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누구?

X세대 이모와 Z세대 조카의 뉴욕 여행기 조영주 대표와 조민근 씨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아뇨, 우린 말해야 알아요!”

글 : 서경리 기자  / 사진제공 : 조민근 

딱 30년 나이 차이다. X세대 이모와 Z세대 조카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1990년대 청춘을 불사르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이모는 쉰 살이 됐고, 1990년대 태어나 이제 막 세상을 즐기기 시작한 사회 풋내기 조카는 올해로 스무 살을 맞는다.
콘텐츠 디자인을 업으로 15년을 달려온 조영주 디자인369 대표(이하 X)와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조민근 씨(이하 Z)의 이야기다.
평소 취향이 비슷해 늘 잘 통하던 이모와 조카.
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한 둘은 밥 한 끼를 먹을 때조차도 갈등을 빚었다.
‘둘의 여행은 즐거웠나요?’라는 질문에 X세대 이모와 Z세대 조카는 입 모아 답한다.
“우린 달라도 너~무 달라!”
구글 마이맵 VS 엑셀 파일


흔히 ‘세대 차이’라는 표현을 쓴다. 의식이나 태도, 행위 양식, 가치관 모든 것이 바로 이 ‘세대’라는 말 하나로 통용된다. 평균 10년 단위로 X·Y·Z세대를 구분하자면, X세대와 Z세대는 무려 30년 가까운 시간 차이가 있다.

Z세대 조카와 X세대 이모의 삶의 방식은 사소한 상황, 심지어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차이를 보였다. 이모는 정확한 정보가 담긴 지도와 책자를 활용하는 반면, 인터넷에 능통한 조카는 ‘구글 마이맵’과 SNS로 모든 계획을 끝냈다.


Z : “구글 마이맵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를 검색하고 지도 위에 핀으로 지정해요. 지정한 핀을 중심으로 여행 동선을 짜는 거죠. 맛집은 주로 SNS에서 정보를 얻어요. 이모가 여행 계획표를 보여달라기에 구글 맵과 인스타그램 링크를 보내줬어요. 그러자 이모는 다시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보내달라는 거예요. 당황했죠. 엑셀이나 워드는 과제 할 때나 쓰는 거 아닌가요?”

50대의 이모는 구글 맵 이용법을 몰랐다. SNS 사진 한 장으로 식당 정보를 파악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20대 조카는 끝까지 이모에게 엑셀 파일을 보내지 않았다. 자신의 방법에 익숙해지길 바라서다. 이모는 여행 내내 자기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시티뷰 호텔 VS 허름한 변두리 모텔


계획부터 삐걱거리며 시작한 이모와 조카의 여행은 첫날 숙소에서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Z : “우리가 묵을 첫 숙소는 미국 브루클린에 있는 호텔이었어요. 뉴욕 건너편에서 맨해튼의 시티뷰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죠. 맨해튼 안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뷰(view)예요. 사이트를 비교해서 찾은 꽤 괜찮은 호텔이었어요. 게다가 ‘더블베드!’ 우리 예산 안에서 최적의 장소였다고요.”

똑같은 상황, 이모의 생각은 달랐다.

X : “뉴욕 번화가도 아닌, 브루클린. 우리로 치면 재개발 지역 같은? 호텔 창문 바로 앞이 공장 지대더군요. 온풍기도 덜덜거리고, 변두리 모텔 수준이었어요. 조카에게 딱 한마디 했어요. 뷰가 안 좋다고. 사실이었거든요.”

Z : “이모가 호텔 방 들어가면서 한 첫말이 ‘별론데?’였어요. 여행 바로 첫날에! 조카 혼자 계획한 여행을 무시하고 결과만 본다는 데 기분이 상했어요. 짜증 났죠. 분명 나에게 여행 계획을 맡겼잖아요. 둘이 같이 있으면 어디든지 좋은 거 아닌가요?”

마음이 상한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두 번째 갈등은 여행 중 휘트니미술관에서 벌어졌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컷 VS 실물 작품 찬찬히


디자인 분야에 몸담아온 이모와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조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취향의 공유였다. 마침 팝아트의 상징 ‘앤디 워홀’ 상설전이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렸고 둘은 무료입장 시간대를 이용해 관람에 나섰다. 하지만 전시 시간을 한 시간여 앞두고 조카와 이모는 결국 각각 찢어져 여행했다.

