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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청년경찰〉의 배우 박서준

박서준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청춘의 얼굴’이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그는 견고한 현실과는 ‘쌈’을 하고 사랑하는 친구와는 ‘썸’을 탔다. 영화 〈청년경찰〉에서 그는 클럽에서 아리따운 여인과의 만남은 실패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소녀를 구출하는 데는 성공한다. 좋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박서준을 만났다.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청춘이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청춘은 안다. 꿈을 갖고 있는 동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동안 마음은 몇 번이고 서글픔과 찬란함 사이를 진자운동한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동만은 “꿈 없는 척 사는 게 낫지, 괜히 있으면 사람 마음 찌질해져요”라고 말한다.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은 삼포세대의 청춘의 얼굴이었다. ‘푸른 봄날’이어서 청춘이 아니라, 마음이 푸르게 멍들어 청춘인 건 아닐까 싶은 아프고 눈부신 이야기였다. 그 고동만을 맡았던 배우 박서준은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청춘의 얼굴을 맡고 있다. 시트콤에서 드라마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수록 그가 담는 청춘의 이야기는 더욱 짠 내가 진동한다.


마음이 푸르게 멍들어, 청춘인가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한 장면.
사실 박서준은 ‘시간을 달리는 남자’다.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의 철없고 개념 없는 재벌 2세를 지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등장했을 때 그는 동시대의 젊은이였다. 성장기는 불우했고, 현재는 가난하지만 삶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해 응원해주고 싶은 인물이었다.

주인공의 동생이었지만 연인에게 보여주는 애절함과 누나를 향한 애틋함의 결이 섬세해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이후 〈마녀의 연애〉에서는 엄정화와 17살의 나이 차를 메꾸고도 남을 로맨스를 보여주었고, 〈킬미힐미〉, 〈그녀는 예뻤다〉로는 황정음과 연달아 호흡을 맞추고 연달아 홈런을 치기도 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회사의 대표 혹은 실장님, 잘나가는 소설가를 지나 이제 그는 20대 중반 취업 준비생, 스무 살 경찰대 신입생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나이 서른에 말이다.

“찍은 순서는 영화 〈청년경찰〉이 먼저예요. 〈청년경찰〉을 마치고 나서 〈쌈 마이웨이〉 대본을 받았어요. 두 캐릭터가 겹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이 안에서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어떤 모습들을 꺼내 보여주기를 바랐죠. 그게 아주 작은 차이라고 해도 말이에요.”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한 장면.
〈청년경찰〉의 기준은, 이제 막 경찰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경찰로서의 거대한 포부보다는, 집안 형편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청년경찰〉의 기준도 〈쌈 마이웨이〉의 동만처럼 단순하고 경쾌하다. 이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요새 보기 드문 젊은이다. 그럼에도 다른 점이 있다면, 〈쌈 마이웨이〉가 ‘썸’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4각 로맨스를 기반으로 한다면, 〈청년경찰〉은 오로지 박서준-강하늘의 콤비 플레이로만 두 시간을 꽉 채운다는 것이다.

“김주환 감독님의 전작 〈코알라〉를 재미있게 봤어요. 이 작품은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였는데, 겉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같아 보이는 이야기를 꾸려가는 솜씨가 좋더라고요. 영화에 출연한 박진주 배우랑은 대학교 때부터 친해서 진주를 통해서 감독님을 알게 됐죠.”

김주환 감독도 〈코알라〉 시사회를 찾은 박서준을 눈여겨봤다. 이후 박진주를 통해 “박서준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소식을 넌지시 전해왔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경찰〉의 시나리오가 박서준을 찾아왔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면서 대본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더라고요. 워낙 전작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요.”

〈청년경찰〉은 가진 건 ‘전공 서적’과 ‘젊음’밖에 없는 경찰대 동기생 기준과 희열(강하늘)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외출을 나왔다가 휘말리게 되는 소동을 다룬 한겨울밤의 이야기다. 박서준의 말처럼, 작은 에피소드들을 쌓아올려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이 큰 그림을 향해 가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호흡이 찰지다.

“우리 둘이 친해 보이지 않으면, 영화는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기준과 희열의 이야기니까요. 촬영보다 리허설을 더 많이 했어요. 저는 대본을 굉장히 열심히 보는 스타일인데, 현장에서 만든 장면들도 많고요.”


귀를 기울이면, 상대가 더 잘 보여요

영화 〈청년경찰〉
실제 박서준은 상대 배우와 호흡이 좋은 배우다. 그가 로맨스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법과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여자 배우든 남자 배우든 호흡을 맞추는 방법은 다르지 않아요.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그만큼 제 연기도 나오더라고요. 좀 더 진짜에 가깝게 나오고요.”

현실에서도 박서준은 주변을 잘 챙긴다. 동료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살뜰하게 챙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강하늘과 자웅을 겨루기 힘들지만, 현장이 좋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면에 깊이 동의한다. 무엇보다 박서준은 배우가 되기 전, 뜨거운 성장통을 겪었다. 배우가 되고 싶어 서울예대에 입학했는데, 막상 대학교에 가고 보니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고, 재능이 없는 건 아닌지 의심이 쌓였다.

“오디션장에 가면 정말 눈에 띄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들에 비하면 저는 평범했죠.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그러다보니까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군에 입대했다. 남들보다 먼저 인생의 과업을 하고 나니, 다시 정신이 들었다.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닥치고 패밀리〉라는 시트콤에 투입되면서부터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

“그때 만난 최우식 배우는 지금도 절친이에요. 이 친구가 연기를 정말 자유롭게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배우는 점도 많고, 자유롭게 하면서 생기는 시너지도 있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거 같아요.”


이 후 박서준의 연기도 유연해졌다. 철저히 준비하되, 현장의 느낌에 몸을 맡기는 법을 체득했다. 자신의 약점이 평범함이라면, 이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을 꺼내 써 보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역할과 비중이 커지면서 책임감도 그만큼 생기더라고요. 이전이랑은 다른 고민이 시작됐어요. 전에는 막연히 더 많이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그래서 박서준은 자신의 영향력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또 고민한다. 자신이 지나왔던 시간처럼, 열정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생각한다. 몸 만들기를 어려워하는 동료들에게는 트레이너를 자처하기도 한다.

〈청년경찰〉이 올여름의 복병이 되리라는 관측이 있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의 대작에 밀리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한 이유는, 이 영화가 자신의 미덕을 제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군함도〉에 류승완 감독을 중심으로 황정민, 이정현, 소지섭, 송중기 등의 톱스타가 있고, 〈택시운전사〉에 광주와 송강호가 있다면, 〈청년경찰〉에는 청년이 있다. 그리고 청춘이 있다. 이 청춘을 흉내 내지 않고, 온몸으로 살아낸 싱그러운 박서준이 있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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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ㅇㅇ   ( 2017-08-25 ) 찬성 : 10 반대 : 2
참 쉴새없이 달려오신 박서준님 늘 응원합니다
 뭐든지 하면 된다고 연기도 할수록 느는거 같아요
 자연스런 생활연기 너무 좋아요 작품하나 찍고 씨에프만 찍다가 한참 뒤에 작품하고..이런것보다는 연기자니까 꾸준히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런점에서 잘하시고 계시는것 같아 보기 좋아요 늘 초심 잃지 마시고 건강도 챙기시면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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