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 덕후력

덕업일치의 조건 #3 뚝심

SPOTV NEWS 조현일 해설위원 / “20년 넘게 NBA만 팠습니다”

덕업일치의 조건은 다양하다. 그중 어떤 요소는 덕업일치의 지름길로 통하게 한다. 바로 ‘뚝심’이다.
그는 누구보다 뚝심이 강하다. 마니아 스포츠였던 NBA가 만인의 스포츠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NBA 잡지 통신원과 편집장으로, NBA 전문 팟캐스터로, NBA 해설위원으로 뚝심 있게 덕업일치를 완성해 온 남자, SPOTV NEWS의 조현일 해설위원이다.
‘NBA, 농구 대잔치, 마지막 승부’의 삼위일체

199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스포츠는 농구였다. ‘농구 대잔치’는 오빠부대를 양산했고,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농구 대잔치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 덕분에 NBA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조현일 해설위원은 이 삼위일체에 빠져 농구에 입문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농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10분의 시간만 주어져도 농구를 하러 밖으로 나가서 피부가 새카맸습니다. 농구부가 있는 동아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동아고 농구부에는 김주성, 주희정 같은 선수들이 있었죠. 키가 보통 수준이어서 농구선수를 꿈꿀 수 없었지만, 농구 관련 직종에 몸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체대에 가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경영학과에 진학한 조현일 해설위원은 제대 후 국내 NBA 전문 잡지 《루키》의 기자가 되었다. 이듬해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난 조현일 해설위원은 통신원으로 변신했다. 보스턴을 연고로 하는 NBA 팀, 보스턴 셀틱스 출입기자가 되어 NBA 현장을 누릴 수 있었다. 덕업일치를 이룬 순간이었다.

“25세에 보스턴 셀틱스의 홈경기를 거의 다 갔습니다. 당시 보스턴 셀틱스의 ‘폴 피어스’라는 선수가 항상 반갑게 맞이해줬어요. 저를 볼 때마다 아시안 리틀 가이(Asian Little Guy)가 또 왔냐며 챙겨줬습니다. 하루는 제가 ‘너 한국에서 인기 되게 많아!’ 했더니 동료들을 다 불러서 저한테 얘기하게 했죠. 그런 장면이 20대 중반에는 크게 다가왔죠. 보스턴 셀틱스가 성적이 잘 안 나올 때여서 기자석도 좋은 좌석을 배정받았습니다.”


27세에 된 《루키》 편집장


그는 27세에 《루키》 편집장이 됐다. 전임자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 이듬해에는 SBS ESPN에서 해설위원 제의가 들어왔다. 해설위원으로의 데뷔였다.

“제안이 들어오니까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해설위원은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나중에 저 직업을 가지면 멋있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죠. 제의를 받고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리허설도 많이 했고요. 주변의 PD와 아나운서들이 도와줬습니다. 그때만 해도 NBA는 마이너한 종목이라 세간의 관심이 덜했던 것도 저한텐 다행이었죠(웃음). 막상 투입되니 떨리지 않았습니다. 친구랑 NBA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라고 해서 멋모르고 했죠.”

해설위원과 동시에 NBA 전문 팟캐스트 〈파울아웃〉도 운영했다. 2008년부터 잡지, 팟캐스트, 해설, 3개 채널을 통해 NBA 관련 활동을 했다. 골방에서 음료수 한 통과 파이 한 통으로 시작했다고 붙인 〈파울아웃 골방버전〉은 공중파 뉴스와 네이버 스포츠 라디오까지 진출했다. NBA 해설도 주 2회 이상 꾸준히 했다. 본업인 《루키》 편집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이클 조던과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 비교 기사, 조던 브랜드 발매 30주년 기념행사 기사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10년 동안 《루키》를 이끌었다. 이런 그에게 ‘매너리즘’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편집장의 업무는 기사 관련 일이 전부가 아니어서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만둘 당시에는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과도기였습니다. 제가 온라인화(化)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후임자에게 편집장을 넘기고 《루키》를 나왔습니다.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즐기기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네요.”

그는 NBA 중계권을 가진 SPOTV에서 프리랜서 NBA 해설자로 일하며 야인으로 남아 있으려 했다. 그런데 SPOTV에서 정규직 제안을 했다. 고민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 SPOTV가 NBA를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가 NBA 해설위원으로 입지를 굳혀갈 즈음, 국내 NBA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농구 트렌드가 3점 슛 중심으로 변하면서 NBA에 젊은 팬의 유입이 많아졌다. 2회 연속 MVP를 수상한 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가 방한했을 때에는 팬들이 장충체육관을 꽉 메울 정도였다.

SPOTV도 꾸준히 NBA를 방송했고, 조현일 해설위원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그는 골수 NBA 팬들도 인정하는 국내 최고 NBA 해설위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지인들이 제 해설에 대한 반응을 보내줍니다. 뿌듯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가장 기분 좋았던 댓글은 ‘준비를 하고 나오는 해설’이라는 댓글이었습니다. NBA는 마니아적인 요소가 있는데, 마니아들한테 인정받기가 쉽지 않잖아요. ‘국내 최고의 NBA 해설위원’이라는 평가가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큰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두 번째 덕질, 자동차

NBA 덕후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조현일 해설위원도 가끔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는 다른 덕질을 한다. 한때 자동차 딜러를 동경했던 그의 두 번째 덕질 대상은 자동차다.

“일하다가 힘들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세차하러 갑니다. 숨 쉴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는 게 세차예요. 사람들은 ‘자동 세차 하지, 왜 직접 세차를 하냐’며 의아해합니다. 세차는 제 취미예요(웃음).”

잠자기 전, NBA 선수 카드의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던 소년은 어느새 국내 최고의 NBA 해설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좋은 해설로 NBA 팬들을 꾸준히 찾아가고 싶다는 그는 뚝심으로 버텨온 자신의 덕질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덕으로 시작해서 여전히 덕질 중인, 후에도 덕후이고 싶은 NBA 덕후입니다.”
  • 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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