혜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돈 낭비, 시간 낭비에는 신경 쓰면서 마음 에너지 낭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요. 마음 에너지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힐링과 위로가 과다 복용되는 시대, 그의 위로는 결이 달랐다. 오래 공부하고 사색하고 다양한 인간군의 희로애락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깊이의 위로였다. 통찰력이 있되 으스대지 않고, 임상의 경험치가 넓되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았다. 마음공부를 깊고도 넓게 해온 이의 위무는 뭉근하되 공명이 깊었다.

양창순 박사(마인드앤컴퍼니 대표). 30년 가까이 임상에서 수천 명의 환자를 만나온 1.5세대 정신과 전문의의 대표주자다. 그가 대중을 위해 쓴 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인간관계 심리학의 바이블로 불리며 50만 부 넘게 팔렸다. 출간 9년째임에도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그가 최근 정신의학계를 들썩이게 할 책을 내놓았다. 서양의 정신의학과 동양의 명리학을 아우른 《명리심리학》. 정통 학계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명리학을 학문의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신의학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양창순 박사는 명리학을 ‘동양의 성격학’으로 규정한다. 심리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명리학이 보완해준다는 설명이다.

이 책에 열광하는 건 오히려 젊은 세대다. 취업이 힘들고 연애가 힘들고 결혼이 힘들어 마음 둘 곳 없는 2030세대는 점집을 찾는다. ‘헤어진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를 유튜브 사주에 묻고, ‘이직을 할까요, 말까요’를 타로카드 맛집에 묻는 식이다. 이런 시류를 타고 타로카드, 유튜브 점집에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셀럽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점집을 많이 찾는다지요.

“특이한 현상이에요. 젊은 층이 오히려 더 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과거엔 점을 보고 와도 쉬쉬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점을 보는 것에도, 보고 와서 이야기하는 데도 스스럼이 없어요. 한 친구는 자신에게 세 명의 카운슬러가 있다고 합디다. 연애 담당, 재테크 담당, 이직 담당 전문 점집이 따로 있다고 해서 웃었어요.”


이유가 뭘까요.

“모든 세대가 불안하긴 하지만, 취업이 힘들고 미래가 불안정한 젊은 층이 불안감이 더 높으니까요. 또 언택트(untact) 시대에는 전화나 유튜브를 활용해 명리학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젊은 층과 가까워지기 더 쉽죠.”


정신의학과 명리학의 만남이라.
책을 낸 후 정신의학계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 공부를 워낙 오래해서 주위 분들은 다 알고 있었어요. 멘토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한국의 정신과 의사 중 한 명은 했으면 했는데 제가 이 공부를 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정신분석치료를 하려면 명리학 공부가 도움 되는 면이 있다고 보신 거죠. 성균관대학에서 주역의 리더십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도 심사위원들이 흥미 있게 봐줬어요. 물론 정신과 의사가 비과학적인 것을 다룬다면서 멀리 나갔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요. 항상 작용과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명리학 공부를 얼마나 했나요?

“15~20년 정도요. 성대 박사학위 논문을 2010년에 발표했고, 명리학과 정신의학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2015년에 발표했어요.(〈서양의 성격분석방법과 동양의 사주이론과의 연관성(Relations between Eastern Four Pillars Theory and Western Measures of Personality Traits)〉이라는 영문 논문을 임상 심리학자와 공저로 SCI 등재 논문집에 발표) 이 책은 그로부터 5년 후인 2020년에 나왔죠. 조심스런 분야라 충분히 준비해야 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소크라테스도 그랬잖아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요. 공부는 끝이 없어요.”


어떤 공부가 더 남았지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해요. 이제까지의 책들은 명리학 이론을 나열했지, 왜 이런 이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설득하려면 확실한 근거를 찾는 작업을 더 해야 합니다.”


명리심리학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라는 말씀인지.

“네.(웃음) 명리학과 정신의학을 접목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요청이 계속 와서 소규모 강의를 하려다 용기를 더 냈어요. 이 책에서는 명리학의 복잡한 이론을 다 빼고, 모든 학문은 한 시점에서 만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동양의 명리학을 비과학적이거나 미신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명리학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를 보여주고 싶었죠. 다음 책에서는 심층적인 것까지 다루려 해요.”


서양 학자들로부터 함께 연구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진행 중인 연구가 있는지요.


“제 단점이요, 기질적으로 생각은 많은데 행동이 좀 느려요. 서양 학자들과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전에 짚어둬야 할 지점들이 있어요. 첫째, 명리학에서 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할 때 굉장히 많은 분석요소가 있는데 이 통계처리를 어떻게 할지, 둘째, 동양학문은 서양학문과 달라서 직관을 활용하는데 동양학문이 맞다는 것을 서양의 통계학으로 굳이 입증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문제, 셋째,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시(時)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문제죠. 이 문제들에 대해 명료한 답을 먼저 가져야 해요.”


안 그래도 궁금했어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시는 어떻게 봅니까?


