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상병의 꿈

당신의 스토리는 무엇입니까

글 : 유슬기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두 번 놀랐다. 대표의 이름에 놀랐고, 그 대표가 군인이라 놀랐다. 아이엔지스토리 대표이자 현재 육군 51사단에 복무하고 있는 강남구 대표는 군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사업에 자양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 : 51사단
첫 영업은 청바지였다. SNS의 조상격인 미니홈피가 대세이던 시절, 그의 홈피에는 방문자 수가 항상 많았다. 비결을 물어보니, ‘인기 많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많아서’였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을 끄는 기술(?)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그는 미니홈피를 이용해 청바지를 팔기 시작했다.

“당시 청바지는 ‘구제’가 유행이었어요. 제가 살던 지역이 안양이었는데, 서울에서 유행하는 구제 청바지는 안양까지 오는 동안 가격이 너무 비싸지는 거예요. 서울에 가서 가격 조사를 해보니 직접 떼어다 팔면 승산이 있겠더라고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구제를 입고 싶었던 안양의 중・고등학생들이 열렬히 응답했다. 첫 사업의 성공, 그는 자신의 길이 다른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공부를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어요. 대신 학창 시절 내내 반장은 도맡아 했어요.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 전교회장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성적이 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집중력 있게 하니까 성적이 쑥 오르더라고요.”

영어와 수학은 항상 우등반(심화반)에 있었다. 우수한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왜 다들 성적에 맞춰 앞길을 결정할까’, 대학이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창업을 생각했다. 청바지를 팔아 번 돈이 종잣돈이 됐다.


선(先)진로 후(後)진학


얼마 전 대구 경덕여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서울대 대신 은행원을 선택해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을 갔어도 4년 후에 은행원이 될 거 굳이 지름길이 있는데 왜 돌아서 가야 할까” 싶었고, “남들이 다 한다고 해도 그것도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퍼 고졸’로 남는 것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생긴 게 그는 반갑다. “선진로, 후진학”이 그가 늘 외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가 강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first mover, fast follower’예요. 처음 시작한 이가 있다면 그를 따르는 이들은 더 빨라야 한다는 거죠. 애플과 삼성의 관계처럼요.”

그는 ‘first mover’와 ‘fast follower’ 사이를 오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창업에 뛰어든 건 남들보다 빨랐지만,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는 ‘이미 창업해 성공을 거둔 이들의 비결’을 좇았다. 사실 창업은 쉽지 않았다. ‘수도 없이 망하던 시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에서 성공했던 아이템들을 한국에 도입했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A4 용지를 대학 캠퍼스에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사업을 계획했었어요. 서울에 있는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협업을 했죠. 뒷면에 광고를 넣어서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었어요.”

사업은 부진했지만, 좋은 인연들이 남았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신현성 대표를 만난 것도 이 즈음이다. 그의 아이디어를 들은 신 대표는 ‘티몬에서 함께 일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후 그는 사내에서 ‘최연소 영업맨’이자, ‘억대 연봉맨’이 됐다.

“함께 근무하던 분들이 최소 명문대 졸업하신 분들이거나, 해외 유학파였어요.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이분들보다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어요. 제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선배나 상사들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했다는 거죠. ‘이게 될까?’ ‘이게 맞나?’라는 의심을 품지 않고 그분들이 말해준 그대로를 따랐어요. 아마 제 안에 다른 지식이나 선입견이 없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조직 내의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대우는 안정적이었지만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꿈은 마흔에 은퇴하는 것. 그때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실제로 제가 강연을 많이 했어요. 처음엔 제 발로 강연을 찾아갔어요.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강연료가 아무리 적어도, 아무리 작은 단체라도 가리지 않았죠. 강연을 직접 해보면서 강연의 힘을 알게 됐어요. 특히 지금 청소년들은 진로와 관련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요. 이 학생들과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육서비스 업체인 ‘아이엔지스토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2년 11월의 일이다. 모두가 비슷한 꿈을 꾸는 건 이들의 경험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가진 멘토들이 함께 한다면 학력이나 스펙을 넘어 무한대의 꿈을 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인과의 만남, 현장 직업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박람회, 캠프, 학부모 진로 아카데미 등도 열었다. 현재 아이엔지스토리에 등록된 강사는 2000여 명에 이른다.

“저희 강연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직업인과의 만남이에요. 현직 모델, 현직 선수, 현직 마케터 등이 직접 강의를 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듣는 학생들의 반응도 달라요. 수업이 끝나도 교실 뒤로 줄이 길게 이어집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죠.”

현장의 반응과 강사들의 반응 둘 다 좋았다. 사업에 탄력을 받을 시기, 그는 군 입대를 결정한다.


군인 강남구, 인생 2막을 준비하다


“제가 스물다섯에 현역에 입대했어요. 더 미루지 않은 건, 2016년부터 자유학기제가 도입될 거라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사업의 영역이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군대를 다녀와야 했죠.”

아이엔지스토리는 공동대표 경영체제로 바뀌었다. 군생활은 쉽지 않았다. 모두를 이끌고 총괄하던 회사 대표, 리더의 자리에서 명령과 허락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병사의 자리로 옮겨 오니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저는 사회에서도 시간을 쪼개 쓰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짜여진 일과에 맞춰 움직여야 하잖아요. 지금은 상병이라 여유 시간을 좀 쓸 수 있게 돼서 좋죠. 틈이 나면 북카페에 와서 책을 읽습니다.”

얼마 전에는 부대 ‘다독왕’에 뽑히기도 했다. 그가 복무 중인 전승부대 헌병대 안에는 북카페가 마련돼 있다. 장병들이 책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정기적으로 진중문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신간도 읽을 수 있다. 최근 그가 읽은 책은 《유엔미래보고서》 《장사의 신》 등이다.

“‘앞으로의 시대가 어떻게 될까’가 저의 관심사입니다. 제대 후에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도서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경영전략서나 마케팅 도서들도 제가 사업을 경험 해봐서 그런지 더 잘 읽히고요.”

군대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겸손’이라고 그는 말했다. 군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 때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기회를 잡으라’는 것이다.

“기회는 항상 벅차게 찾아와요. 그 기회를 잡으면 그만큼 열매도 큽니다. 청춘이라면 기회는 늘 찾아와요. 어려울 때 기회를 잡으면 그만큼 성과도 높고요. ‘high risk, high return’의 법칙이죠.”

그에게는 지금 군생활이 기회다. 때로는 벅찬 시간이지만, 지금의 청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마흔에 은퇴하고 나면 그때부턴 정말 제가 해보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고 싶어요. 공부도 더 하고,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요. 그러려면 일단 마흔까지는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 2016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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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닥터   ( 2016-04-28 ) 찬성 : 29 반대 : 29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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