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신드롬 일으킨 존 행크 나이앤틱 CEO

어두운 방에서 혼자 게임하는 이들을 바깥 세상으로 끌어내다

글 : 박정현 조선비즈 기자  / 사진 : 김지호 

사진제공 : 나이앤틱
미국 텍사스 주에 살던 소년 존은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푹 빠졌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스타트랙 ’ 게임을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놀았다. 소년은 여름방학 때 잔디 깎기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500달러로 ‘아타리 400’을 샀다. 그의 첫 퍼스널컴퓨터(PC)였다. 소년은 컴퓨터 잡지를 사서 읽으며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30년 후 소년은 ‘포켓몬 고(Pokemon Go)’라는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면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는 바로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앤틱(Niantic)의 존 행크(John Hanke· 49) 최고경영자(CEO)다.

“저는 작고 외진 동네에서 자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제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장소들을 탐험해보길 꿈꿨지요.”

어린 존 행크가 살던 텍사스 주의 캘러한카운티는 인구가 2만 명도 되지 않는 외딴 마을이었다. 바깥으로 나가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 존의 꿈이었다. 이때부터 그의 지도와 탐험에 대한 애착도 시작됐다. 텍사스대를 졸업한 행크는 인터넷과 기술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났다. 그곳에서 버클리대 하스경영대학원(MBA)에 다니면서 창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창업한 회사도, 두 번째 회사도 게임회사였다.

행크가 1995년 만든 게임은 다중접속 온라인 게임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메리디안59’다. 여러 사람이 동일한 세계를 공유하고 게임 자체가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메리디안59’가 성공하고 나자 그는 다시 캐주얼 온라인 게임 회사를 차렸다. 행크가 세 번째로 창업한 ‘키홀(Keyhole)’은 위성사진을 통해 지도를 구축하는 회사였다. 키홀은 200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 어스(Google Earth)’의 전신이 됐다. 구글 어스는 그림으로 된 지도가 아니라 위성사진으로 된 지도다. 구글 어스를 통해 지구를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행크가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을 구글 어스로 구현한 셈이다.

이후로도 그는 구글 어스, 구글 맵스(지도), 구글 스트리트뷰 등 지도 관련 서비스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나 몸집이 커져 이제는 대기업이 되어버린 구글에서 부사장 역할을 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다시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싶다”며 구글 사내 벤처를 설립했다. 이 사내 벤처에서 ‘인그레스(Ingress)’ ‘필드트립(Field Trip)’ 과 같은 게임을 개발해 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구글이 지주회사로 변경하면서 사내 벤처도 구글로부터 독립했다.

이 회사가 직원 수 50명 규모의 나이앤틱이다. 지난 7월 도쿄에서 나이앤틱의 행크 CEO를 만나 포켓몬 고의 개발 배경에 대해 물었다.


게임을 하려면 움직여라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의 기본 요소를 활용해 만든 스마트폰 게임이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엄청 좋아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날씨가 화창한 날에도 온종일 집에 앉아 게임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어요. 게임 속 인센티브를 활용해서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싶었습니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ugumented reality)의 기본적인 요소를 활용해 만든 스마트폰 게임이다. 포켓몬 고 게임을 실행하고 거리를 보면 이곳저곳에 귀여운 괴물이 살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 괴물을 잡는 것이 게임의 출발이다. 그런데 반드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바깥으로 나가 걸어 다녀야만 게임에서 괴물을 잡을 수 있다. 나이앤틱이 게임을 만들면서 정한 원칙이기도 하다.

“우리가 게임을 만들 때 생각한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세계가 게임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게임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죠. 그래서 나이앤틱은 세계지도 위에 ‘게임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장소나 그 나라 문화유산, 종교적 건물, 공공미술이 설치된 곳 등 장소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곳이 게임 안에서 게이머들이 찾아가는 장소가 됐습니다. 둘째, 게임을 하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바깥에 나가서 물리적으로 움직여야만 게임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신체 활동량 부족이 건강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에 대해 듣고 저는 충격을 받았어요. 셋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깥으로 나가서 서로 몰랐던 게이머들이 만나서 친해지고 같이 포켓몬을 잡기도 하는 것이죠.”

