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 스윗!’ 성훈의 반전매력

글 : 선수현 기자  / 사진제공 : 강철필름 

성훈을 만나기로 한 카페. 주차장으로 들어선 흰색 승합차량 안에서 낯익은 강아지 한 마리가 보였다.
성훈의 반려견 ‘양희’였다. 양희는 눈이 마주치자 으르렁대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건강한 모습이었다.
“오늘 같이 왔어요. 스케줄이 있으면 현장에 종종 데려와요. 저 아니면 누가 돌보나 싶어서요.
요즘 양희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성격도 처음엔 내숭을 떤 거더라고요. 낯선 사람을 보면 으르렁대고 까칠해요. 강아지 성격이 주인 닮는다는데, 까칠한 게 꼭 저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양희는 성훈이 입양한 반려견이다. 지난해 성훈은 홍역에 감염되어 죽음의 문턱을 오가던 양희의 사연을 듣고 임시보호에 나섰다. 임시보호 기간이 끝난 뒤에도 양희가 계속 눈에 밟혀 결국 가족이 되어주기로 했다.

성훈은 양희를 정성을 다해 돌봤다. 모든 일상에서 양희가 우선이 됐다. 목욕 후 털을 말릴 때는 자신의 목에 드라이어를 갖다대 온도를 확인하고, 줄과 막힌 공간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 양희가 이를 잘 극복하도록 천천히 접근했다. 집 밖에서는 땅에 발 딛길 두려워하는 양희를 곁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 혼자 산다〉에 함께 출연 중인 한혜연은 “아우~ 스윗해!”를 연발했다. 또 “여자친구가 생기면 굉장히 스윗할 것 같다”며 “반려견한테 하는 것만 봐도 알겠다”고 말했다.

양희는 아직 홍역 후유증으로 인한 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성훈의 스윗한 사랑에 힘입어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성훈은 “양희가 에너지가 넘치는데 엄청 먹고 뛰어다녀 제가 힘들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했다.


© 성훈 인스타그램
표현이 서툴 뿐, 세심한 배려가 뚝뚝

성훈은 스스로를 까칠하다고 하지만 표현이 서툴 뿐,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양희를 혼자 두지 않으려고 인터뷰 장소에 데려온 것만 봐도 그렇다. 박나래와 열애설이 불거진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박나래의 드레스를 잡아주고 수상 후 함께 포옹을 나눈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츤데레’ 같은 매력에서 대중은 남자친구 이미지를 떠올렸다. 박나래를 향한 배려에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가며 대리만족 심리도 작용했다.

“나래한테 미안해요. 나래가 자신은 희극인이라 괜찮다고 했지만 괜히 피해 주는 기분이 들어요. 대중이 제게 ‘남친’ 이미지를 원하는 건 알고 있는데, 가식적인 건 성격에 안 맞아 못할 거 같아요.”

성훈은 의리를 지키는 모습에서도 진정성이 엿보인다. 성훈의 소속사 김규식 대표는 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선배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훈의 주가가 한창 뛰어오를 때 다수의 기획사로부터 러브콜이 있었지만, 성훈은 김 대표와의 의리를 10년째 지켜오고 있다. 서로를 향한 묵묵한 믿음은 거친 연예계 생활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예전에는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순수한 시절에는 뒷말이 들려도 ‘그 사람이 설마 그랬겠어?’라고 믿곤 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제 주변에 남을 사람만 남은 거 같아요. 그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내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얘기는 굳이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로 ‘미친놈’ 소리 듣고 싶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성훈. 2011년 드라마 〈신기생뎐〉으로 데뷔한 그는 〈신의〉 〈가족의 탄생〉 〈아이가 다섯〉 등에서 얼굴을 알렸다. 대중에게 성훈의 존재를 각인한 건 예능 〈정글의 법칙〉을 통해서다.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사바 편에 출연하며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인간미를 마음껏 뽐냈던 그는 이어 〈나 혼자 산다〉에서 솔직한 일상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성훈은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 ‘츤데레’ 카페 오너 승재 역할을 맡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대를 배려해주는 모습이 현실의 그와 참 닮았다.

그동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로서는 스스로를 평가할 때 부족한 기질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아 고민이 많다. 운동을 그만두고부터는 불면증도 찾아왔다. 특히 연기에 대한 갈증은 그를 더욱 괴롭힌다. 성훈은 “이제 터뜨릴 때가 됐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으로 연기를 쏟아내고 싶은 욕심도 크다.

“저랑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은 아실 거예요. 생각이 많아 잠을 잘 못 자요. 특히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연기로 ‘미친놈’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어요. 꽤 오랫동안 칼을 갈아왔어요. 이제 10년 차가 됐으니 더 핑계 댈 곳도, 숨을 곳도 없어요. 정면으로 부딪쳐서 책임져야 하는 시점이죠.”

부쩍 마음이 답답할 때면 성훈은 별을 보러 간다. 그가 위로받는 순간이다. 최근에는 가평 천문대, 강릉 안반데기에 다녀왔는데 별을 볼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건이 된다면 〈정글의 법칙〉을 촬영했던 뉴질랜드도 다시 찾고 싶다. 지금까지도 사진처럼 가슴속에 남아 있는 뉴질랜드의 은하수가 잊히지 않는다.

“종국에 큰 꿈은 편안해지는 거예요. 현실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한 살 한 살 나이 먹을수록 어릴 적 욕심들이 크게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배우로서 거창한 목표를 잡고 있다고 해도 다 이룰 수는 없잖아요.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연애도 소박한 데이트를 추구하게 됐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외형도 외형이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나를 이해해주는 상대가 좋다”고 했다. 취향만 맞다면 집에서 연인과 게임하며 소소하게 보내고 싶다고.

다부진 체형에 날카로운 외모를 가진 성훈의 속은 지극히 서정적이고 따뜻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깊이 밴 그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양희를 보면 알 수 있다.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던, 몸과 마음이 아프던 양희가 같은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활기를 되찾은 걸 보면.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성훈은 양희에게 달려갔다. 양희는 연신 꼬리를 흔들어댔다.
  • 2020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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