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세컨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로 마음을 훔친 데뷔 10년 차 밴드

글·사진 : 서경리 기자

햇살이 쏟아지는 강가.
윤세리(손예진)는 남한으로 돌아가기 전, 5중대 대원들과 함께 마지막 소풍을 떠난다.
떠나야 하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들.
순간일 수도, 영원일 수도 있는 이별을 앞둔 이들 사이에 아련한 곡조가 흘러나온다.

“너와 마주 앉아 입맞춰 부르던 노랫소릴 기억할까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 ‘그리움의 언덕’ 中
밴드 에이프릴 세컨드의 박상현, 문우건, 김경희, 문대광(왼쪽부터).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시청자들은 쉬이 세리와 정혁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유튜브에 떠도는 편집된 장면들과 잔향으로 남은 삽입곡(OST)이 아닐까. 연일 상위권 차트에 OST가 머물러 있는 게 그 방증일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각 장면을 채워준 OST도 덩달아 인기다. 10년 차 밴드 에이프릴 세컨드는 〈사랑의 불시착〉 OST에 이례적으로 세 곡의 음원에 참여했다. 뭉클한 장면에 주로 삽입돼 ‘가장 사랑의 불시착다운 OST’로 손꼽히는 ‘그리움의 언덕’과 타이틀 ‘시그리스빌’ 등이다.

에이프릴 세컨드는 드라마 OST와 함께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밴드다. tvN 〈도깨비〉, SBS 〈질투의 화신〉,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등 화제의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OST 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에이프릴 세컨드의 멤버, 김경희(보컬), 문대광(기타), 문우건(베이스)과 마주 앉았다. 이날은 1년여 전 합류한 객원 드러머 박상현도 함께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3년 만이다. 는 2017년 4월 〈도깨비〉 OST로 화제몰이를 하던 이들을 인터뷰한 바 있다.


OST가 또 대박이 터졌어요.

“그러게요. 운도 따라주는 것 같고, 무엇보다 보컬뿐 아니라 밴드가 함께 작업한 곡이 잘되니 기분 좋아요. 힘들게 작업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랄까요. 사실 그동안 여덟 편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거든요. 대박 안 난 곡이 더 많아요. 하하.”(김경희)


특히 ‘그리움의 언덕’이 화제였지요.
잊었던 고향의 기억, 어릴 적 친구와 뛰어놀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대본과 영상을 보고 음악을 만드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여럿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 특히 북한 군인들의 우정에 어울리는 노래를 요청받았어요. 가사를 두고 오래 고민했죠. ‘그리워할까요’ ‘기억할까요’ 가사처럼 아련한 그리움을 담아냈어요. ‘그리움의 언덕’이라는 제목도 그래서 짓게 됐고요. 우정이나 동포애, 사랑 등 사람의 다양한 감정에 어울리는 곡입니다.”(김경희)


‘그리움의 언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소풍’ 신이죠. 세리와 5중대 대원들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함께 떠난 소풍이었어요. 노래가 물놀이하는 장면에 착 붙어서 제목을 ‘소풍’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어요. 곡이 슬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아련하고 따뜻하게 기억되는 순간의 감정을 들려주고 싶었어요.”(김경희)


오프닝 타이틀곡인 ‘시그리스빌’은 김경희 씨 혼자 참여한 곡이죠.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온 ‘And I’m Here’이 떠올랐어요.
그때도 경희 씨의 중성적인 보이스가 곡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이 곡은 광고 앞에 붙는 타이틀곡이에요.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죠. 원래는 가사가 없는 곡이었는데 나중에 목소리를 얹었어요. 그래서 풀버전은 전혀 다르게 들려요. 중간에 스위스 배경에서 쓰일 BGM으로 만든 곡을 연결했더니 한 곡처럼 어울렸죠.”(김경희)



에이프릴 세컨드는 문대광, 김경희, 문우건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전신은 고교 동창인 문대광과 신재영이 2008년에 결성한 ‘블루스타’. 보컬로 김경희를 영입해 밴드로 활동하던 중 베이스를 맡은 문우건이 들어오며 지금의 멤버가 됐다. 2010년 미니앨범 〈시부야 34℃〉로 데뷔해 2014년 첫 정규 앨범 〈플라스틱 하트〉를 냈고, 2016년 2집 〈슈퍼 섹시 파티 드레스〉, 2019년 EP 앨범 〈컬러스〉를 발표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에 선정되며 주목받았고, ‘KT&G 밴드디스커버리’에서 우수상, 홍대 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벌써 10주년입니다.
장수 밴드로 자리 잡은 힘은?


