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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이기는 멘탈지능

《2막의 멘탈》 저자 오영철

인류에게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인간보다 똑똑하고, 빠르고, 정확한 피조물 앞에서 창조자 인간은 백기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패배감에 빠지기엔 이르다. 인간에게는 아직 정복되지 않은 멘탈이 있다. 멘탈지능(MQ)이 새 시대를 여는 열쇠라고 말하는 오영철 교수를 만났다.
《유엔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에는 일자리의 80%가 사라진다고 한다. 2030년에 이르면 20억 개의 일자리가 소멸된다는 게 이들의 예측이다. 버스카드가 버스 안내양을, 하이패스가 고속도로 요금징수원을 사라지게 했듯이 21세기에도 인간의 자리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전문직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구본권 기자가 쓴 《로봇 시대, 인간의 일》에 따르면 ‘한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고도의 전문직이었던 비행기 항법사는 GPS(위성항법장치)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겨졌던 보고서가 현실로 다가온 건 ‘알파고’ 때문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수많은 보고서를 3D로 압축해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AI의 시대, 한가로이 망중한에 빠질 시간도 없다. 인간보다 앞선 지능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가운 이야기가 들렸다. KBS 기자 출신으로 현재 인재개발원에서 저널리즘 교육을 주관하는 오영철 교수가 이 질문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이다. 제목은 《2막의 멘탈》. 그가 말하는 2막은 개인이 삶의 변곡점을 겪은 뒤 만나는 인생의 2막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인류문명의 2막을 포괄한다. 사실상 본질은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연민과 공감의 리더십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딥마인드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21세기가 되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그 흐름이 옮겨가리라는 전망이 많았어요. 인공지능 시대는 물질에서 정신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라고 생각해요. 웬만한 일은 이제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보다 훨씬 잘하겠지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마음과 영성 두 분야만 남을 겁니다.”

마음과 감정과 영혼의 영역, 그는 이를 ‘멘탈’이라고 통칭했다. 멘탈의 능력을 키우는 게 다음 시대를 살 힘이라는 것이다. 이제 IQ의 시대는 가고, MQ(Mental Quotient)의 시대가 왔다. 그는 먼저 흰 종이 위에 빙산을 그렸다. 밖으로 드러난 20%의 일각과 물 속에 잠긴 80%의 영역.

“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무의식, 마음의 상태예요. 이 마음이 표현된 것이 말이고 행동이죠.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전체 사회의 80%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수면 아래에 있어요. 새로운 시대도 소수의 양자물리학자나 영성가들에게 맡기고 있죠. 그래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멘탈이 ‘정신적인 생필품’입니다.”

그가 책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인 미디어로라도 멘탈의 힘을 기를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오영철 교수 자신에게는 1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린 내면 순례의 여정이었지만, 보는 이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랐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저는 멘탈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도 했고, 지리산 남북 종주도 했어요. 각각이 유의미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지 않아도 MQ를 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간절히 찾던 그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았죠.”

선문답처럼 들린다. 하지만 멘탈의 영역은 물질세계의 언어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이 힘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구글의 멘탈교육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다름 아닌 MQ다.

“구글 초기 멤버 중에 세계적인 명상가가 있습니다. 차드 멍 탄이라는 사람이에요. 그는 사물의 본성이 행복이지 불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것을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했죠. 그가 이끄는 리더십은 감시나 경쟁이 아닙니다. 연민과 공감의 리더십이에요.”

멍 탄의 저서인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보면 내용은 좀 더 명료해진다. 그는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 멘탈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체계적인 매뉴얼로 만들기 위해 세계 주요 신경과학자, 심리학자, CEO, 선승 등을 불러 모았다. 구글의 천재들까지 합세해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불과 7주간 20시간의 교육을 시행했을 뿐인데 구글이 달라졌다. 개개인의 감정조절 능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이에 따라 자신감, 인간관계, 업무력, 리더십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해결됐다.

“속으로 미워하면서 겉으로 부드러운 말을 한다고 통하지 않아요. 마음과 몸이 찢어집니다. 상황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꾸어야 합니다. 멘탈이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본질이 물질에서 정신으로 넘어왔어요. 이 변화를 알려주는 시그널이 알파고였던 셈이죠.”


구글의 교육 프로그램, 내면검색

구글에서 멘탈교육을 이끄는 차드 멍 탄
차드 멍 탄은 멘탈지능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과 타인의 기분, 감정을 이해하고 이 정보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이 높아지면 ‘지극히 건강한 마음에서 비롯한 깊은 충일감’을 느끼게 된다. 마음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유지되는 완전한 감정적 균형이다.

“세계적인 경영의 추세는 지식경영에서 지혜경영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감성지능이 높은 리더가 좋은 리더로 평가받습니다. 사람에게는 에너지의 파장이 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는 파장으로 느껴져요. 부정적인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손을 들어 때리지 않더라도, 에너지로는 이미 상대를 해치고 있는 거죠.”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전히 현실은 어렵고 불의한 일들이 일어난다. 앞으로의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런데 다정다감함,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일종의 ‘정신 승리’가 아닐까.

“인간의 정신은 사실 어떻게 이름 짓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성공과 실패는 사실 그것을 성공이라고 부르고, 실패라고 불렀기 때문에 달라지는 걸지도 몰라요. 성공이 실패일 수 있고, 실패가 성공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의 문제지요.”


예를 들어 〈명량〉의 이순신 장군은 수백 척의 왜선과 맞선 상황에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외쳤다. 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보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이런 위인뿐 아니라 누구든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순간 잠재되었던 능력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줄에 묶여 꼼짝도 못하게 길들여진 코끼리가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는 순간, 쇠사슬은 가볍게 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위기, 준비되지 않은 2막이 찾아올 때 많은 사람이 좌절합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인생을 잘 일구어왔던 이들이 갑자기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 역시 마흔두 살이 되었을 때 제 인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아, 즉 에고의 노예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평생을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온 삶, 그 끝에 허망함이 찾아오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인간은 버틸 힘을 잃어버린다.

“물질문명은 에고를 좇아온 삶과 비슷해요. 물질적인 성취, 수치와 통계… 이런 게 성공의 척도였죠. 이제 다시 내면으로 돌아간다면 인공지능 시대가 와도 이겨낼 힘이 생깁니다. 결국 내부의 변화가 외부의 변화를 이길 힘을 만듭니다.”

‘자기 자신이 되어라’ ‘두려움 없이 네 삶을 살아라’, 선승의 격언 같은 이 문장이 결국 우리의 깊은 내면에서 발견되어야 할 소리였다. 그러고보니 역설적이게도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 회사 이름은 ‘딥마인드(Deep Mind)’다.
  •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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