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 - 일의 미래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자기 주도적인 밀레니얼은 리모트워크를 원한다”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싼 산타클라라 일대의 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는 최첨단 기술의 전진 기지인 동시에 조직과 팀원의 관계를 연구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본인의 잠재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저자 킴 스콧은 “조직은 조직적인 평범함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제주는 일로든 삶으로든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실제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서울에서의 긴 출퇴근 시간에 문제의식을 갖고 2004년 애월 유수암으로 이주했다. 2006년엔 사옥을 짓고, 2014년엔 본사를 이전했다. 이미 커다란 덩치로 성장한 기업은 ‘수도권과 제주가 원격으로 협업해야 하는’ 상황에서 업무 방식과 조직 문화에 혼란을 겪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업이 자기만의 문화를 형성하기 전,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주에 적합한 기업이 되도록 돕는다. 기존의 평범한 조직 문화로는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정환 센터장은 다음에서 개발본부장, 서비스본부장을 거쳐 현재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제주의 브랜드와 자원의 가치를 살리는 기업도 있지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제주에서 일하며 살고 싶어 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이런 기업들은 초기부터 리모트워크로 일하게 됩니다. 센터는 이런 기업들이 리모트워크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밋업(meet up), 네트워킹, 아카이브 등을 지원하고 있죠. 2016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처음 리모트워크 관련 밋업을 열었을 때만 해도 국내에 관련 기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는 오토매틱, 탑텔 등 해외 회사를 불러와 노하우를 공유했어요. 2017년부터는 국내 기업 중에 리모트워크를 실험하는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런 기업들을 모아 제주에서 ‘리모트워커스캠프’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는 리모트워크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이들을 인터뷰해서 《리모트워크로 스타트업》 책자를 발간하게 됐고요.”


혁신센터를 운영할 때 밑바탕이 된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을까요?

“2000년 개발자로 일할 때, 회사에 오전만 출근하고 월급을 그만큼만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화여대 후문에 1층 사무실 공간을 하나 얻고, 오후에는 그곳에 가서 개인 프로젝트로 PDA 앱을 개발했죠. 저 나름대로 새로운 워크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려는 시도였습니다. 2012년에 전략팀 팀원으로 합류해 오픈 이노베이션 등 회사의 재도약을 위한 스터디를 하고 있었는데요, 회사에서 누구도 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한 후 몰래 홍대 앞 북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일종의 ‘몰래 리모트워크’였던 셈이죠. 1년이 안 되는 시기였지만 커리어를 전환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습니다. 2013년부터 경영지원 유니트 장으로서 회사의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공간을 설계·운영하는 역할을 했고, 덕분에 제주에서 센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었어요.”

‘리모트워크(remote work)’란 다시 말해 ‘비대면 원격 근무’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대신 원하는 장소, 시간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일한다. 이 역시 2011년경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했다. 임대료가 높아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비싼 거주 비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리모트워크 방식을 도입했고 다른 지역의 인재를 채용해 원격으로 협업했다.


한국의 원격 근무가 실리콘밸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한국에서는 다른 맥락에서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서울에서 빡빡한 출퇴근의 삶을 원하지 않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워크 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흐름이 생긴 거죠. 기업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그들에 맞는 기업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출퇴근 제약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원격 근무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요. 예를 들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보육하고 투자한 시소(Seeso)는 기업과 프리랜서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입니다. 시소는 서울 성수동과 제주 한림 두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데, 시소의 멤버들은 제주의 코워킹(Co-working), 코리빙(Co-living) 공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격 근무가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만큼 자기 주도성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과거의 조직은 위계를 중심으로 매니저가 부하직원을 관리 감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식이 사무실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가의 여부였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야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자기 주도적으로 창의적인 업무를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원격 근무의 장점을 살리려면, 스스로 자기 시간을 관리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노하우가 있어야 하죠. 원격으로 떨어져 있는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소통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세대의 일하는 방식일까요, 세대를 아우르는 협업의 방식이 될까요?

“모든 회사가 리모트워크로 가지는 않겠지만, 리모트워크는 그중 하나의 옵션으로 점점 중요해질 겁니다. 기존 기업들도 사실상 하프 리모트워크(half remote-work)로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부서들이 원격으로 수시로 협력해야만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도 은퇴하지 않는 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이 점차 변화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60세 이후, 은퇴보다는 새로운 커리어를 갖게 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날 텐데, 이때 갖는 직업은 기존 회사처럼 출퇴근해서 조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닌 리모트워크로 프리랜서처럼 하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생들의 일하는 방식은 이미 퇴사 혹은 겸직 등의 형태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과정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회사는 리모트워크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 인재들을 확보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직을 혁신해야 합니다. 일의 미래는 창의적인 개인들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맺는 다양한 계약과 새롭게 디자인된 근무 형태로 나타날 겁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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