“멤버들의 각기 다른 성격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돌아가요. 경희 형(보컬)은 예민하고, 대광이 형(기타)은 음을 섬세하게 잘 잡아주죠. 저(베이스)는 느글느글한 편이에요. 작업할 때도 멤버들의 의견에 ‘좋다’ 한마디가 끝이죠. 두 사람이 음악적인 부분에서 부드러움과 강함을 담당한다면 저는 그 사이를 흐르는 윤활유 같은 존재죠. 하도 오래 봐서 가족 같기도 하고요.”(문우건)


10년 사이 음악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늘 할 수 있는 것을 해왔으니까요. 의도해서 변화를 준 적은 없어요. 소소하게 바뀐 건 있죠. 나이 듦이 의도한 게 아니듯, 시간의 흐름에서 우리도, 음악도 함께 농익는 것 같아요.”(문대광)


1집은 원년 멤버 본연의 느낌이 가장 살아 있는 앨범이죠. 지난해 나온 EP 앨범 〈컬러스〉는 멤버들 각자의 색이 묻어나는 다섯 곡으로 이뤄져 있고요. 멤버들마다 색이 다 달라서 하나로 뭉쳤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그게 밴드의 힘 같아요. 방향성은 같지만 서로의 음악적 색깔은 달라야 하나로 뭉쳤을 때 여러 가지 빛깔로 발현되지 않을까요.”(문대광)

“무엇을 해도 우리 색깔이 묻어나니까요. 그래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죠.”(김경희)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정규 앨범은 두 개가 전부인데요.

“3집 정규 앨범은 너무 무겁게 다가와요. 아티스트 입장에서 앨범을 갖고 싶지만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죠. 버릴 거 다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재미와 흥으로 음악 했던 예전과 달리 강박증이 생긴 것 같아요. 음악을 일처럼 생각하니 재미가 없죠. 지금은 적당히 놀고 적당히 걱정하며 모든 걸 내려놓고 재밌게 가려고 해요.”(김경희)


지난해 또 드럼이 교체됐어요.
원년 멤버 신재영에서 조성열로, 지금은 박상현으로 바뀌었죠. 이유가 궁금해요.


“싸우거나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니에요. 다 사정이 있었고, 좋게 나갔어요.”(문우건)

“재밌는 건, 드럼이 바뀔 때마다 OST가 대박 났다는 거죠. 지난번 〈도깨비〉 때나, 이번에 〈사랑의 불시착〉처럼. 시점이 우연히 그래요.”(김경희)



4월 2일은 이들 밴드가 결성된 날이다. 그래서 밴드 이름이 에이프릴(4월) 세컨드(2일)다. 매해 이날을 기념해 공연을 여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조금 늦은 11일에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연다. 이번 단독 공연은 10주년을 기념해 ‘Special Thanks To’라는 부제가 달렸다.


밴드 결성 10주년이라 4월 공연이 더 의미 있지요.

“10주년이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뭔가 대단한 걸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요. 10년을 함께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는 자리로 ‘소중함’과 ‘감사’라는 키워드를 넣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예매를 받아 팬들에게 영상 편지도 쓰고 한정판 굿즈도 보내려고요.”(문대광)

“클럽 공연이나 페스티벌에서는 저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공연의 관객은 오로지 저희 밴드를 보러 오는 거잖아요. 너무 감사하죠. 다른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한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문우건)

“이번이 제가 참여하는 세 번째 단독 공연인데, 매번 에너지가 엄청나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팬들의 호응 속에서 큰 힘을 얻었고, 팀에 대한 애정이 커진 것 같아요.”(박상현)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올해는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 게 계획이에요. 예전에는 ‘이걸 꼭 해야 해, 잘해야지’ 했다면, 지금은 ‘그냥’ 살고 싶어요.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그냥’ ‘아무나’라고 답해요. 그냥 재밌고 싶어요. 그냥 좋아야 할 수 있는 게 음악이에요. 음악이 재밌으려면 무계획의 계획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음악에 굳이 철학이 있어야 할까’라고, 때론 생각해요. 우리 음악을 누군가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자유롭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냥’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우리도 그냥 좋았으니 너희도 그랬으면 좋겠어. 다만, 함께 행복하자’ 우리가 던지는 음악이자 메시지입니다.”(함께)
  •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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