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 너무 일찍 다 알아버린, 스물다섯 아이유

글 : 이루신 자유기고가  / 사진제공 : 카카오엠 

하루는 아이유가 꿈에서 바다를 봤는데 정말 투명했다고 했다. 고래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고래가 나타났다. 고래가 힘차게 헤엄을 치는 바람에 바닷물이 튀었는데, 깨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의 꿈에 나타난 고래 두 마리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였던 것 같다고 아이유는 훗날 말했다. 2017년 제주도에서 보낸 2주가 아이유에게는 가장 ‘좋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효리는 2013년 인터뷰에서 ‘자신을 이을 디바가 누굴 것 같으냐’는 질문에, “가수를 이야기하라면 차라리 아이유”라고 말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매력으로 자신을 앞질러 갈 수 있는 후배라고 말이다. 전혀 다른 느낌의 두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마음속에 일어난 일들을 겉으로 발산해 에너지를 만드는 게 이효리라면, 아이유는 한없이 안으로 침잠한다. 매일 밤 일기를 꾹꾹 눌러 적고, 깊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이효리는 지금 빛나는 아이유를 보며 “이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되도록 잘 내려오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이유는 모든 순간 “내려올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잘될 때도, 행복할 틈이 없었다. 언제든 내려올 수 있다는 걸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이돌 그리고 아티스트, 그 너머에 아이유


“그때를 생각하면, 좀… 징그러워요.”

KBS 〈대화의 희열〉에 출연한 아이유는 데뷔 시절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중학생이던 한 여자아이가 연예계에서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전투력이 최고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열다섯의 아이유는 흔하지 않은 가창력으로 데뷔곡 ‘미아’를 선보이며 무대에 섰지만, 반응은 뜨아 했다. 어둡고 웅장한 발라드를 불렀던 작은 소녀는 자신의 가창력을 다르게 쓰기 시작한다. 아이돌과 다름없는 나이와 비주얼이지만, 가창력과 곡 소화력은 남달랐던 아이유를 보는 이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년 ‘마쉬멜로우’와 2010년 ‘좋은 날’을 부르며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전성기가 찾아온다. 사나흘은 자지 않기 일쑤였고, 라디오 게스트만 10개 넘게 하던 시절이다. 당시 인터뷰를 보면,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몇 시요? 오늘 일어난 적이 없는데…”라고 답하는 어린 아이유가 있다. 나흘 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탓에 인터뷰를 하다가 스르륵 잠들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그때부터였을까. 인생의 레어템인 ‘인기’를 얻은 탓에 삶의 기본템인 잠을 잃은 거 말이다. 어쩌면 그는 이미 인생의 대차대조표는 냉정하다는 걸 알아버렸는지 모른다.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듯이 말이다.

온 가족이 가난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도, 가수가 되리라는 꿈만은 흩어지지 않았던 아이유는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이나 ‘대세’라는 말에 휘둘리지 않았다. 도리어 ‘큰물이 들어와 노를 저어야 할 때’ 돌연 다시 자기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유 스스로도 데뷔 이후 가장 앨범이 잘되고, 반응도 좋았던 때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슬럼프였다.

“스물두 살에 슬럼프가 크게 왔어요. 대중이 보시기에는 엄청 잘됐을 때예요. ‘너의 의미’가 담긴 〈꽃갈피〉 앨범도 좋아해 주셨고요. 그런데 정신적으로는 가장 안 좋았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데뷔 때부터 무대에 서서 떨어본 적이 없는데, 그때는 카메라가 너무 무서웠어요. 그동안 해온 무대와 경력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안정제를 먹고 무대에 서야 될 정도로요.”

그전까지는 어린 나이에 비해 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데뷔 7년 차, 이제 어리기만 한 나이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거품이 만들어지는 기분이었고, 그 거품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고 했다.


불안하고 근사하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맘 편하게


그에게 돌파구가 되어준 건, 뜻밖에 ‘프로듀싱’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기보다 자기의 곡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컨트롤하겠다는 결심이 섰다. 히트곡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자기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이유는 첫 자작곡을 냈는데, 그 노래가 ‘금요일에 만나요’다. 아이유의 메가 히트곡인 ‘좋은 날’과 ‘너랑 나’를 작사한 김이나 작사가는 자신의 책 《김이나의 작사법,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에서 “‘금요일에 만나요’를 듣고, 작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했다”고 했다.

