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대표

‘연결의 대화’를 아시나요?

글 : 이근미 객원기자  / 사진제공 : 리플러스 

‘마음의 번역기’를 돌려서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대화법을 설파하는 이가 있다.
10만 부 베스트셀러 《엄마의 말하기 연습》의 저자 박재연. 대화 전문가로서 여기저기 러브콜을 받고, 내는 책마다 인세 전액을 기부하면서 ‘대화로 연결되는 세상’을 위해 매진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평탄치 않다.
© 류젬마
‘연결의 대화’라는 주제로 기업에서 워크숍과 강의를 하는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박재연 대표. 그는 요즘 가장 바쁜 강사 중 한 명이다. 그의 프로그램은 임원부터 사원까지 직급을 떼고 20~30명이 함께 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원과 사원이 한자리에서 같은 교육을 받는 것도 드문 일인데, 이들 사이를 어떻게 대화로 연결한다는 것일까.

“직장 상사 상당수는 화가 날 때 ‘원하는 말’을 하지 않고 ‘원치 않는 말’을 합니다. ‘넌 어떻게 맨날 자리에 없냐?’는 ‘자리에 있어 달라’는 뜻이죠.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학생에게 ‘지금 나를 잠깐 바라봐줘’라고 하지 않고 ‘딴짓하지 마’라고 합니다. 연애할 때 상대방이 늦으면 ‘늦을 때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라면 될 걸 ‘왜 맨날 늦어’라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든 원하는 걸 말해야 합니다.”

힘 있는 쪽이 원치 않는 말을 한다면 힘없는 사람은 침묵을 택한다.

“속으로 욕하지 말고 ‘이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 하고 요청해야죠. 속으로 말한 뒤 자신이 원하는 말을 했다고 착각하여 ‘거봐, 안 해줄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연결의 대화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욕구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말할 때 ‘마음의 번역기’를 돌리면 제대로 알아듣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영혼 없이 ‘죄송합니다’라고 했다가는 괘씸죄에 걸려 찍힐 수 있어요. 월급의 70%는 견디라고 주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누구에게든 불편한 말을 들으면 일단 ‘플리즈’로 받아들이세요. 그래야 자존감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박재연 대표는 2014년에 연결의 대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두산 리더십센터와 함께 점검하고 연구하여 더 확장시켜 나갔다. 현재 박 대표는 두산, 현대, 삼성, SK, 롯데 같은 대기업과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IT기업과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대화 워크숍과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특급 대우를 받지만 그는 강의료가 적은 곳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봉사와 후원을 하고 있다.

“연구소를 개설하기 전부터 지역아동센터와 사회복지사, 한부모 가정, 부모님들, 교사, 성직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했어요. 정신병원에서 1년 반 정도 교육팀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환자를 만나기도 했죠.”


‘엄마가 무서워요’


모바일 방송국 ‘맘스라디오’에서 2년여 동안 방송한 내용을 엮어 2018년 2월 발간한 《엄마의 말하기 연습》은 판매 부수 10만 부를 돌파했다.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은 풍부한 사례를 제시해 ‘실전용’으로서 활용도가 높다. 책날개에는 ‘인세 전액을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의 정신적·신체적 회복을 돕는 데 사용한다’고 돼 있다. 10만 부가 넘게 판매됐으니 인세가 적지 않다. 그에게 “아깝지 않나요?” 짓궂게 묻자 박 대표는 “그러게요”라며 하하 웃었다.

그의 전작 두 권(《사랑하면 통한다》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의 인세도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에게 전액 기부했다. 여기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학대, 왕따를 겪었다. 대학에서 항공운항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대한항공 국제선 스튜어디스로 일하다가 결혼한 후에도 아픔은 그치지 않았다.

“저 역시 소통을 잘 못했고, 그 결과 이혼을 하게 되었지요.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시작한 일이 CS(고객만족) 강사였는데 ‘웃어라, 인사하라’고 강의하는 게 힘들었죠. 이 일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모든 게 짜증스러우니 아이에게 화를 냈죠. 나보다 힘없는 사람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게 인간의 기본 속성이거든요.”

여섯 살 아들로부터 받은 ‘엄마가 무서워요’라는 쪽지가 그녀를 변화시켰다.

“쪽지를 읽고 충격받았어요. 자상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팠죠.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겨놓고 바쁘게 돌아다니기만 했지, 대화를 못 하는 엄마였던 거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일을 그만뒀어요.”

때마침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캐서린 한 싱어 회장이 강의를 한다는 소식에 바로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비폭력센터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2008년부터 외부 강의를 많이 나갔어요. 비폭력대화가 어려운 이유는 삶과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에요. ‘비난을 받을 때 자신의 존엄성과 자비를 잃지 않으면서 들을 수 있는가’ ‘불편한 말을 들을 때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등을 체크하면서 말과 행동을 일치해야 합니다.”


이혼과 학대, 왕따의 아픔

그는 2014년 비폭력대화 트레이너 자격을 획득하면서 리플러스 인간연구소를 개설했다. 이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이상심리를 연구하여 상담심리 석사학위도 받았다.

“제가 겪은 아픔이 강의할 때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과 공감이 잘 되게 하거든요. 힘든 곳을 찾아다니며 강의한 경험도 도움이 돼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참 힘들잖아요. 제가 아프게 살아온 얘기, 쥐가 나오는 강의실에서 강의하며 겪은 일들을 나누며 함께 우는 거죠. 아픈 시간이 고마움과 보람으로 되돌아오고 있어요.”

어릴 때 힘들고 외로워도 갈 데가 없었다는 그는, 집에서 맞고 나온 아이를 동네 사람들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그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갖게 된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사람은 왜 누군가를 소외시킬까’ ‘원하는 게 안 될 때 왜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할까’ 하는.

“기업의 요청이 늘고 있지만 일을 줄이면서 캠페인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 열네 살 소년 네 명이 옥상에서 친구를 때려서 그 친구가 뛰어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일상에서, 가정에서, 연인 관계에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대화 방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내 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일리 피스 무브먼트(Daily Peace Move-ment),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모임을 곧 시작할 것이라는 그는 “대화로 연결하는 세상을 꿈꾼다”며 환하게 웃었다.

상사-팀원 간 ‘대화번역기’를 돌리면?
《말이 통해야 일이 통한다》 중에서

겉대화 : “오 부장, 우리 팀 오고 팀 분위기가 안 좋다는 말이 들려.”
속대화 : “오 부장이 팀원들 회식에도 참석하고, 팀원들과 대화도 하면서 고충을 들어주면 좋겠어.”

겉대화 : “김 전무, 이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좀 봐야 하지 않나?”
속대화 : “김 전무, 세밀한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의 비전이나 가치를 제안해주면 좋겠어.”

겉대화 : “박 대리는 회사에 놀러오나 봐? 맨날 자리에 없고.”
속대화 :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니 근무 시간에 자리를 오래 비울 때는 미리 알려주고 가시게.”

겉대화 : “자꾸 저한테 의견을 묻지 마시고 팀장님이 결정하신 후 지시만 해주세요.”
속대화 : “저는 이 일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없고, 팀장님이 결정하신 사항대로 잘 돕고 싶습니다.”

겉대화 : “왜 저한테만 이런 일을 주십니까?”
속대화 : “저는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이해한 후 진행하고 싶습니다.”

겉대화 :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해.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속대화 : “우선 이 일을 잘 마무리하고 다음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자.”
  •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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