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제언 〈34〉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승리하는 세기를Ⅱ

아이는 어른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

나는 하와이 주지사를 오랫동안 지낸 조지 아리요시 씨를 몇 차례 만났다. 아리요시 씨는 전쟁이 끝난 직후 점령군의 통역으로서 부모의 조국인 일본에 오게 되었다. 도쿄는 몽땅 타버려 허허벌판이었다. 그가 처음 말을 주고받은 이는 구두닦이 소년이었다. 소년은 몹시 배를 곯고 있었다. 아리요시 청년은 살며시 샌드위치를 건넸다. 그러나 소년은 받아든 샌드위치를 먹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소중한 것을 다루듯 상자에 넣었다.

“어째서 먹지 않니? 죽을 지경으로 배고프지 않니?”

“그렇지만… 마리코에게 갖다 주려고요.”

“마리코라니?”

“동생이에요. 세 살이죠.”

소년은 겨우 일곱 살이었다!

가난 속에서 타오른 가족애다.

물질이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 ‘가정붕괴’나 ‘가족해체’가 거론된 지 오래다. 헬렌 켈러 여사는 “인격은 안이함과 조용함 속에서는 단련되지 않는다. 오직 시련과 고뇌의 체험을 통해서만이 강해진다”고 말했는데 ‘가족의 유대’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시련을 공유해야만 비로소 행복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내가 헬렌 켈러 여사와 하나와 호키이치 선생을 위대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와 스승에게서 받은 자애를 자기를 위해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많은 사람에게 펼치며 보답한 삶의 자세에 있다. 강물이 큰 바다로 들어가 넓어지듯이 두 사람 모두 후진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이른바 ‘열린 가족애’다. 우리는 그 숭고한 모습을 본받아 미래에 살아갈 아이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전해야 한다.


‘아이를 구제하라!’

이는 모든 어른이 ‘21세기에 가장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세계에서는 지금도 아이들이 지뢰 때문에 죽거나 손발을 잃는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세기 초엽까지는 전사자의 대부분이 군인이었으나 그 이후로는 어린이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일반 시민이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20세기는 ‘어머니와 어린이가 가장 많이 희생된 세기’였다.

전 세계 ‘네 살 이하 어린이’ 중 영양 상태가 몹시 좋지 않은 어린이가 1억 5000만 명에 달한다.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이 영양실조나 예방할 수 있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중 절반은 생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갓난아기다.

세계에서 이 아이들을 구제할 경제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세계 총소득의 ‘1% 중 3분의 1’만 안전한 음료수 등 기초적인 사회서비스에 사용한다면 세계 모든 어린이에게 건강한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다. 또 세계 군사비 중 ‘불과 1%’만 있어도 전 세계 어린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한다.

물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첨단기술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정치적인 의사(意思)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지키고 키우는 ‘열린 가족애’가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른이 포식하면서 아이들을 굶기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으며 일을 심하게 시켜 병들게 하는 그러한 상황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도 나는 21세기를 ‘가족애의 세기’, ‘지구가족의 세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자애의 힘으로 모든 사람의 생명에서 최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세기이다. 어린이는 ‘거울’이다. 어른의 삶의 자세를 비추는 ‘거울’이다. 한 가정에서도, 세계에서도.

*다음 호에 연재가 이어집니다.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SGI 회장은 세계 각국의 지성인과 대화하면서 세계 평화와 문화·교육 운동을 해오고 있다. 유엔평화상, 세계계관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1세기를 여는 대화》(A. 토인비), 《인간혁명과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20세기 정신의 교훈》(M. 고르바초프), 《지구대담 빛나는 여성의 세기로》(H. 헨더슨) 등 세계 지성인들과의 대담집을 냈다.
  •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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