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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과 멸망의 갈림길 앞에 선 인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변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을까? 수렵·채집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했을까? 첨단 과학은 인간을 멸망시킬까 혹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까?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사진제공 : 김영사
인류의 기원으로 돌아가 문화가 발전해온 계기와 과정을 되짚으며,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40) 히브리대 교수가 4월 25일 방한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화제가 된 이 책은 한국에서만 발행 7개월 만에 13만 부가 팔렸다. 중국, 대만을 거쳐 한국을 처음 찾은 유발 하라리 교수의 인기는 대단했다. 주요 언론사들이 그의 방한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으며 네이버가 생중계한 그의 강연에는 1만4000명이 접속했다. 한국에 머문 일주일 동안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등 저명 학자들과 대담을 나눴고 세 차례 대중 앞에서 강연했다. 기자는 기자간담회와 두 차례의 강연장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를 만났다.


가장 우려되는 과학기술은 인공지능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하라리 교수는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히브리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며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역사와 정의, 문명의 발전과 행복의 상관관계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역사를 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피엔스》는 우주에 생명체가 생긴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구의 나이를 약 46억 년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약 7만 년 전에 등장했다. ‘생각하는 존재’라는 뜻의 호모사피엔스는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세상의 주도권을 강화했다. 인간은 인지혁명의 시작으로 불을 지배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오르고 언어를 통해 사회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후 농업혁명을 통해 정착 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급격한 인구 증가를 경험한다. 늘어난 인구를 통제하는 강력한 무기는 종교, 계급, 권력 등 허구의 신화들이다. 500년 전에 일어난 과학혁명은 인간에게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우리는 조만간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겁니다. 유전공학이 천재 생쥐를 만들 수 있다면 천재 인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공이었지만 오늘날 이 분야를 공학자들이 넘겨받았고, 이제 죽음은 기술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기술로 항생제와 백신 개발을 꼽았다. 그 이유는 유아 및 전쟁 부상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 개발되는 기술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기술은 인공지능이라고 답했다.

4월 28일 경희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유발 하라리 교수를 소개하고 있다.
“30~40년 뒤에는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몰아낼 겁니다. 택시기사, 의사 같은 직업의 업무는 인공지능이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죠. 인간의 감정도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감정은 생존의 필요에 따라 생겨난 복잡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입니다. 인공지능은 표정 읽기나 언어 선택 분석에서 이미 사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라리 교수는 “마음은 과학이 이해하는 데 실패한 주제”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은 의식이 없어요. 알파고는 이세돌과 경기하면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았죠. 지금까지 지능이 높은 존재는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어요. 알파고처럼 지능은 높지만 의식이 제로인 존재가 등장하면서 이런 공식이 깨졌습니다. 현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농업·산업 시대의 유산입니다.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합니다.”

하라리 교수는 역사학자이지만 생물학, 생태학, 인류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현 인류가 직면한 기후온난화, 인공지능, 유전공학 등은 글로벌 시스템 협력 아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는 지금을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1945년 이후 핵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지 않았어요. 국가 간 협력으로 핵전쟁 도전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고 있듯이 인공지능 문제도 현명하게 해결할 것으로 믿습니다.”


사피엔스를 대체할 새로운 종의 탄생 가능성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은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라리 교수는 “앞으로 200년 안에 현재와 같은 인간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스스로 변화할 거라는 이야기다. 생체공학 기술의 발달은 이미 인간의 신체를 더 강하게 변모시키고 있다. 인공 팔과 다리, 인공장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젊은 시절의 근력을 유지하며 장수하는 인간이 늘 거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SF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사이보그 같은 새로운 종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은 미래 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현재의 학교교육은 아이들이 컸을 때 아무 소용없게 될 겁니다. 오히려 정규 수업보다 휴식 시간에 놀면서 배우는 게 더 쓸모 있을지 모르죠. 지금 아이들은 기존 세대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 겁니다. 저를 비롯해 부모 세대는 일정 기간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 그 배운 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질 거예요.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변화하는 능력을 가져야 해요. 교육의 목적과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하라리 교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본인도 매일 2시간씩 불교식 명상을 하고 있다. 해마다 30~60일간 외부와 자신을 완전히 격리하는 불교 의례(결제)도 지키고 있다. 이 시기에는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꺼놓고 어떤 외부 연락도 받지 않는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 그가 경험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며 통찰력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마른 체격의 그는 고기, 우유, 달걀 등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이다.

“역사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모든 생명체에 윤리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동물도 고통을 느낍니다. 가축들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이 아닌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선택했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뒤, 그는 여유 시간이 줄어든 점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곧 발간할 새 책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무엇보다 통찰력과 생각의 유연성이 떨어질까봐 스스로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새 책 《미래의 역사》는 오는 9월 영어로 출간되고 한국에서는 내년쯤 나온다. 이 책은 인류가 미래에 맞을 기회와 위협을 전망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앞으로 10~11세 아이들이 인류의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쓸 계획도 있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 앞에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죠. 현재 인류는 인공지능 등 첨단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번영과 멸망의 갈림길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 대한 이해 덕분에 생명의 미래에 대해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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