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불후의 명곡〉 권재영 PD

전설의 가수와 아이돌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KBS 2TV 〈불후의 명곡〉(이하 불후)은 가요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뮤지션과 후배 가수들이 전설의 명곡을 다양한 장르로 편곡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전설 뮤지션의 헌정 무대이면서 후배 가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심수봉·이미자·이선희·패티김·마이클 볼튼 등 내로라하는 하는 전설과 함께 문명진·알리·에일리·손승연·벤·황치열과 같은 신인 가수들이 〈불후〉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매주 새로운 장르의 다채로운 무대를 볼 수 있는 〈불후〉만의 매력으로 음악경연 프로그램 중에서는 유일하게 5년째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 KBS
2011년 초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당시 〈뮤직뱅크〉를 연출하고 있던 권재영 PD에게 미션이 떨어졌다. 〈나는 가수다〉를 잡을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는 것. 그는 짧은 시간에 획기적인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야 했다.

“아마 〈나가수〉가 없었다면 〈불후〉라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나가수〉가 모티프가 됐지만 차별화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당시 그는 〈뮤직뱅크〉를 연출하면서 그룹에 가려져 제대로 실력을 평가받지 못하는 아이돌을 떠올렸다. 그리고 기성세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설의 가수들과 아이돌의 조화를 생각해냈다. 2011년 6월 첫 방송에 출연한 전설은 심수봉, 아이돌은 효린・아이유・종현・창민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명곡 판정단과 전설 앞에서 노래 대결 후 우승자를 가리며 다양한 연령층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아이돌은 바쁜 스케줄로 고정 출연이 힘들어지면서 한 명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대안으로 ‘젊은 보컬리스트’ 특집을 기획해 휘성・김태우・환희・서인영・케이윌 등을 무대에 올렸고, 소위 대박이 났다. 그 특집을 계기로 아이돌에 한정짓지 않고 숨어 있는 가수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후〉를 통해 알리・에일리・ 문명진・손승연・황치열 등은 이름을 알리고 스타가 되었다. 특히 알리는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단 두 곡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이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고, 문명진은 팝의 거장 마이클 볼튼에게 최대의 찬사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활동을 쉬던 가수나 무대에 설 기회가 드물던 무명가수, 중견가수 등이 재평가받기도 했다.

“〈불후〉를 통해 잘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그러나 그 친구들이 잘될 수 있었던 건 이미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불후〉가 아니었어도 언젠간 발휘될 역량이었던 거죠. 〈불후〉는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줬을 뿐이에요. 신인 가수들이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불후〉에 나오고 싶어 하는 가수들이 많아졌어요. 저도 고맙게 생각해요.”

불후는 신인부터 아이돌, 경력 가수, 뮤지컬 배우, 팝페라 가수, 국악인 등 출연자의 폭을 넓혀 새롭게 해석한 편곡, 뮤지컬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 국악과 힙합의 컬래버레이션 등 화려한 퍼포먼스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 누군가는 전설을 쓰고 있다


〈불후〉에 출연하는 가수의 선정 기준은 엄격하다. 가요계 전설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무대이니만큼 아무리 인기 아이돌이라 하더라도 가창력은 필수다.

“가창력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 무대에서 보여줄 역량,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합니다. 신인 혹은 다른 장르의 출연진은 제가 직접 오디션을 진행합니다.”

불후의 전설은 히트곡 6곡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데, 2년 동안 레전드라 불리는 가수 100명이 넘게 출연했다.

“2013년 초 더 이상 전설이 없지 않느냐, 프로그램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그때 전설을 가수에 국한시키지 않고 80년, 90년대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 작곡가, 가을에 떠오르는 노래,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 등 다양한 특집을 기획하면서 마이클 볼튼을 캐스팅하기도 했죠.”


‘전설’을 캐스팅하기 위해 언제든 고군분투할 준비가 돼 있는 그는 첫 출연자였던 심수봉을 섭외하기 위해 그의 집 앞에서 ‘비나리’를 2절까지 불렀다. 또 이선희・이미자 전설은 3년간 공을 들였다. 5년째 문을 두드리고 있는 전설이 있는가 하면, “왜 이제 연락했느냐”며 선뜻 반겨주는 전설도 있다고 한다.

“이제 전설은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그동안 전설이라 불리는 가수들이 존재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그 누군가는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전설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노래 선곡에 가장 많은 힘을 쏟는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시대를 회상할 수 있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 신인 가수가 나와서 무대를 꾸며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하려고 합니다.”

그는 매주 기획회의 때 불후의 전설, 혹은 어떤 특집을 할 것인지 아이템을 선정한 후 가수 캐스팅과 선곡 리스트를 정한다.

“가수들에게 선곡 리스트를 건네 3지망까지 지원곡을 받아요. 그런데 출연진 대부분이 전설의 히트곡을 부르길 원해요. 본인이 원하는 곡을 부르지 못하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는 가수들이 종종 있어 출연자의 선곡 조율 과정이 어려울 때가 있지요(웃음).”

그는 1997년 공채로 입사해 〈뮤직뱅크〉 〈시크릿〉 〈위기탈출 넘버원〉 〈일말의 순정〉 등을 연출했다. 현재 〈불후〉에 녹여내는 음악 아이템은 그가 어릴 적 들었던 음악이 기반이 됐다고 한다.

“오타쿠 성향이 있는 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팝, 가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미친 듯이 들었죠. 학교 앞 LP가게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 들었던 음악들이 지금 〈불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불후〉의 메인 PD로서 가장 많이 하는 게 노래를 듣는 거예요.”


학창시절부터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예능 PD를 꿈꾸었고, KBS 입사 전엔 잠시 한 광고회사의 음악 PD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조연출 7년여 기간 동안 시트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조연출 기간 동안 많은 걸 배웠지만 늘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시트콤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잠시 〈불후〉에서 빠진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프로그램의 존폐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시청률이 바닥을 쳤어요. 〈불후〉에 컴백해 지난해 4월 이미자・이선희 전설을 캐스팅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불후〉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데는 조연출 3명, 작가 6명, 음향, 외주 등의 스태프까지 원년 멤버들의 끈끈한 팀워크가 기반이 됐다고 한다.

“모든 스태프가 오랜 기간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제작진 역시 〈불후〉에 애착이 많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운드와 제작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쳐가면서 고민을 늘 함께합니다.”

예능 PD로서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감각을 가진 후배 PD들을 서포트해주는 것도 고참 PD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앞으로도 〈불후의 명곡〉은 가수들에겐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시청자에겐 듣고 싶어 하는 곡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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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kenko   ( 2020-06-27 )    수정   삭제 찬성 : 반대 :
불후의 명곡이라는 타이틀과 맞게 이제는 재탕 삼탕출연 식상한 가수들 잠시 재충전 기회를 주고 각 분야에서 인생을 잘 가꾸어온 명사들도 등장해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든다.
 명곡에 얽힌 스토리도 간간히 설명할수있는 유식하고 무게도 좀있는 사화자도 고려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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