이 노래는 아이유가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됐다. 섹시하거나 귀여운 소녀가 아닌, 사랑에 빠진 연인의 마음을 ‘극사실주의’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상대방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너무 성급해 보일까봐 망설이는 마음을 월, 화, 수, 목요일에 담고 ‘주말까지 기다리긴 힘든’ 마음을 ‘금요일에 만나요’에 담았다. 음원 차트에 100주 넘게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 실제로 금요일이 되면 순위가 더 오르는 진풍경을 펼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노래를 기점으로 아이유의 노래가 소비되지 않고 공감되기 시작한다.


스물셋이 된 아이유는 앨범에 자신을 더욱 눌러 담는다. 첫 프로듀싱 앨범 〈챗셔(chat-shire)〉의 타이틀곡은 ‘스물셋’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스타가 된 뒤 겪는 고민과 갈등을 담은 것 같지만 ‘다 큰 척해도’ 아직 어린, ‘덜 자란 척해도’ 알 건 다 아는 스물셋이라는 시기를 담았다.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고, 당신 마음에 들고 싶기도 한 갈팡질팡하는 마음이다.

앨범이 나온 뒤 ‘도발적’이라는 평과, ‘신선하다’는 평이 맞부딪쳤다. 정작 아이유가 기쁜 일은, 매년 새해가 되면 ‘스물셋’을 찾아 듣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기록이다. 새해에 스물셋이 되는 새로운 스물셋들이 아이유의 ‘스물셋’을 들으며 공명한다. ‘자전적’이었던 노래가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긴다. 나(I)와 당신(YOU)을 뜻하는 ‘아이유’가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다.

‘무릎’이나 ‘밤편지’ 역시 그의 고질적인 슬픔인 ‘불면증’을 소재로 한 노래다. 불면의 밤에, “나 지친 것 같아 /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 / 그대 있는 곳에 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어”라고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을 그리워하는 노래 ‘무릎’은 꼭 불면의 밤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그리워지는 인생의 한 시절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라고 고백하는 ‘밤편지’는 내가 잠 못 드는 밤에도 당신만은 깊이 잠들기 바라는 ‘사랑의 고백’이다.


서른 명 넘는 ‘팀 아이유’ 리더


어릴 적부터 써온 일기는 그의 텃밭이 되고, 자랄수록 깊어지는 감성은 씨앗이 되어 지금의 아티스트 아이유를 만들었다. 어느새 데뷔 10주년을 맞은 아이유는 ‘삐삐’라는 곡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10년 동안 함께해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노래가 되었다고 했다.

“작사가 아이유의 정체성이 가장 강해요. 노래하는 아이유나 작곡가 아이유는 ‘가사를 만드는’ 아이유에게 맞춰야 해요.(웃음)”

옐로카드를 들고 ‘그 선 넘으면 침범이야’라고 말하는 아이유는 이제 자기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보인다. 그뿐 아니다. 이제 서른 명이 넘는 ‘팀 아이유’를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의 주변에서는 ‘매번 챙겨주어 고맙다’는 인사가 마르지 않는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함께 했던 기범 역의 안승균의 연극을 관람하고 온 일도 최근에 들려온 미담이다.

다른 이가 만들어준 세계에서 울고 웃어야 했던 아이유는, 그 안온한 세계를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계에 깃들어 사는 이들이 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노래에 공감하는 이들도 포함해서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이제는 모든 걸 짊어지지 않고, 상대의 무례를 경고할 줄 아는 노련함도 갖추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한 조각 바람 같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유는 이제 고작 스물다섯, 그의 10주년 기념 콘서트 〈이 지금〉은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12월부터는 ‘아시아 투어’로 8일 홍콩, 15일 싱가포르, 16일 방콕, 24~25일 타이베이까지 4개 도시에서 현지 팬들과 만난다.
  • 2018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유애나   ( 2018-11-28 ) 찬성 : 8 반대 : 0
이지은 진짜 ㅠㅠ 평생 함께하자 이제 9년때 팬이네 사랑한다ㅠㅠㅠㅠ
  처음써봄   ( 2018-11-28 ) 찬성 : 5 반대 : 0
와 글 진짜 멋지네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