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35〉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승리하는 세기를Ⅲ

먼저 ‘자신’을 바꿀 것

나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아룬 간디 씨(미국 ‘간디 비폭력연구소’ 창립자)와 친교를 맺고 있다. 아룬 씨의 아버지 마닐랄 씨는 마하트마의 후계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프리카에서 차별에 맞서 싸운 ‘비폭력 투사’였다.

아룬 씨가 열여섯 살이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를 30km 떨어진 시내까지 차로 모셔다드렸다. 아버지가 시내에서 열리는 회합에 참석하는 동안 물건을 사고 차를 수리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아룬은 서둘러 수리를 맡기고는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영화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 있었다. 황급히 차를 찾아 부랴부랴 달렸다. 걱정하며 기다리는 아버지에게 “차를 수리하느라 꽤 시간이 걸려서요” 하고 그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이미 수리점에 전화한 터였다. 그런데도 꾸짖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다니, 내가 너를 잘못 키운 게로구나. 내가 너를 키우는 데에 어떤 점에서 잘못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나는 집까지 걸어가겠다.”

해는 완전히 저문 뒤였다. 집으로 가는 길 주변 일대는 사탕수수밭인 데다 가로등도 없는 비포장도로였다. 아버지는 진창길을 묵묵히 걸었다. 소년은 뒤에서 아버지의 발치를 헤드라이트로 비추면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집까지 다섯 시간 반이 걸렸다.

“아버지가 괴로워하며 비탄에 젖어 걷는 모습을 보고 ‘두 번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만약 이때 아버지가 호통만 치고 끝났다면 ‘다음부터는 들키지 않게 잘해야지’ 하는 생각만 했겠지요”라고 아룬 씨는 회상했다.

‘비폭력’이란 단순히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폭력은 문제나 대립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데서 발생한다. 비폭력이란 그 반대로 ‘먼저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삶의 자세이다. 그러한 마음이 있으면 사회도 가정도 얼마나 평화로워지겠는가.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사이타마의 벗과 함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문학을 화제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친구인 마사오카 시키가 권하여 오미야 공원에 간 적도 있다고 한다. 만년의 자전적 작품인 《미치쿠사》에는 엇갈린 부부의 마음이 묘사되어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분신인 대학강사 겐조와 고급관료의 딸인 아내 오스미, 세상의 눈에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가정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 사이는 언제나 서먹서먹하다. 어느 날 겐조는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내가 분명 좋아할 거라고 기대하며 번 돈을 건네지만 예상과는 다른 아내의 반응에 상처를 받는다. “그때 집사람은 별로 기뻐하지도 않았다.”

반면 아내 오스미는 “만일 남편이 다정한 말과 함께 그것을 건네주었으면, 분명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겐조 또한 “만일 집사람이 기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주었다면 다정한 말도 건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단정 지음으로써 불만이 쌓여 결국 두 사람 모두 현재의 자신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렇게 부부의 미묘한 심리를 묘사했다.

눈은 보여도 눈앞에 있는 가족의 마음조차 좀처럼 보지 못한다. 눈앞에 있는 자녀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미래를 향해 양양하게 열린 ‘인생의 새로운 문’을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단정 짓고 체념해버린다. 그러한 인생이라면 아깝지 않을까.

하나와 호키이치 선생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밤, 제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와 촛불이 꺼졌다. 캄캄해져 허둥대는 제자들에게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거 참, 눈이 보이는 사람은 불편한 법이군요.”

헬렌 켈러 여사도 이 에피소드를 소중히 여겼다고 한다. 여사가 말했다.

“가장 멋지고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그것들은 마음으로 느껴야 합니다.”

새로운 1년, 그러한 마음의 눈을 뜨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21세기를 힘과 힘이 서로 충돌하는 황폐한 세기로 만들면 안 된다. 어린이를 비롯해 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가장 먼저 다 함께 지키는 ‘가족애의 세기’,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승리하는 세기’로 만들었으면 한다.

꿈 같은 이야기라며 체념하지만 않는다면 불가능도 가능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과 그리고 사이타마의 ‘기적의 두 사람’이 그것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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