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청년 기업가들

콘텐츠를 사랑한 다독가, 퍼블리 박소령 대표

유료 온라인 콘텐츠 새 모델 열다

글 : 김민희 기자  / 사진 : 김선아

‘공짜 정보가 널렸는데, 온라인 콘텐츠를 누가 돈 주고 사?’라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온라인 콘텐츠, 그것도 권당 1만 원 넘는 꽤 비싼 콘텐츠에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모든 콘텐츠를 다 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료는 월 2만 원이 넘는다. 정확히는 2만 1900원. 물성을 가진 책자로 배송되는 것도 아니고, 정기구독 사은품도 하나 없다.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하는 콘텐츠들인데도 독자들은 과감히 지갑을 연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 멤버십 회원 3500명에 달한다.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 얘기다. 최근 출판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곳이기도 하다. ‘온라인 콘텐츠는 공짜’라는 기존의 편견을 과감히 깨부수면서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새 모델을 열어젖힌 주인공은 박소령 대표. 그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탄탄한 지적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귀중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을 양질의 기록으로 남길 충분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어요.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고객이 동참해 주셨어요.”

퍼블리는 기존의 출판 유통 메커니즘을 뒤집었다. 제작 후 유통이 아니라 ‘선주문 후제작’이다. 간단한 기획안을 제작해 ‘이런 책이 나온다면 사 보시겠습니까?’를 먼저 묻는다. 일정 수요가 충족되면 제작에 착수하고, 수요가 적으면 아예 제작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퍼블리가 완성한 콘텐츠는 7월 31일 기준 100건. 그중 10건은 종이책으로도 나왔다. 미래엔과 손잡고 ‘북 바이 퍼블리’라는 브랜드로 출간됐다. 서비스 출시 2년 반 만의 일이다. 그새 회사 규모도 커져 두 번 이사했다. 성수동 코워킹플레이스 ‘카우앤독’에서 역삼동 ‘마루 180’으로, 그리고 지금의 삼성역 부근으로.

예약 구매 1000만 원 이상을 달성한 콘텐츠는 15개에 달한다. 인기 콘텐츠 1위는 《퇴사 준비생의 도쿄》로 3174만 1200원이 예약 구매됐다. 2위는 《한국 대표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끝장토론’》(1810만 3400원), 3위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1795만 8600원)였다. 박 대표가 애초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많은 콘텐츠 생산자가 먼저 만들어 놓고 소비자 반응을 기다리잖아요.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들게 되죠. 출판이든 언론이든 유통을 쥐지 않으면 백전백패라고 봅니다. 둘째, 소비자가 원하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해요. 저희는 자본이 풍족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초기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콘텐츠에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

박소령 대표가 퍼블리를 창업한 이유도 그렇다. 기존 언론과 출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전통 언론·출판 시장이 축소되면서 콘텐츠 공급자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유통 플랫폼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좋은 콘텐츠의 힘을 믿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놓으면 온라인에서도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를 통해 콘텐츠에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양질의 온라인 콘텐츠는 분명 돈이 된다”는 확신으로 유료 콘텐츠의 새로운 모델을 열어젖힌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에게 묻자 “하하” 웃더니 “확신은 없었고 가설만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죠. 이를 확인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예요. 해 보는 거죠. ‘일단 해 보고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면 안 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00학번이다. 졸업 후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근무한 후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나왔다. 대학원 입학 전에는 대안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에서 1년간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우연히 경남 산청에 있는 지리산고등학교를 알게 됐어요. 취약 계층과 중산층 사이에 사회적 사다리를 놓아주자는 취지를 가진 곳이죠. 취지가 좋아 무작정 이메일로 자기소개서를 보냈고, 1년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도와줬습니다.”

박 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경로가 확확 바뀌는 지점이 여럿이다. 경영 컨설턴트에서 대안학교 교사로, 대학원생에서 콘텐츠 플랫폼 대표로. 박 대표에게 “갈림길에서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묻자 곰곰 생각하더니 ‘야심’과 ‘영향력’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저는 야심이 큰 사람이에요. 엄청난 스케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전파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고 싶습니다. 그 영향력이 막대해 이 시대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유의미했으면 좋겠어요.”


‘객관’과 ‘정보’는 돈이 되지 않는다


활자 중독인 박 대표는 콘텐츠의 힘을 믿는다. 좋은 책 한 권, 마음을 울리는 문장 한 구절이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꽉 채우는지 알기에 날카로운 지적 자극을 주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더 몰두한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콘텐츠는 ‘주관’, 즉 ‘개인의 경험’이다. “객관과 정보는 돈이 안 된다고 봅니다. 검색하면 널려 있잖아요. 사람들은 희소성에 돈을 내는 것 같아요. 희소성이 있으려면 경험이 있어야 하고, 경험을 상품화하려면 주관적으로 써야 합니다. 아무리 특별한 경험이어도 자기 생각이 들어가지 않은 콘텐츠에는 돈을 내지 않아요.”

그는 온라인에서 돈이 되는 콘텐츠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완결성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콘텐츠만큼 이를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는 것.

“웹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대부분은 URL 하나로 신문 쪼가리처럼 흩뿌려져 있어서 상품성이 없어요. 상품성을 갖기 위해서는 콘텐츠만큼 그릇도 중요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팀은 콘텐츠팀, 그릇을 만드는 팀은 제품팀이에요. 음식과 그릇이 둘 다 완결성이 있어야 상품 가치가 있죠. 음식은 좋은데 그릇이 허접하면 돈을 안 냅니다. 대부분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라는 그릇에 의존하는데, 상품성 측면에서 완결성이 떨어집니다.”

“콘텐츠의 질로 상품 가치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확신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둥둥 떠다니면 상품 가치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퍼블리에서는 좋은 저자를 발굴해 완결된 콘텐츠로 엮어내는 큐레이션을 돕기도 한다.

퍼블리의 지향점은 간결하다.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낭비 없는 독서를 위해 파트별로 독서 시간까지 기재했다. 퍼블리가 꿈꾸는 궁극의 지점은 원대하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퍼블리 멤버십을 가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유튜브, 머리를 채우고 싶을 땐 퍼블리’라는 슬로건을 만들었어요. 배울 만한 지점이 있다면 어떤 아이디어든 다 담고 싶습니다.”

1000만 원 이상 예약 구매 달성한 퍼블리 콘텐츠 15

- 2016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
- 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 2016 스탠포드 인공지능 보고서
- 한국 대표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끝장토론’
- 퇴사준비생의 도쿄
- 한국 벤처캐피털리즘-VC가 말하다
-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도쿄의 디테일
-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뉴칼라 컨피덴셜
- 학교의 미래, 미래의 학교
- 모노클, 미디어를 말하다
-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잡지
- 독창적, 독점적 칸 광고제 2017
- 음악산업, 판이 달라진다
- 아파트, 이 정도는 알아야지
  •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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