“북반구는 기의 흐름이 같기 때문에 미국 현지 시간으로 보면 돼요.”


처음 명리학을 공부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임상에서 만난 30대 여성이 있었어요. 유명 점집을 찾아갔는데 자신이 2년 후에 죽을 거라고 했다더군요.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신의학적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환자의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았어요. 강력한 항불안제를 복용해도 나아지지 않았죠. 이후에도 비슷한 환자들이 적지 않았어요. 무조건 믿지 말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런 근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아야 어디가 잘못됐는지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담자에게는 명리학을 어느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접목하나요?

“조심스런 부분이에요. 자기 세계에 몰입돼서 고집이 센 분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다음 단계가 이뤄지죠. 사실 우리는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몰라요. 어느 심리학자가 문제를 냈어요. ‘한 방에 두 명이 있으면 실제로 몇 명이 있는 걸까요?’ 하는. 맞혀보시겠어요?”


글쎄요.(웃음)

“심리학적으로는 여섯 명이 있다는 거죠. 내가 보는 나, 상대가 보는 나, 진짜 나. 명리학과 정신의학은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내가 보는 나와 상대가 보는 나는 다르잖아요. 상대가 보는 나조차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치료가 됩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말하면 딱딱한 콘크리트처럼 잘 안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명리학적으로 설명하면 굉장히 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심리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당신을 설명하는 오행은 작은 나무예요. 본인은 부드럽다고 생각하지만, 시골집에 보면 작은 나무를 여러 개 묶으면 웬만한 톱질로도 잘리지 않죠. 그런 상태라서 남들이 당신한테 접근하기 힘들고, 당신도 세상에 접근하기 힘들어하지 않나요’ 하고 물으면, 끄덕도 안 하던 환자가 ‘네, 맞아요’ 해요. 또 사업이 잘 안돼서 죽고 싶다는 분이 있었어요. 이 경우 아무리 자유의지를 갖고 심상을 바꾸라고 해도 잘 안 되죠. 그럴 때 명리학적인 풀이로 ‘1~2년만 고생하면 좋아질 거예요. 운의 흐름이 그래요’ 하면 목표가 정해지니 불안감이 한결 사라져요.”



책에서 ‘자유의지’에 대해 여러 번 언급했지요.
어차피 사주팔자가 정해져 있다면 자유의지의 역할은 뭔가요.


“명리학은 결정론이 아니에요. 찻잔으로 태어날지, 거울로 태어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찻잔으로 태어난 이상 어떤 찻잔이 될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찻잔으로 태어났는데 계속 거울이 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싫어할 수밖에 없어요. 나를 함부로 대하다 보면 찻잔이 더러워지거나 깨지겠지만, 찻잔으로 태어난 걸 받아들이면서 갈고닦는다면 누가 봐도 예쁜 찻잔이 될 수 있어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자유의지죠. 자유의지란 내가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어떤 해결방법을 쓸 것인가, 하는 거예요. 가령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세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째, 나는 쓸모가 없다고 여기면서 우울증에 걸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든가, 둘째,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분노하든가, 셋째,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거죠.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내 마음이에요. 자유의지란 다시 말해 내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에요.”


운명과 자유의지의 관계는요.

“의미치료 개념을 만든 빅터 프랭클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멋진 비유를 했어요. 강물에 조약돌이 떠내려가면 조약돌은 자기가 떠내려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강물의 흐름에 의해 떠밀려 가는 거라고요. 조약돌과 인간의 다른 점이 이 지점에서 생겨요. 인간은 조약돌과 달리 선택할 수 있어요. 그저 떠내려갈지, 강물을 헤엄쳐 육지로 갈지, 아니면 섬을 적극적으로 발견할지, 선택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는 거죠. 자유의지는 성격과 연관되기 때문에 ‘성격이 곧 운명’이라고 합니다. 자유의지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거죠. 실제로 약하게 태어나도 운동해서 건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동창회에 가보면 어렸을 땐 약했는데 운동해서 건강해진 경우도 있고, 반대로 건강했는데 술 마시고 피폐해져서 약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공부 잘하는 팔자도 타고났다고 했는데, 노력하는 능력도 타고난 걸까요.

“어디까지나 틀은 있어요. 마음의 의지, 즉 심상은 타고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목표와 의미가 분명하면 누구나 열심히 하게 됩니다. 여행을 생각해보세요. 회사에 갈 땐 아침에 일어나기 싫지만, 여행 갈 땐 눈이 일찍 떠지잖아요. 의지력도 신체의 근력처럼 키워나가는 거예요. 중요한 건 습관으로 만드는 거죠. 사람은 기본적으로 편한 걸 찾게 돼 있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건, 물을 거스르는 것처럼 우리 본성을 거스르는 것과 같아요. 몸의 근육량을 늘려가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량을 늘려가는 것이고요.”


운명도 바뀐다는 말인가요?

