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age | 잊을 수 없는 여정 – 태양의 마음으로

오키나와1

목숨이야말로 보배 - 평화의 색채

© 셔터스톡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색채가 있습니다. 어느 색이든 둘도 없이 소중한 개성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띤 생명의 색을 서로 마음껏 빛내면서 이 세계를 밝고 풍요롭게 물들이는 것이 평화의 참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요.

드넓은 하늘도 바다도 땅도 그리고 사람들의 생명도 한층 더 선명한 광채를 내뿜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섬이 바로 제가 사랑하는 오키나와입니다. 오키나와에는 ‘목숨이야말로 보배’라는 흔들리지 않는 생명 존엄의 마음이 빛납니다. ‘이차리바초데(만나면 모두 형제)’라는 너그러운 우정의 정신이 맥동합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낼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사람들을 사이좋게 만든다”는 말은 류큐의 설화 ‘마을을 만드는 형제’가 전하는, 화목을 넓히는 삶의 자세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류큐 왕국 사람들은 폐쇄적인 섬나라 근성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나라에 깃든 기풍을 발휘해 용감하게 파도를 뛰어넘어 아시아 그리고 세계로 나섰습니다. 타국의 배가 난파되면 그들을 구출해 성심성의를 다해 대접했다는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진심을 느낀 사람들은 “류큐 사람들은 우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민족이다. 게다가 매우 행복하게 사는 민족이다” 등 감사와 상찬하는 증언을 역사에 남겼습니다.

그야말로 오키나와는 ‘만국진량(萬國津梁, 세계를 잇는 다리)’ 같은 존재입니다. 해외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다채로운 문화를 키웠습니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 예술이 눈부신 류큐 염색천 등 ‘염색의 보고(寶庫)’이기도 합니다. 비백무늬의 원류도 오키나와입니다.

류큐의 대지도자 사이온(1682~1761년)은 “우리는 남에게 은혜를 입으면 오랫동안 잊지 말고 반드시 갚아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은의(恩義)를 절대 잊지 않고, 연이 있는 사람들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면서 화기애애하게 생명의 찬가를 드높이 부르는 태양처럼 따뜻한 마음이 바로 오키나와를 아름답게 수놓는 광원(光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키나와는 집집마다 도검 같은 무기가 아닌 ‘산신(三線)’이라는 샤미센의 근원이 되는 악기를 장식했다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생활 속 깊이 ‘평화의 문화’가 자리 잡은 오키나와를 제2차 세계대전이 슬픔이라는 한 가지 색에 빠뜨렸습니다. 무도하게도 일본 본토를 방위하는 방패막이가 된 오키나와는 매우 처참한 지상전을 치러 주민 전체의 4분의 1이 희생됐다고 합니다.

1960년 7월, 저는 오키나와를 처음 방문해 남부의 전적지 ‘히메유리 탑’과 ‘건아의 탑’ 앞에 서서 깊이 합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러한 서원을 굳게 다졌습니다. ‘전쟁으로 가장 고통받은 오키나와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보다, 그 누구보다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아니,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그러므로 이 땅에 경애하는 벗과 함께 평화로운 이상(理想)이 넘치는 보배로운 섬을 반드시 구축하고야 말겠다’고 말입니다.

오키나와를 처음 방문하고 석 달 뒤 저는 첫 해외 순방을 떠났는데, 평화를 바라며 대화를 넓히기 위해 세계로 떠나는 여정도 제 마음의 출발점은 바로 오키나와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1964년 12월, 저는 오키나와의 중심지 나하에서 집필을 시작한 소설 《인간혁명》의 서두에 이렇게 썼습니다.

“전쟁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전쟁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그것은 군부정부의 횡포에 끝까지 맞서 싸운 스승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선생님에게서 이어받은 외침이자 오키나와 벗과 함께 나눈 세계 부전(不戰)의 결의였습니다.

‘추타미야두타미(사람들을 위한 일은 나를 위한 일)’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서로 돕는 지혜가 담긴 말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키나와의 교육을 짊어진 사람은 이러한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지킨 여성들이었습니다. 학교도 칠판도 교과서도 없는 상황에서 푸른 하늘 아래, 모래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가며 존귀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자애로운 여성 교육자들 덕분에 학교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웃음을 되찾는 마음의 안식처가 됐습니다.

제가 잘 아는 나키진손 출신의 어머니는 전쟁으로 여동생과 조카 그리고 약혼자까지 빼앗겼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살고 또 살고 꿋꿋이 살아 자제분 일곱 명을 훌륭히 키우면서 벗과 지역 그리고 미래를 위한 행동을 관철했습니다.

아흔한 살이 된 이 어머니는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두 번 다시 전쟁이라는 지옥이 발생하지 않도록 목숨이 있는 한 평화의 존귀함과 교육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겠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어머니의 자애보다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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