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누구?

유튜버들의 꿈의 소속사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

모래성처럼 쉽게 쌓고 쉽게 무너뜨리는 창작 환경 만들다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서경리 기자

Z세대는 스스로 길을 만들 줄 아는 세대
소속 크리에이터 250명, 직원 평균 연령 27세
구글 출신 이 대표, 절친 초통령 도티와 공동 창업
모래성이 좋은 점은, 짓고 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무너진 자리에서 또 지을 수도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Multi Channel Network),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이들의 저작권을 관리해주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사다. 이들의 이름이 ‘샌드박스’인 이유는 프로그램을 출시하기 전의 상태처럼 크리에이터들에게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담보하고 싶어서다. 언제든 짓고, 또 무너뜨릴 수 있는 환경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에는 형형색색의 콘텐츠들이 재생되고 있었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27세, 86년생인 이필성 대표는 꽤 고령(?) 축에 속했다. 2년 전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설립한 이필성 대표와 공동 창업자인 ‘초통령’ 유튜버 도티는 친구 사이다.

“저는 구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었고요. 도티는 학창 시절부터 덕후력이 강한 친구였습니다. 가령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면 정말 그의 경기를 다 찾아보고,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 올릴 정도였어요.”

이필성 대표는 당시 ‘사람들이 앞으로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리라’는 예감을,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지났던 도티는 ‘크리에이터를 성장시켜 줄 건강한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 둘이 만나 샌드박스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건전하고 다양한 디지털 놀이 문화’를 지향하는 회사답게, 이곳에 소속된 250여 명의 크리에이터 중에는 ‘클린 유튜버’가 많다. 비속어를 쓰거나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업적으로 봤을 때도, 자극적인 콘텐츠는 오래가지 못해요. 잠깐 관심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 끝이죠. 좋은 콘텐츠는 좋은 영향을 주는 콘텐츠예요. 여기에 쓴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거죠.”


주문형 콘텐츠 시대


SNS 이용자 통계 사이트 소셜블레이드를 보면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 수는 2430만 개다. 한 달 유튜브 사용자는 약 18억 명으로 집계되는데,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필성 대표는 유튜브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취향을 세분화해 각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주문형 콘텐츠 시대죠. 소수라 해도 각자의 세부 관심사에 맞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고 있다고 해보자. 유튜브에 ‘수영’을 검색하면, 각 종류의 영법이 초·중·고급 단계로 나뉘어 제공된다. 이론은 물론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영상이다.

“거기다 유튜브에서 검색한 기록은 각자의 데이터로 남아요.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즉각적으로 분석하죠. 거대한 알파고가 취향을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콘텐츠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각자에게 다른 처방이 내려지는 거죠.”

대중 매체는 모두에게 같은 화면을 제공하지만, 유튜브는 모두에게 다른 화면을 소개한다. 댓글이나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요즘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도’ 유튜브 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예요. 한번 유튜브를 경험해본 사람은 얼마나 편리한지를 알게 되죠. 그렇게 되면 그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유튜브를 중심으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구분되던 시절도 있었다. 유튜브 최초의 영상은 2006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 앞에서 코끼리 코를 찍은 18초짜리 콘텐츠였다. 이후 유튜브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고, 그 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 손에는 우유를, 한 손에는 유튜브를 들고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세대가 앞으로의 시대를 장악할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리라는 게 저의 예전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달라요. 그 이전 세대도 이쪽 영토로 넘어오고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감수성을 장착한 세대

이미 콘텐츠 시장에서 자수성가한 크리에이터들은 후발 주자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 것 그리고 성실하고 근면할 것이다. 전자는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경고고, 후자는 ‘크리에이터는 기획부터 출연, 연출과 편집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가르침이다.

“실시간으로 조회 수와 순위가 나오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기존 미디어보다 더 치열합니다. 예전만큼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요. 이럴 때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북돋아주면서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게 회사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말,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으로 유튜버가 처음 등장했다. 5위에 오르며 판사, 검사를 제쳤다. 짧은 영상을 찍어 공유하는 앱인 ‘틱톡’이 대세가 되면서 15초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워졌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 줄 아는 세대의 성장은 기존 직업도 다르게 바꿀 겁니다. 누가 시키는 대로, 만들어진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 테니까요.”

모두 콘텐츠를 만드는 데 매진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우문에 대한 현답이었다. 이필성 대표는 “Z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Z세대를 이해하는 이들을 곁에 둔다”고 했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 1/2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 1/2을 잘 섞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나만 좋아해서도 안 되고, 남들만 좋아해서도 안 되니까요. 그리고 방송인이든, 유명인이든 유튜브에서는 제로 포인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과거의 인기,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은 모래성이다. 무너뜨리고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땅, 유튜브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 핫한 유튜버





마인크래프트로 초통령 등극, 창립 멤버 도티
주 시청층은 10대 초반의 학생이지만, 중고생과 성인 구독자도 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다루는 영상으로 인기를 모았다.
2018년 1월에는 게임 유튜버 최초로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정우도 좋아하는 병맛더빙, 137만 명 구독 장삐쭈
애니메이션 영상에 찰진 더빙으로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유튜버다.
1020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고, 배우 하정우 역시 인터뷰에서 장삐쭈의 콘텐츠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300만 구독자 돌파한 먹방 크리에이터 떵개떵
농촌 출신 형제가 보여주는 순박한 먹방 콘텐츠다. ‘리얼 사운드’ 먹방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을 듣는다.
팬미팅을 열어 팬들이 원하는 먹방을 시연하고, 성공을 기념해 난치병 환우들을 돕는 데 600만 원을 기부했다.





250만 구독자가 함께 듣는, 뮤직 크리에이터 라온
치위생사로 일하던 라온은 2015년 1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을 부른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2년 후 전업 유튜버가 된 그의 영상을 구독하는 이들의 수는 250만 명이 넘는다. 그중 해외 팬이 70%에 달한다.
매주 한 편씩 영상을 올리고 있고, 국내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좋아서 하는 영화 리뷰, 백수골방
영화 리뷰도 이제 유튜브를 찾아본다.
리뷰 채널 ‘백수골방’의 누적 조회 수는 6000만 건에 달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점점 더 전문화되면서 회사도 그만두고, 영화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오래가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 201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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