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바쁨의 함정

이번 달 스페셜 이슈 ‘계획을 계획하다’를 만들면서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나무꾼과 도끼에 얽힌 이야기.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말고, 벼린 도끼날과 무딘 도끼날 이야기입니다.

행인이 숲을 지나가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끼질을 하는 나무꾼을 발견하지요. 나무꾼은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해대는데, 나무는 꿈쩍도 안 합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행인이 다가가서 보니, 이유가 딱 보였습니다. 문제는 도끼날이었습니다. 날이 너무 무뎌져서 나무를 아무리 패도 힘만 들었던 것이지요. 행인이 나무꾼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합니다.

“나무꾼님, 도끼날이 너무 무뎌졌군요. 날카롭게 갈아야겠어요.”

나무꾼의 답이 걸작입니다.

“나는 너무 바빠요. 할 일이 많아서 도끼를 갈 시간이 없답니다.”


이 에피소드에 찔리는 분들 많으시죠. 효율성의 본질과 바쁨의 함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데요, 이와 비슷한 메시지가 이번 달 《topclass》에 기고한 박소령 퍼블리 대표의 글에도 보입니다. 일에는 망원경이 필요한 일과 현미경이 필요한 일,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당장 눈앞에 산재한 일들을 수행할 때는 현미경이, 크고 작은 계획을 짤 때는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의 대부분은 현미경을 써야 하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서 망원경을 꼭 써야 할 때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두 가지의 일은 서로 다른 근육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나무꾼은 현미경만 쓰는 사람입니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가끔은 하던 일을 멈추고 현미경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망원경을 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힘만 들고 결과는 형편없습니다. 시선을 들어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니 앞날은 뿌연 안갯속이고요.

신년호 《topclass》에서는 ‘일, 돈, 삶, 몸, 책, 쉼’ 여섯 글자로 계획을 풀어봤습니다. 각 분야 계획 고수들의 꿀팁 다섯 가지를 담았는데, 그들은 신기하리만큼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첫째, ‘무조건 계획’ ‘닥치고 계획’이 아닌, 계획을 계획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계획할 것인가를 계획해야 한다는 얘기지요. 계획의 계획성, 메타 계획에 대한 인식을 안고 살아가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의 효율성은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계획을 하기에 앞서 먼저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남의 계획을 섣불리 따라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계획을 짜라는 것이지요. 이번 달 커버스토리에서 인터뷰한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 다르듯, 나에게 맞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고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네불라(nebula), 아지랑이를 찾으라고 합니다. 각자의 마음속에 이글거리는 투명한 불꽃을 찾고, 그 불꽃이 이끄는 대로 조용히 열정을 다하라고 말입니다.

2020년 새해가 밝았네요. 지난 한 해 독자 여러분의 과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습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작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알찬 기획과 감동 인터뷰,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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