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요법 전문 연구기업 닥터키친 박재연 대표

당뇨 환자에게 ‘먹는 즐거움’을 드립니다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지난 5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뇨병 인구(당뇨병 고위험군 포함)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했다. 당뇨병 환자의 가장 큰 고민은 ‘식단 짜기’다. 단조롭고 제한적인 식단은 그들에게서 ‘먹는 즐거움’을 빼앗았다. 박재연 대표는 당뇨 환자들이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7월 ‘닥터키친’을 설립했다.
닥터키친은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식단을 개발하는 식이요법 전문 연구 기업이다. ‘Doctor(의사)’와 ‘Kitchen(부엌)’을 조합해 만든 회사명은 ‘영양 균형이 체계적으로 잡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한다’ 는 그들의 모토를 담고 있다.

사진제공 : 닥터키친
국내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 환자

닥터키친의 첫 타깃은 당뇨 환자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한 명은 당뇨 환자이며, 2.5명은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단계(출처: 대한당뇨병학회)에 있을 만큼 당뇨는 대중적인 질병이 됐다. 당뇨는 치료보다도 평소에 꾸준한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짜고 단 음식은 물론 피해야 할 식재료가 많은 당뇨 환자에게 이는 쉽지 않다. 집에서 해 먹자니 평소에 안 좋아하던 채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 먹자니 당뇨 환자를 위한 음식은 대부분 비싼 데다 양은 터무니없이 적다.

박재연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팅 회사에 오래 다니다 대기업에서 신규 사업 기획팀장으로 일했다. 그는 문득 개발되지 않은 영역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평소에 관심 있던 요식업과 의료 분야를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식단 조절이 중요한 질병을 생각해보니 당뇨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는 당뇨 환자들이 수두룩한데도 그들을 위한 적절한 요식업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뇨 환자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박 대표는 블루오션에 뛰어들었다. 우선 당뇨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대한당뇨병학회, 미국당뇨병학회, 세계보건기구 등 국내외 당뇨병 관련 연구 기관의 논문과 연구 자료를 공부했다.

“당뇨는 외국에서 오히려 더 흔한 병이에요. ‘선진국병’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경제가 발달한 여러 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당뇨 연구를 해왔죠. 나라마다 식문화가 다른 만큼 당뇨 환자들을 위한 식단도 다양해요. 이것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그는 여러 의사들, 연구원들, 요리사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제 경력을 보고 탐탁지 않아 하던 분들이 많았어요. 당뇨병과 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죠. 굴하지 않고 사업 아이템의 당위성을 차근차근 설명하니 생각보다 제 의견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결과 현재 좋은문화병원,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등 여러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식단 개발뿐 아니라 당뇨병에 대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식단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병원과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유전자 분석 기반 맞춤형 식단에 대한 임상실험도 계획 중이다. 모든 음식은 자체 레시피팀이 개발하고 쉐라톤워커힐, 롯데호텔 등 5성급 호텔 출신 셰프들의 자문을 거친 뒤 판매한다. 지난 6월에는 사업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인 미래과학기술지주로부터 투자 유치를 성공하기도 했다.


‘영양과 맛’ 모두 갖춘 370여 메뉴 개발

영양과 맛을 고려해 닥터키친이 개발한 당뇨 환자용 메뉴들.
왼쪽부터 된장소스 연어구이, 바싹불고기, 맑은새우탕.
닥터키친의 메뉴는 370여 가지다. 한·중·일·양식에 디저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메뉴를 보면 ‘이런 음식을 당뇨 환자가 정말 먹어도 돼?’라는 생각이 든다. ‘매콤오징어볶음’ ‘견과류닭조림’ ‘굴소스해물채소볶음’ 등 일반 가정식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요리부터 보통 당뇨 환자라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알려진 자장면이나 라면까지 판매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단기 치료로 낫기 어렵기 때문에 특이한 메뉴보다 대중적이고 일상생활에서 자주 먹는 메뉴로 구성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영양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당뇨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의 종류는 많은 메뉴를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간을 하지 않고 맛있게 요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 재료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어요. 자장면에 사용된 가지면이 하나의 예죠. 고객을 대상으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뽑아달라’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1위가 자장면이었어요. 밀가루 대신 가지면을 사용하니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이 낮아져 당뇨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자장면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이벤트에서 2위를 차지한 떡볶이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에요.”

닥터키친은 식재료뿐 아니라 일부 소스도 자체 개발했다. 염과 당 수치는 절반 이하지만 먹는 이들은 싱겁다고 느끼지 않는 양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고객들이 이렇게 짭짤하게 먹어도 되냐는 문자를 보내요. 만성 당뇨 환자들은 싱거워야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강박 관념이 있어요. 그런데 건강한 음식이라고 꼭 밍밍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닥터키친의 식단은 2주와 4주 코스로 나뉘어 있고 가격은 끼니당 평균 1만 원 정도다.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상반된다. 가격이 더 비싸도 되니까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해달라는 의견과 평범한 집밥 메뉴를 섞어 가격을 조금 낮춰달라는 의견이 공존한다.

“저희 음식을 통해 약이나 병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면 그다지 높은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양이나 반찬 종류를 적게 한 라이트(light) 버전도 고민 중입니다.”

닥터키친은 직원 15명으로 구성된 아직 작은 기업이지만 매월 30~4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고객을 지키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꾸준한 매출 증가의 이유다. 당뇨가 완치되거나 여행을 가는 등 식단을 조절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을 제외하면 닥터키친 고객의 재구매율은 70~80%다.

“저희는 고객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하며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종종 음식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장문의 문자로 보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요즘에는 마음 놓고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주셔서 직원들이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앞으로 닥터키친의 사업 영역을 점점 넓힐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반조리가 아닌 도시락 형태로 점심을 배달하고 있다. 또한 당뇨병 외에도 식생활이 중요한 성인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한 식단을 개발했고, 이른 시일 내에 판매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해외 진출이 있다.

“글로벌한 식이요법 전문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어느 나라나 식단 관리를 고민하는 환자들은 많으니 저희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믿어요. 우선 당뇨 환자가 1억 명이라는 중국부터 시작해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고 싶어요.”
  • 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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