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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도(感度)

서점 책들을 살핀다. 유독 ‘말’과 ‘글’, ‘언어의 감도’와 ‘언어의 온도’를 다룬 책들이 넘친다. 베스트셀러도 많다. 꾸준히 읽히고, 많은 이의 마음에 가닿은 책들이 ‘언어’ 관련 책들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나의 현상이다.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주는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독자가 책의 수요를 만들어낸 것일까, 아니면 책들이 독자를 끌어들인 것일까. 둘 중 하나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언어의 결에 민감하고, 말과 글에 쉽게 상처받는 이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점점 많아진다는 것.

언어를 다루는 책들은 크게 두 부류다. 언어의 감도로 독자를 위로하고 감싸 안는 수필류, 그리고 상처받지 않는 말하기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말의 선물》이 전자라면, 《공감의 언어》, 《지성인의 언어》, 《말그릇》은 후자다.

언어를 다루는 책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분명 작가의 이야기인데,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나’와 ‘너’의 경계에서, ‘독자’와 ‘저자’의 경계에서 파르르 파동을 만들고, 마음에 스민다.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따스한 언어가 주는 위로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발췌해 소개한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지음

위로는, 헤아림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아비다. 잘 지내? 한번 걸어봤다….”
그냥 걸었다는 말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고 표현의 온도는 자못 따뜻하다.
그 말 속에는 “안 본 지 오래됐구나. 이번 주말에 집에 들러주렴”, “보고 싶구나. 사랑한다” 같은 뜻이 오롯이 녹아 있기 마련이다.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공감의 언어
정용실 지음

그가 걷고 있는 그만의 길을 조용히 응원한다.

말과 소통은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만나게 되는 순간의 결정체들이다.
다른 건 다 사라져도 서로의 가슴에 남을 반짝이는 작은 별처럼.

공감은 ‘나’라는 원과 ‘너’라는 원이 서서히 겹쳐지는 것이다.
사랑도, 관계도 모두 먼저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듯이 공감도 먼저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니, 글보다 말이 삶에 더 큰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 든다.
너를 믿는다”는 엄마의 한마디가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주었고,
사랑한다”는 남편의 한마디가 두려움 없이 결혼을 감행하게 했으며,
엄마”라는 아이의 외침이 지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내 인생에서 가슴 저미게 기억하는 말들은 방송에서 그들이 용기 내어 쏟아낸 말들이었다.

감정 읽기,
내 감정을 피하지 않고 차분히 읽어 내려가는 것.
나는 이렇게 사람을 본다.
내 감정을 읽듯이. 그에게 드러난 감정 아래를 상상해 본다.



말그릇
김윤나 지음

사람의 마음은, 나의 안쪽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열리게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크기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현혹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존재가 확인되지 못한 감정은 출구를 찾을 때까지 마음 어딘가를 떠돌면서 계속 생채기를 낸다.
슬픈 건지, 아픈 건지, 부끄러운 건지 모른 채 살아가면서 점점 더 감정에 무뎌지게 된다.

10대 시절, 나의 말은 화로 가득 차 있었다.
20대에 했던 말들은 성공을 좇는 말이었다.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와 내가 하고 있는 말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말 대신 진짜 나다운 말이 무엇일까.



말의 품격
이기주 지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의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

뒷담화는 명멸하지 않는다.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다.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二)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말이라는 흉기에 찔린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어떤 말은 그 상처의 틈새로 파고들어 감정의 살을 파헤치거나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지성인의 언어
육문희 지음

사람의 급은 누구도 감히 나눌 수 없으나 사람의 격은 언어로 인해 확연히 구분된다.

물과 기름이 서로를 끌어당겨 헤쳐 모이듯, 우리도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사람들을 향해 마음의 화살을 쏜다.

대화와 수다는 질적으로 다르다.
대화는 상대와 마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는 것이고, 수다는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이다.

배움은 새로운 것이다.
입을 닫고 귀를 여는 것이다.
그래야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가슴에 담아둔 말을 조심하라.
담아두지 말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 던져버려라.
가까이 두면 언젠가는 되살아난다.
  • 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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