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2019 군인의 품격’

90년대생의 불안과 진로를 함께 고민해본 ‘공감’의 시간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 사진제공 : 한국메세나협회 

현재 군 복무 중인 젊은이들은 대략 199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다. 1996~98년생이 주류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전쟁과 가난 속에서 치열한 과정을 거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 태어난 세대다. 자라면서 단군 이래 가장 풍족한 삶을 누린 세대인 동시에,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이미 인터넷에 능숙하고 모바일 라이프를 즐겨온 ‘앱 네이티브(app native)’이자, 외국을 낯설어하지 않으며, 공동체보다 개인,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다. 거창한 목표 대신 재미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사회적 정의(正義)까지는 아니라도 자신이 부당하게 대우받지 않는 사회적 공정성(公正性)을 중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불안해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취업의 문은 좁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의 선배 세대 역시 겪는 현실이지만 이들은 부모님 세대처럼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서울에 내 집과 가정을 마련하기엔 미래가 너무 암울하고 현실도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해서 진로는 어떻게 정할지, 어느 곳을 두드려야 할지조차 모른 채 막막한 두려움에 쌓여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는 바로 이러한 지금 우리나라 20대들의 고민과 정체성, 풍속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장재열 대표, 방송인 안현모 등이 강연자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원하는 군 장병을 위한 사회공헌사업 ‘2019 군인의 품격’의 주제는 바로 이 같은 1990년대생의 고민을 반영해 ‘취업 등 미래 진로에 대한 탐색’에 초점을 맞췄다. 명망 있는 강사와 함께 군부대를 찾아가 강연과 Q&A(장병들과의 대화), 풋풋한 인디밴드의 작은 공연이 곁들여진 토크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으로 지난 9~10월 전국 5개 부대에서 진행됐다. 연사로는 청춘 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장재열 대표, 프리랜서 방송인 안현모, (주)모어댄 최이현 대표, 소통 전문가 이민호 씨 등이 나서 장병들의 멘토 역할을 했다.

장재열 대표는 퇴직 후 자신의 블로그에 우울증 기록을 올렸고, 이에 공감한 젊은이들이 하루 수백 통씩 상담 메일을 보내는 바람에 아예 전업 상담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다. 그는 국군 장병 상담 시 54%가 가장 주요한 고민거리로 ‘불안’을 호소한 점에 착안,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장 대표는 ‘넌 왜 이렇게 끈기가 없니?’ ‘내가 믿었던 길이 내 길이 아니었다면?’ ‘나 같은 아이들이 많구나’ ‘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정답은 무엇일까?’ ‘결론: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 진로 만들어가기’ 등의 주제로 나눠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진로는 주변의 희망적 압박이나 사회적 시선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했다.


일루와 밴드와 최예근 밴드의 공연


동시통역사, SBS 기자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안현모는 자신만의 행복론을 전했다. 삶의 목표는 행복이며, 그 행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일을 통한 행복이어야 하며, 따라서 스스로 만족해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안현모는 기자 시절 인터뷰한 국내외 50여 명의 저명인사들로부터 얻은 사랑, 진로, 자아 성취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은 남의 시선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서 원하는 일, 재미있는 일, 사랑하는 일을 추구해나갈 때 얻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일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가, 둘째 그 일이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 셋째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지금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일이라면 도전해야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연사들의 강연이 끝나면 장병들의 고민 상담이 이어졌다.

“부모님이 원하는 길과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죠?”

“평소 행복한 마음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부대 내 후배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싶은데 어렵네요. 관계를 잘 맺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마음에 드는 여성의 전화번호를 얻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젊은이다운 풋풋한 질문과 인생 선배들의 도움말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공감과 친화로 무르익어갔다. 병사들의 감성을 달래주고 흥을 돋우어줄 공연은 서울 홍대 일대서 활약하는 인디밴드 일루와 밴드와 최예근 밴드가 번갈아 맡았다. 역시 20대가 주류인 이들 밴드는 장병들이 좋아할 만한 곡인 ‘워커홀릭’(볼빨간사춘기), ‘밤편지’(아이유)에서부터 40~50대 지휘관 연배들에게 익숙한 ‘이 밤이 지나면’(임재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안치환) 등 다양한 노래와 연주로 토크 콘서트 마무리를 장식했다.


8년째 ‘군인의 품격’, 올해 14회 행사


‘군인의 품격’은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방부, 한국메세나협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선뉴스프레스와 함께 군 장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여는 문화행사다. 2012년 처음 시작해 올해 8년째를 맞았다. 이름 그대로 ‘품격 있는’ 강연 및 문화행사로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인재들에게 문화적 소양을 넓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프로그램은 크게 뮤지컬 콘서트와 토크 콘서트로 나뉜다. 올해의 경우 지난 6~7월까지 ‘군 생활을 통해 비로소 마주한 나,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꿈’을 주제로 창작 뮤지컬 공연이 여덟 차례 진행됐고, 9~10월에는 토크 콘서트가 다섯 차례 열렸다. 5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특별 개막 공연까지 합치면 ‘군인의 품격’은 올해 총 14회 행사를 가졌다.

‘군인의 품격’ 행사에 대한 장병들의 반응은 90% 이상 긍정적이며,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지금 젊은이들이 고민이 많고, 이를 성찰하려는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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