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퍼엉

“우울할 때 위로가 되는 그림”

글 : 이재인 인턴 기자(고려대 4학년)  / 사진 : 김선아 

웹툰과 웹소설에 이어 인터넷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인 웹일러스트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네이버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웹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그라폴리오’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그라폴리오에 작품을 연재하는 창작자 9000여 명 가운데 퍼엉 작가는 3만 9000명에 달하는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퍼엉 작가의 그림을 보며 ‘색감이 포근하고 따뜻하다’ ‘연애하는 내 모습 같다’ ‘우울할 때 위로가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개인 SNS에 그림을 올리던 평범한 여학생은 자신의 작품을 모아 책을 내고 유명 프랜차이즈 음료 회사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스타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국제도서전’에서는 주빈국인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초대받기도 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그를 만났다.


내 관심사는 오직 그림뿐


퍼엉 작가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그림을 올린다. 2014년 네이버는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라폴리오’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했다. 퍼엉 작가는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초대장을 보내와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제 그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어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는 부끄러워서 인터넷에 올리게 되었어요. 블로그나 카페에 그림을 자주 올리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았죠. 지금은 더 많은 분과 그림을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연재 초창기부터 좋아요 수나 팔로어 수가 많은 편이긴 했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학업과 온라인 연재를 병행해야 하는 그는 온종일 그림만 그린다.

“작품 하나 그리는 데 5시간 정도 걸려요. 시간이 빠듯할 정도는 아니죠. 학교에서 과제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는 한계의 벽에 자꾸 부딪히는 것 같아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림은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스트레스 받지 않아요.”

그의 관심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뿐이었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게 좋아서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기 전에도 평생 그림을 그리겠다는 확신은 있었다.


“제가 말주변이 없는 편인데 그림을 그릴 때면 하고 싶은 말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말주변이 없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 대신 그림을 택했어요.”

그렇지만 그는 예체능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고등학교가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공부를 해보라는 부모님의 설득 때문이었다.

“학생 때도, 지금도 제가 그림을 특별하게 잘 그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평범한 직업을 가져야 하나 잠깐 고민한 적은 있지만 그림을 안 그리고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결국 이 분야에서 일하기로 했죠.”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9000여 명의 작가들과 월평균 80만 명의 방문자들이 이용하는 그라폴리오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은 웹툰이나 웹소설보다 상대적으로 언어의 장벽이 낮고 작품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웹일러스트의 특징 덕분이다.


작품에 달리는 댓글의 절반이 영어


퍼엉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그의 작품에 달리는 댓글은 반 이상이 영어다. 작년 6월에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는 목표 모금액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2시간 만에 달성하고 펀딩 기간인 한 달 동안 12만6000달러(약 1억5000만 원) 이상을 모금했다. 퍼엉 작가의 그림이 담긴 엽서, 아트북, 포스터 등을 보상으로 준 이 캠페인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 모금액 역대 3위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그의 그림에 대한 반응은 ‘퍼엉’ 하고 터졌다.

“제 그림을 꾸준히 보시는 팬 중에서 페브릭 포스터로 베개 커버를 만들었다는 분과 제 그림 속 공간들을 건축 모형으로 구현해서 ‘퍼엉의 아틀리에’라고 이름 붙였다는 건축과 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해외 팬들에게 유난히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그는 수줍은 표정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함 때문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다.

“제 그림 속 캐릭터는 평범한 두 남녀예요. 이름도 없고, 외모가 화려하지도 않은 두 캐릭터는 마치 아직 채색되지 않은 스케치로 느껴질 정도로 무난해요. 보는 사람들의 사연이 그림에 스며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댓글을 보면 ‘내 이야기 아니냐’ ‘나 스토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거든요(웃음). 또 제가 다루는 ‘사랑’은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그의 그림은 이렇게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소중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바쁘게 사느라 잊은 연인과의 행복한 순간을 다시 꺼내 보면서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렸지만, 학생 때는 저를 위한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요. 인터넷에 올릴 그림을 그릴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즐겁게 그리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 행복했던 일상, 상상 속의 배경 등을 담게 됐죠.”

그는 앞으로 웹일러스트 외에 다른 분야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만큼 영상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 언젠가는 직접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의 SNS에서는 이미 여러 편의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바쁘게 지내면서 지치고 피곤할 때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달린 독자들의 댓글을 본다.

“독자분들의 반응은 저에게 항상 감동을 줘요. 제 그림을 보고 감사하다, 위로가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 제가 더 감사하죠.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서 더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2016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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