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하며

나의 밀레니얼 친구

제게는 열 살 아래의 속 깊은 친구가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리더 양성소’ 건명원 출신 친구입니다. 그의 블로그 글을 보다가 반해버렸고, 연락처를 수소문해 만나게 됐죠. 과연 멋지더군요.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치열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신나게 사는 친구였습니다. 첫 만남에서 세 시간 넘게 수다를 떤 기억이 나네요.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두 번째 만남에서 그 친구는 불쑥 물었고, 그렇게 우리 둘은 친구가 됐습니다. 퇴사 10년 차 이슬기 씨입니다. 네, 〈topclass〉에 ‘이슬기의 슬기로운 퇴사생활’을 쓰는 그 이슬기 씨 맞습니다. 국내 최고의 대기업 S사를 다니다 퇴사한 그는 꼭 필요한 만큼만 벌면서,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삽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내 스타일에 맞는 공유 오피스를 찾아 투어하듯 일을 하기도 합니다.

“불안하지 않아?”

그 친구에게 열 번 넘게 물어본 질문입니다. 방심하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질문. 겉으로는 그 친구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안감에 차마 따라하지 못하는 그 친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제 솔직한 심경이죠. 바라는 삶의 상태는 같아도, 살아온 환경과 받아온 교육이 다른 세대 차이가 결국, 실행력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리모트워크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 〈topclass〉에서 만난 ‘플링크’처럼 30대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끄는 IT 기반 회사의 상당수가 리모트워크를 시도하고 있죠.

리모트워크의 확산에는 ‘산업구조의 변화’라는 외부적 요인과 ‘밀레니얼 삶의 방식’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맞물려 있습니다. 기업 생태계가 네트워크 위주로 대대적으로 재편 중이기에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은 밀레니얼은 근무시간 ‘9 to 6’라는 ‘형식을 위한 형식’을 거부합니다.

‘사춘기 아이의 머릿속 같군.’

리모트워크가 확산되고, 리모트워크가 가능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사춘기 아이의 뇌는 리모델링 중인 건축물 같다고 합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이 하나둘 사라지고, 새로운 사고의 큰 틀이 만들어지는 과정.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예전에 있던 생각의 잔재들이 뿌연 먼지처럼 돌아다니고, 그 위에 새 골조가 들어서기도 합니다. 일의 방식이 대대적으로 재편 중임에 틀림없습니다.

정해진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사는 삶이 아닌,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밀레니얼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며, 자기다운 삶을 실천하는 세대입니다. 이들이 일의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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