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딴짓》 만드는 ‘딴짓 시스터즈’ 박초롱·황은주·장모연 씨

우리 같이 딴짓해요

글 : 김가원 명예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딴짓시스터즈 

밥벌이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소소한 이런저런 활동으로 삶의 의미를 채우고자 하는 인간. ‘딴짓 시스터즈’는 이들을 ‘호모딴짓엔스’라 부른다. 다른 사람들의 딴짓이 궁금했던 호모딴짓엔스 세 명이 모여 다채로운 딴짓의 세계를 전파하는 매거진 《딴짓》을 만들었다. 이들이 딴짓을 위해 마련한 ‘공간 틈’에서 박초롱, 황은주 씨를 만났다.
딴짓 시스터즈 박초롱(왼쪽)·황은주 씨.
딴짓 시스터즈(1호 박초롱, 2호 황은주, 3호 장모연)는 지난 2015년 9월 매거진 《딴짓》을 창간하고 4년째 딴짓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딴짓》은 딴짓이 될 만한 콘텐츠, 딴짓을 하는 사람들, 딴짓을 할 만한 장소 등을 소개한다. 지난 5월 발행한 11호에는 ‘함께’라는 주제 아래 문화 활동가 전범선 씨와 공공 그라운드 인터뷰, 코워킹 스페이스 비교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밥벌이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잡지이자, 그들을 위한 잡지입니다. ‘딴짓을 많이 해보라’는 게 저희 모토예요.”(박초롱)

낮에는 회사원이면서 밤에는 댄서라든지, 직장이 있지만 창업을 꿈꾸며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든지, 소소한 것들로 일상을 채운다든지 하는 것처럼 딴짓의 세계는 넓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만큼 다양해 하나로 규정할 순 없다. 딴짓 시스터즈에게 딴짓은 ‘좋아하는 일’이다.

“딴짓을 뭐라 정의 내릴지 저희도 무척 고민했어요. 좋아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취미, 직업 아니면 또 다른 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취미와 직업을 어떻게 구분할지 답할 수 있어야 딴짓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죠. 다음 세대에서는 그 둘의 경계가 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소득, 근무 형태와 장소, 원하는 것 등을 조율하며 제각각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라 봐요. 그래서 딴짓이란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박초롱)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딴짓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딴짓 시스터즈 세 사람은 2015년 3월 잡지를 만들기 위해 뭉쳤다. 서른 살을 앞두고 그간 써온 글을 모아 독립출판을 준비하던 황은주 씨와 공기업 퇴사를 준비하며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오던 박초롱 씨가 지인의 소개로 먼저 알게 됐다.

“대화를 하다가 둘 다 독립출판에 관심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바로 시작해 매주 기획회의를 했습니다. 둘 다 디자인을 못해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3호를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같이하게 됐습니다.”(황은주)

딴짓이라는 키워드는 세 사람의 공통점에서 탄생했다.

“잡지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걸 좋아하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졌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가 딴짓이었죠. 딴짓은 부정적인 의미만 가진 게 아니라 우리 삶에 색을 입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황은주)


1호 박초롱 씨는 주로 글을 쓰는 N잡러, 2호 황은주 씨는 출판사 편집자, 3호 장모연 씨는 ‘틈’에 있는 드레스 숍 ‘디어 마이 드레스’를 운영하며 꽃과 소품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딴짓’의 모토에 걸맞게 이들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 매거진을 만드는 딴짓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딴짓을 한다.

“잡지에 ‘딴짓 속의 딴짓’이란 코너가 있을 정도였죠. 컵과일을 만들어 판다든가, 혼자 방구석 영화제를 개최한다든가, 잡지에 들어가는 캘리그래피를 쓰거나 석고 방향제를 만드는 등 《딴짓》을 만든 사람들의 딴짓을 소개하는 코너였어요.”(황은주)

황은주 씨의 설명과 동시에 박초롱 씨가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꿀 테이스팅 클래스에 다녀왔다는 최근의 딴짓을 공유했다. 적극적으로 딴짓을 즐기면서 동시에 전파하는 이들이 딴짓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황은주 씨는 “빨리 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고, 박초롱 씨는 “딴짓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한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면, 우울할 때 나를 달래는 법이나 어떨 때 기쁨을 느끼는지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딴짓을 많이 경험할수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러한지 알게 돼요. 그럼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박초롱)

이들이 궁극적으로 다루고 싶은 것은 삶의 다양한 그림이다. 《딴짓》을 찾는 사람들 역시 다양한 삶을 준비하거나 어떻게 진입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다.

“의외로 40~50대 남성분들도 저희 잡지를 꽤 흥미롭게 보세요. 인생 이모작을 고민하는 시기에 여러 매체를 통해 저희를 알게 돼 잡지를 보시는 것 같아요.”(박초롱)


예측할 수 없는 길을 여는 딴짓

ⓒ딴짓시스터즈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 맞은편에 위치한 ‘공간 틈’. 이 공간은 뜻밖의 기회에 찾아왔다.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길 원했던 한옥 주인이 먼저 제안한 것.

“‘프로딴짓러’라는 제 칼럼을 보고 한옥 주가 월세를 저렴하게 해줄 테니 공간을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해왔어요. 작년 5월 들어오게 됐습니다. 일상에 틈을 주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박초롱)

ⓒ딴짓시스터즈
틈에서는 10주 코스의 독립출판 워크숍과 비정기 모임 ‘어떻게’ 시리즈가 진행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어살론)’ ‘어떻게 일해야 하나(어일론)’ ‘어떻게 결혼해야 하나(어결론)’ 등은 본래 딴짓 시스터즈가 모일 때마다 늘 고민하는 주제였다. 이를 확장한 것이 바로 어떻게 시리즈. 역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아와 연사의 강의를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50대 남성 참가자가 인상 깊었어요. 은퇴를 앞두고 평생 갈증을 느끼던 일을 시도하기 위해 목공을 배우는 등 딴짓을 하다 《딴짓》을 알게 돼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이었어요. 좁아진 운신의 폭에 대한 갈증을 모임에서 대화로 푸는 분들도 있습니다.”(황은주)

ⓒ딴짓시스터즈
잡지를 만들면서 공간을 얻게 될 줄도, 워크숍을 3년째 진행할 줄도 몰랐다. “늘 무작정 시작한다”고 말하는 딴짓 시스터즈에게 딴짓은 이제 삶의 태도다. 단행본 출판과 공공기관 등과의 협업에도 문을 열고 있는 이들은 올해 11월, 30대 이상의 야망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 시리즈, 《야비클럽(야망 있는 여자들의 비밀 사교 클럽)》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들처럼 늘 딴짓을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선뜻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박초롱 씨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든다면 “한번 해보자!”라고 말해보라고 한다.

“저희 잡지도 좋고, 그냥 해보고 싶은 일도 좋으니 일단 한번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 잡지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각자의 딴짓도 그런 식으로 흐를 것 같거든요.”(황은주)
  •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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