그의 이런 게임 원칙과 탐험 정신은 회사 이름 ‘나이앤틱’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나이앤틱은 1849년 골드러시 때 샌프란시스코에 온 포경선의 이름이다. 화재로 가라앉아 그 잔해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 속에 남아 있다. 행크 CEO는 “바닷가를 지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바다 깊은 곳에 배가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며 “세상에 숨겨져 있는, 잘 몰랐던 것들을 사람들이 찾고 탐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글 지도의 만우절 장난에서 영감 받아

지난 7월 14일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한 강원도 속초 엑스포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에선 포켓몬 고가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등으로 잘 알려진 ‘포켓몬스터’는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Nintendo)가 20년 전 출시한 게임이다.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고 포켓몬을 수집할 수 있는 종이카드가 나오면서 19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닌텐도는 모바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제대로 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던 지난 2014년 4월 1일. 구글이 만우절을 맞아 구글 맵스(지도)에 포켓몬(괴물)들이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행크 CEO는 일본 닌텐도에 연락을 취했다. 포켓몬스터라는 캐릭터로 게임을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구글이 2014년 만우절 장난으로 구글 지도에 무작위로 포켓몬스터가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했었어요.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됐는데 실외에서 뛰어다니면서 포켓몬스터를 잡는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고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이앤틱이 앞서 2011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히트작 ‘인그레스(Ingress)’가 있었기에 포켓몬 고가 가능했다. 인그레스는 게이머들의 위치 정보와 세계 명소(名所) 정보를 이용한 게임이다.

실제 나이앤틱은 인그레스 사용자들에게 본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잘 몰랐던 역사적인 장소, 예술작품들이 있는 곳이나 건축적 의미가 있는 곳들의 사진을 찍어서 게임 속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보내달라고 했다. 인그레스 사용자들은 약 1500만 건의 장소를 제출했고 이 중 500만 건을 승인했다. 이렇게 제출된 장소 데이터 중 가장 유명한 곳들은 포켓몬 고에서 ‘체육관(다른 포켓몬과 전투하는 곳)’과 ‘포켓스톱(Pokestop : 게임 아이템을 얻는 곳)’이 됐다.

인그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 지도’가 하나의 플랫폼이 된 것이고, 그 플랫폼 위에 포켓몬 고를 만든 것이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를 게임 세계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보는 장소들을 ‘게임 속의 장소’로 활용하고자 했다”며 “포켓몬 고에서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장소들은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저에겐 애가 셋인데, 우리 애들과 아내도 포켓몬 고를 좋아해요. 저는 포켓몬 고에서 5레벨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우리 애는 12레벨인가 14레벨까지 올라갔더라고요. 아내뿐 아니라 아내의 친구들도 포켓몬 고를 좋아해요. 애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뛰어놀려고 하니까요.”


신선한 공기 마시며 오감(五感)으로 즐긴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끌면서 이 게임이 출시된 국가들에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길을 가면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사고가 나거나 제한구역이나 사유지에 침범하는 일도 있었고 도둑으로 오인받는 일도 생겼다. 일부 종교시설은 포켓몬이 나타나는 장소로 알려져 인파가 몰리자 ‘게임 속 장소’에서 빼달라고 나이앤틱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포켓몬 고가 출시되지 않았지만, 행크 CEO도 ‘속초 포켓몬 고 열풍’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직 한국에선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버스표가 매진되고 게임을 위한 투어가 생겼다고 들었어요. 정말 대단합니다. 포켓몬 고가 되는 도시의 시장(속초시장)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고 들었는데 그 역시 멋진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는 새로운 포켓몬스터들이 특정 장소에서,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 게임에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그레스 게이머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 게임상 점수를 얻듯이, 포켓몬 고 게이머들도 오프라인 행사나 모임에 참석하면 점수를 얻는 형식으로 게임을 진화시켜 점점 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낼 것이란 뜻이다.

그는 “인간은 전자기기들을 머리에 부착한 채 어두운 방 안에 앉아서 지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감(五 感)을 사용해가며 게임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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