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 퓨전 공연 〈판타스틱〉

국경을 넘은 국악, 세계인과 통하다

글 : 유슬기 기자  / 사진 : 김선아 

음악에는 국적이 없다. 흥에 겨우면 누구든 어깨를 들썩이고, 심금을 울리면 누구나 눈시울을 붉힌다.
이 음악의 힘이 집대성된 공연이 〈판타스틱〉이다. 언어와 국적은 다르지만 신명나는 국악의 리듬 안에서 누구든 하나가 된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규, 김능우, 박정은, 오형태, 김지, 서미지, 김보은, 김나영.
판타스틱의 시작은 2008년이다. 처음에는 이벤트 형식의 난타 공연이 위주였다. 여기에 스토리가 생기고 살이 붙었다. 타악으로 이루어졌던 연주도, 관악과 현악이 보태지면서 더 풍성해졌다. 2009년 63빌딩에서 첫 공연을 올린 뒤 현재까지 3000회 이상의 공연이 쌓였다. 150만 명의 누적 관람객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에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인상적인 공연을 봤다”는 후기를 남기면서 〈판타스틱〉은 필수 여행 코스가 됐다. 제주와 전주에도 전용관이 생겼다. 2010년부터는 서대문에 있는 판타스틱 전용관에서 하루 2회씩 정기 공연이 펼쳐진다.


국악 전공자들이 배우로 변신

‘라이브 국악 뮤직쇼’라 불리는 판타스틱은 타악가문과 현악가문이 벌이는 한국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사랑에 빠진 타악가문의 아들과 현악가문의 딸이 실수로 하늘에서 내린 북을 찢은 뒤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하늘이 내린 대금을 찾아 ‘판타스틱’한 음악을 만들어야 다시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대략의 스토리다. 타악가문은 북, 꽹과리, 상모돌리기 등을 이용해 흥을 돋운다. 현악가문은 거문고, 아쟁, 대금 등을 연주하며 심금을 울린다. 공연은 100% 라이브 연주로 진행된다. 때문에 현악가문의 배우들은 대부분 국악 관련 전공자다. 가야금을 전공한 배우 김민재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악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게 판타스틱의 매력”이라고 했다. 전공자들이 직접 연기를 하기 때문에 공연은 100% 라이브 연주로 진행된다. 판타스틱에 수록된 곡은 영화 〈쌍화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음악을 만든 김백찬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했다.

판타스틱의 홍보를 맡은 김수민 매니저는 “배우들의 구성이 무척 다양하다. 비보이를 전공한 배우, 상모돌리기를 전문으로 배운 배우, 난타를 오랫동안 한 배우 등이 판타스틱의 팀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악가문의 김지 배우는 난타 배우로 시작해 판타스틱의 터줏대감이 된 마스코트 같은 배우다. 공연을 기획한 지윤성 대표도 난타 배우 출신, 현재 판타스틱의 디렉터를 맡은 신종현 연출도 정극 배우 출신이다.

“판타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가 모두 좋아하는 공연이라는 겁니다. 사실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저희 공연장에 오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웃습니다. 넌버벌 공연이라 본능적으로 느끼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거죠. 국악이 베이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더 친숙함을 느끼세요.” (신종현 연출)

〈판타스틱〉 연출자 신종현.
실제로 공연장은 오후 5시 공연도 뒷자리까지 가득 찼다. 한국, 일본, 중국뿐 아니라 영미권의 관객들도 많았다. 이들은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힘이다.

“어떤 팀이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져요. 처음에는 아무 대사도 없이 했지만 어떤 팀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관객의 연령층에 따라 비보잉이 더 많아지거나 상모 돌리기가 더 많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수민 매니저)

김민재 배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의 무대를 꼽았다. 한국의 음악으로 한국 의상을 입고 오른 무대였는데, 해외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 공연은 저희 바로 앞 공연이 일본 아이돌의 순서였어요. 저희는 말 그대로 생전 처음 보는 팀인데, 저희 팀에 아이돌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공연을 마친 뒤에 악수를 하거나 사인을 받겠다고 모인 사람의 수도 저희가 더 많았어요(웃음). 인도네시아 공연 때는 여성분들이 바깥 출입을 잘 못하니까 다들 얼굴을 꽁꽁 싸매고 왔더라고요. 이슬람 문화인 그 나라의 율법이 엄격하니까요. 그런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이분들의 눈빛이 바뀌고, 몸짓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전율이 오는 순간이었죠.” (배우 김민재)


함께 부를 때 더 강력한 아리랑의 힘

〈판타스틱〉 공연 중 타악가문의 난타.
판타스틱이 한국 대표 공연으로 해외 무대에 선 것이 그때뿐은 아니다. 2013년 9월에는 미국 할리우드 포드 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고 서부 투어에 나섰다. 2013~2014년에는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중국을 아우르는 아시아 프로모션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판타스틱 공연팀은 유동적이다. 때로는 타악팀만 모여 타악 퍼포먼스 비트서클 공연을 하기도 하고, 퓨전 국악그룹 플라워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다 타악, 관악, 현악 팀이 완성체를 이루면 〈판타스틱〉 공연이 된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어요.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차려진 음식이 많으면 그만큼 입에 맞는 음식도 많아지니까요. 국악의 대중화가 그렇게 거창한 것 같진 않아요. 더 많은 분들이 국악 공연을 보고 재밌다, 또 보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더 가까워지는 거겠죠.” (신종현)

배우나 스태프들이 가장 뭉클한 순간은 아리랑을 연주하고 부를 때다. 한국 사람의 혼과 얼이 담긴 노래라 부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외 관객의 반응이다. 이들이 아리랑의 선율에 반응한다. 판타스틱은 구석구석 아리랑을 배치해 놓았다. 그러다 마지막 피날레에서 아리랑이 울린다. 그러면 어느새 대부분의 관객이 이 가락을 따라하고 있다.

“‘아리랑’이 가진 힘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이 아니라 해외에서 공연할 때 아리랑의 저력을 매번 재확인합니다.” (신종현)


판타스틱의 배우와 제작진은 국악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도 충분히 해외에서 겨뤄볼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행복한 얼굴로 공연장을 떠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그 자부심은 자신감으로 바뀐다.

“두 시간 동안 뛰어다니고 악기를 연주하고 하다보면 체력이 엄청 소모돼요. 그런데도 다음 공연이 되면 또 똑같이 뛰어다녀요. 저희 음악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객석의 반응이 그대로 전달돼서 그런 것 같아요.” (김민재)

현악가문의 어머니인 소리는 다른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다. 한국 전통의 소리를 선보인다. 가사는 한국어로 되어 있다. 다른 통역이나 자막 없이도 모든 관객이 그의 소리 안에 빠져든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전달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딸을 바라보는 어미의 애틋한 심정이다. 음악이 통하는 순간, 언어의 장벽은 사라진다.

“처음에는 객석이 조용하면 저희가 긴장했어요. 재미가 없나 싶어서요. 지금은 문화권마다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관객들이 저희 공연을 통해서 국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처럼, 저희도 새로운 관객을 만날 때마다 국악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신종현)

두 시간의 흥겹고 애틋한 공연이 끝난 뒤, 무대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커튼콜에 등장한 배우들은 관객과 사진을 찍고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본래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다는 게 국악이 가진 힘이다.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된 판타스틱한 밤이었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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