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와 그들

BTS의 길을 만든 사람들 | 뮤직비디오 감독·아트 디렉터 룸펜스

‘BU(Bangtan Universe) 세계관’의 숨은 퍼즐 설계자

BTS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조각을 영상 곳곳에
© 뉴시스
BTS(방탄소년단)의 앨범에는 쉽게 흘려보낼 이야기가 단 한 곡도 없다. 숨은그림찾기가 전 앨범에 걸쳐 담겨 있다. 어디에 무슨 메시지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전작 어딘가에서 얻은 힌트를 통해 다음 앨범에서 이해하는 식이다. 방시혁 대표는 이를 두고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 BTS의 스토리텔링을 볼 때 퍼즐의 한 조각처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뮤직비디오다.

BTS의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과 ‘불타오르네’ ‘봄날’ ‘DNA’ ‘FAKE LOVE’ ‘IDOL’ 등을 작업한 룸펜스는 BTS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조각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룸펜스는 “뮤직비디오에는 가수의 활동 방향, 음반 콘셉트,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한 번에 들어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영상에 심어놓은 독특한 세계관과 정교한 장치들은 기존의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격이 다르다. BTS 뮤직비디오 대부분이 억대 뷰를 기록하고, 룸펜스가 만든 영상이 공개될 때마다 유튜브에는 이를 해석하는 동영상이 올라온다.

룸펜스는 뮤직비디오 감독이자 아트 디렉터다. 본명은 최용석. 1981년생으로 30대의 끝을 지나고 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룸펜스는 ‘놈팡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친구들과 작업실 한쪽에 박혀 이런저런 일을 꾸미는 것을 보고 교수님이 지어준 이름”이라며 “이름의 의미를 종종 묻지만, 사실 뜻이 무엇인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방위 예술로 ‘제2의 백남준’으로 불려

룸펜스는 광고와 순수 예술 사이를 넘나들며 전방위 예술을 펼치고 있다. 그가 BTS 뮤직비디오를 작업하기 전, 아티스트로서 대중의 주목을 받은 건 국회의사당 위로 로보트 태권V 영상을 쏘아 작업한 미디어 파사드다. 국회의사당 돔이 태권V의 비밀기지라는, 어릴 적 들은 허무맹랑한 루머를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게 했다. 이 작품으로 룸펜스는 ‘제2의 백남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타이거 JK와 작업을 하면서 뮤직비디오 감독에 입봉했다. 조용필의 히트작 ‘Hello’ 뮤직비디오와 ‘롤리타 오마주’로 논란이 있었던 아이유의 ‘스물넷’도 그의 작품이다. 이외에도 윤미래, 김동률, 이효리, 원더걸스, 선미, 소유, 현아, 윤아, 국카스텐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며 K팝을 대표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성장해왔다.

룸펜스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뮤직비디오에 일관되게 흐르는 ‘BU(Bangtan Universe) 세계관’에 대해 알아야 한다. 마치 마블의 히어로들이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여러 영화에서 일관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BTS 멤버들도 그 스토리에서 각각 특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아픈 사연을 가진 청춘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생기는 그 스토리는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슬립 구조까지 가지고 있어 매우 복잡한데, 룸펜스는 이를 뮤직비디오를 통해 치밀하게 구현해낸다. BU 세계관을 알지 못하면, 5억뷰를 넘은 〈페이크 러브(Fake Love)〉 뮤비 내용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일관된 스토리가 암시적으로 깔려 있는 가운데, 각각의 뮤비는 또한 그 곡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봄날’의 뮤직비디오는 방시혁 대표가 모티브로 제안한 어슐러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 영감을 얻어 만들었는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희생양에 대한 이야기가 영상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민이 들고 있는 신발이나 버려진 옷가지, 모텔 간판에 적힌 ‘오멜라스’와 같은 오브제라든가, 설국 열차에서 내려 벌판의 나무에 신발을 거는 행위 등에 담긴 상징성은 심오하다.

이렇게 복잡한 서사구조를 정교하게 엮은 뮤직비디오에서 숨은 퍼즐을 하나씩 맞출 때마다, 감상자들은 유례없는 지적 희열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을 뱉게 될 것이다. “방시혁과 룸펜스는 정말 천재다”라고.
  •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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