Z : “한 시간이면 근처 서점 하나를 더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같이 가자고 했지만, 이모는 따라오지 않았어요. 이모는 늘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주지 않아요. 조금만 더 걸으면 맛집이 있는데도 바로 앞에 버거집이나 가자는 식이죠.”

X : “시차 적응이 안 된 데다, 그날 2만 보나 걸었다고요! 예전과 달리 일찍 체력이 바닥나는 사실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국 이모는 조카를 보내고 혼자만의 느긋한 시간을 가졌다.

X : “디자이너로서 팝아트 전시를 실물로 본다는 건 좋은 경험이었어요. 똑같은 마음일 줄 알았는데, 20대의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도 기념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Z세대에 대해 하나 알았습니다. 명작 한 편을 보는 것보다 그림 앞에 선 자신의 모습, 또 인스타그램에 올릴 자기 얼굴 한 컷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SNS 가성비 ‘갑’ 맛집 VS 경험을 믿어야


갈등이 최고조에 오른 건, 여행 마지막 날. 벼르고 찾아간 스테이크집에서다. 이모와 조카의 30년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도 전에 결국 조카의 울음보가 먼저 터져버렸다.

Z : “저렴하면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가성비 ‘갑’의 맛집이에요. 워낙 유명해서 예약도 받지 않아 무조건 기다려야 했죠. 마지막 날이니까 특별한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름대로 칭찬이나 수고에 대한 인정도 받고 싶었고요. 한데 이모는 식당에 앉자마자 ‘스테이크 말고는 없어?’, 한입 먹고는 ‘소스는 맛있네’ 그러는 거예요. 내 노력이 헛수고가 된 것 같아 빈정 상했어요.”

X : “나는 세상 어떤 맛집도 줄 서서 먹어본 경험이 없어요. 경험에서 오는 결론이에요. 맛을 묻는 조카에게 차마 ‘맛없다’는 소리를 할 수 없어 겨우 한 말이 ‘소스는 맛있네’였죠. 음식에 대해 평가를 했을 뿐인데, 조카는 자기에 대한 불만으로 들어요. 행간을 읽어야 하는데, 이모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며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은 왜 못 하는지.”

Z : “이모는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계속해서 툭툭 내던지는 말을 했어요. 이모는 저에게 ‘모든 일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누구든 너의 계획이나 하는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너를 향한 불만인지, 혹은 다른 대상을 향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미안해’라는 말보다 먼저!”


거침없는 의사 표현 VS 꼭 말을 해야 아나


조카는 이번 여행에서 이모와의 갈등에 대해 ‘소통의 부재’를 꼽았다. 이모는 ‘헤아림 폭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X : “어린 친구들은 표정이나 말로 표현합니다. 조카의 얼굴에서 화난 기분이 읽혀요. 그러면서 ‘왜 말하지 않느냐’고 묻죠. 그건 경험으로 알아요. ‘이모가 체력이 바닥이 났구나’ ‘자존심이 상했구나’를 알아봐주길 바랐어요. 굳이 표현하지 않는 거죠. 조카는 경험해보지 않은 거예요. 인생의 말줄임표가 왜 생기는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고르고 아끼게 되는 게 어른이에요.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조카에게도 필요해요. 조카도 30년 뒤엔 지금의 Z세대와 또 다른 20대를 만날 거예요. 그땐 알게 되겠죠.”

Z : “이모는 여행하면서 자주 ‘어른들은 말이야’ ‘이 나이에’라는 말을 했어요. 나이에 맞는 행동을 규정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았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20대와 50대를 선 긋는 자체가 불편합니다. 또 어른들은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하고, 기분 표현에 서툴러요.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고 소통이 안 된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요. 이게 세대 차이인가요?”


Z세대는 거침없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어른이 된 X세대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참는 데 도가 텄다. 이 둘의 소통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배운 X세대를 향해 Z세대는 외친다. “말해야 알아요!” 그런 그들을 향해 X세대도 말한다. “너희도 크면 알게 될 거다.”
  • 2019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908

201908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08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