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워크 - 일의 미래

이은지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아티스트처럼 일하고 큐레이터처럼 분석하라”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Quartz)의 부편집장 새라 케슬러는 저서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미국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은 프리랜서”라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안정된 삶을 살려면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그 자식인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부질없는 소리가 돼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에 “10년 후에는 세계 인구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 응답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라는 책이 발간됐다. 책의 저자인 이은지 크리에이터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1인 기업을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회사로, 3년 뒤에는 오프라인 행사도 가졌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온라인 마케팅 겸 콘텐츠 제작 크리에이터로 전향했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안정적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지만, 프리랜서 외에 다른 삶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그는 프리랜서의 삶은 일의 방식인 동시에 사고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공동 저서 《프리랜서 시대가 온다》의 부제는 ‘월 1천만원 고수입 프리랜서들이 말하는 프로들의 생존법칙’입니다. ‘고수입’ 프리랜서가 된 데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안정적으로 살아봤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지속적으로 수입이 발생할 거라는 보장이 없고 일의 온오프도 불가능했으니까요.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출퇴근이 없는 24시간 근무 상태인 셈이죠. 스트레스 비용도 커서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수입이 줄어들 텐데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매일 싸웠어요. 프리랜서로 안정감을 느꼈을 때는 시장에서 확실한 저만의 포지션을 가졌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내가 아니어도 가능한 일들을 대체품처럼 해왔는데, 어떤 시점에서는 저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거든요. 그게 카드뉴스였고, 당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었더니 카카오처럼 큰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서 저만의 콘텐츠 채널도 갖게 됐어요. 그 후론 다른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일이 이어졌죠.”


‘나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어떻게 찾았나요?

“SNS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제가 하는 일, 제가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 등을 끊임없이 기록했어요. 단순히 일기 쓰듯 기록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하고 제 타임라인에 올렸어요. 이때 주의할 점은 ‘자기자랑’ 식으로 쓰면 안 된다는 거예요. 콘텐츠 중에서 딱 봐도 광고 느낌이면 사람들이 클릭 안 하잖아요. 저도 제 생각, 제 일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자랑을 배제하고 제 생각과 인사이트, 제가 어떤 고생을 했는지를 적었어요. ‘딱 봐도 광고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매년 한 달 단위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리랜서이면서 노마드인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1년에 한 달씩 제가 원하는 도시에 살면서 그 도시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기업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일명 ‘디지털 노마드 프로젝트’죠. 2017년에는 제주도 한 달, 2018년에는 뉴욕 한 달, 2019년에는 태국 두 달 살기를 다녀왔어요. 스폰을 받으면 그만큼의 책임감이 발생하기 때문에 마냥 놀 수만은 없어요. 현지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음식이나 물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그 와중에 인터넷도 잘 안 되면 정말 피곤하고 힘듭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반드시 병원에 한 번쯤 실려가요.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새로운 세상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아서죠. 한국에 있으면 계속 살아지는 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국 밖에서는 살아지는 대로 살지 않는 새로운 삶들이 많거든요. 뉴욕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취재했을 때도 그랬어요. ‘아 나도 정해진 대로만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걸 배웠죠.”

이은지 크리에이터는 “프리랜서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모든 것을 맞추다 보면 “자기를 갈아 불나방처럼 일하게 되고, 영혼과 육체가 다 타버리고 남는 게 없는 상태”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어서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에 주목하는데, 이들은 다른 사람의 인정에 목매지 않고 쓸데없이 희생하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에게 자존심을 세운다. 그는 이런 사고방식이 결국 ‘일의 미래’일 거라 말한다.


프리랜서 시대, 회사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낡은 관습대로 회사를 운영하면 능력 있는 친구들은 회사에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실력 있는 친구들이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거든요. 유튜버나 콘텐츠 제작자 등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친구들은 현대판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이 친구들이 지금의 플랫폼에서 자신의 재능을 콘텐츠화해서 돈을 버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이 친구들은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조직의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직원들이 동기를 가질 만한 미션을 주는, 즉 매니지먼트를 잘하는 회사가 앞으로 성장할 겁니다. 오랫동안 90년대생 친구들과 일했는데, 각자의 재능 스펙트럼이 넓은 작은 천재죠.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취향을 만드는 연습을 해와서 그런 것 같아요.”


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콘텐츠 큐레이터의 역할이 커지리라 봐요. 지금 정보가 너무 많아요. 어떤 플랫폼이, 어떤 콘텐츠가, 어느 시장에서 어떻게 먹혀 들어가는지 다 찾아보기 어렵죠. 그러니까 큐레이터들, 여기에 분석 능력까지 겸한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데이터를 모으고 수집하는 것은 기계가 할 영역이지만, 데이터를 해석하는 건 인간의 일이죠. 이전에는 제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컨설팅을 많이 해요. 컨설팅 회사들이 해오던 일이 분야가 쪼개지면서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담당하게 된 거죠. 앞으로 마이크로 큐레이터들이 각광받게 될 거고, 그들이 결국 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가 될 거라고 봅니다.”
  •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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