“그럼요. 명리학이나 정신의학의 메시지는 같아요.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인 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는 거죠. 세상에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양자역학에서도 비슷하게 보죠. 세상에는 고체가 없다, 고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나누고 나누면 빈 공간이라고요. 우리 몸의 70%는 비어 있고, 그 빈 공간은 동양에서 말하는 기(氣)로 채워져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동으로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어요.

“물리학과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들을 사두고 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중 프리초프 카프라가 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을 특히 재밌게 읽었어요. 오행과 양자역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죠. 우리가 고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누고 나누면 원자, 전자, 중성자, 쿼크로 이뤄져 있고, 더 나누면 결국 파동이라는 얘기예요. 그래서 ‘같은 주파수를 가진 파동끼리 서로 공명한다’는 거죠.”


명리학을 오래 공부하면서 삶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요.

“담담해졌어요.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있어도 ‘아, 저 사람과 나는 기가 안 맞는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죠. 트러블이 있어도 계속 가는 사람이 있고, 어느 시점에서 관계가 끝나는 사람이 있잖아요. 오행학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이에요. 또 명리학을 하면서 제 삶에서 부족한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 사주팔자 여덟 개로 이뤄져 있고, 그 글자를 따져보면 누구에게나 결핍이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또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걸 받아들이면서 내가 나를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알게 되고, 언젠가 결국 생이 다한다는 것도 인정하게 돼요. 수용이죠. 생명체라는 건, 생명체의 신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 조심하게 돼요. 예전 제가 레지던트 시절 선생님들이 왜 약물 하나, 용량 하나를 선택하는 데 그토록 주저했는지도 알게 되고요. 접근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명리학은 해석학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 여덟 글자를 해독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전혀 다른 톤의 해석이 나오니까요.
명리학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서양의 정신의학은 데이터 분석이기 때문에 누가 진단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요. 심리도구도 다 수치화돼 있고요. 하지만 명리학은 직관이고 그림 보듯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깊이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명리학뿐 아니라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 같아요. 셰프나 바리스타도 그렇고요. 같은 커피 원두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듯 정신과 의사도 얼마나 깊이 보느냐에 따라 환자의 다른 면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해 자만심을 버리는 거예요.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세상에는 사이비 명리학자가 판을 칩니다.

“모든 학문의 최종 목표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방안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거예요. 혹세무민으로 상대를 협박하거나 불안하게 하고, ‘내 말이 다 맞아’ 하는 식의 단정적인 자세는 위험합니다. ‘2년 후에 죽는다’는 얘기를 어떻게 단정적으로 할 수 있겠어요?”


박사님이라면 ‘2년 후에 죽는다’는 환자의 괘를 어떻게 읽어내겠어요?

“살(殺)은 명리학에서는 입증되지 않았어요. 명리학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은 오행과 생극 관계만 봅니다.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영업적으로 그런 것(살)을 쓰지만, 이론적 근거는 없어요. 그 환자의 경우 일간이 약하면서 2년 후에 자기를 극하는 글자가 강하게 들어오거나 했을 텐데, 만약 운의 흐름이 안 좋더라도 늘 해결방법은 있어요. 욕심을 다스리든지 학문의 힘을 빌리든지 하라는 얘기를 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면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은 이것 때문에 그렇게 얘기했지만, 당신이 가진 이걸 못 봤다’는 식으로도 얘기해줍니다.”


실제로는 어떻던가요.
그런 사주를 가진 사람의 삶이.


“사주는 어디까지나 확률이고 피상적인 것이에요. 제 주위 사람들을 봐도 운의 흐름이 안 좋은데도 잘 넘어가기도 하고, 잘 넘어갈 것 같은데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어요.”


문제를 잘 일으키는 사람의 특성이 있나요?

“불안 강도가 높은 사람들이죠. 문제가 생겼을 때 좌불안석이다 보니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박사님 책과 더불어 운명학을 다룬 《더 해빙》도 화제입니다.
우연일까요, 시대의 흐름과 관련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잖아요. 인간은 외부 세계에 어쩔 수 없이 연약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현실과 관계있지 않을까요? 인간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 같아요. 인간이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애니씽(anything)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무리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발달해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낫씽(nothing)이기도 하니까요. 생존과 존재의 불안감의 시대 같아요.”


양창순 박사는 인터뷰 도중 ‘우리가’라는 말을 스무 번도 넘게 썼다. ‘우리’라는 개념은 함의일 테다. 그가 말한 ‘우리’는 작게는 인터뷰를 주고받는 그와 기자를 의미하지만, 크게는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작은 등불 하나를 켜놓고 미지의 세계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가련한 존재들까지 품고 있다. 그는 이 책 《명리심리학》의 에필로그 ‘내 삶의 지도를 찾아서’에서 이렇게 썼다.

“이 세상에는 66억 명의 사람이 있고 광활한 우주에는 수많은 별이 있지만, 나는 온전히 나로 태어나서 온전히 나로 사라진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현재 이 시점에서 시작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삶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심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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