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잘 자라줘서 고마워!”

영화 〈비밀〉에서 첫 주연 김유정

영화라는 현장이 학교라면, 김유정은 개근상과 우수상을 두루 받는 학생이다. 매년 작품에 등장했고, 매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로 12년 차 배우, 이제는 하나의 작품을 이끌고 가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영화 〈비밀〉에서 ‘살인자의 딸’로 등장해 양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김유정을 만났다.
김유정의 성장기는 전 국민이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다섯 살의 나이에 한 제과업체의 어린이 모델이 된 후, 2004년부터는 한 해도 빠짐없이 작품에 등장했다. 그사이 임수정(〈각설탕〉(2006)), 송혜교(〈황진이〉(2007)), 한효주(〈일지매〉(2008)), 문근영(〈바람의 화원〉 (2009)), 김하늘(〈로드넘버원〉(2010)), 한가인(〈해를 품은 달〉(2012)), 유이(〈황금무지개〉(2013))의 아역을 거쳤다. 당대를 대표하는 여배우의 어린 시절을 대부분 지나왔다고 할 수 있는데, 도리어 주인공이던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의 연기’를 따라가지 못할까 봐 긴장할 정도였다.

칠판보다 카메라를 자주 보고, 교실보다 세트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김유정은 학교에서 배워야 할 많은 것을 촬영 현장에서 배웠다. 아역을 연기하면서도 ‘이 아이가 크면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했다. 극 중에서 성인이 된 자신을 간접 경험하면서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누군가의 아역이나 주인공의 딸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살아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반부만 뛰고 빠진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풀 경기 출전을 한 셈이다. 김유정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의 연기에는 한국 중, 고등학교의 현실이 담겼다. 지난해 출연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주인공인 천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역 화연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올해 출연한 드라마 〈앵그리맘〉에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 아란 역을 맡았다. 중학생들이 겪는 왕따 문제, 고등학생들이 겪는 학교 폭력문제 등이 김유정을 투과했다. 그 잔혹한 현실을 비추면서 김유정은 더 단단해졌다.

“그 나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장면이 많은 작품은 더 반가웠어요. 현장에 가는 게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교복 입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랑 친구처럼 지냈어요. 카메라 꺼지면 쉬는 시간처럼 떠들고 장난치고요. 작품이 다루는 현실은 무거웠지만, 현장에서는 다운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비밀〉에서는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비밀〉에서 김유정은 살인자의 딸 ‘정현’으로 등장한다. 살인자의 딸을 키운 형사(성동일 분)와 10년이 지난 후 나타난 비밀의 남자(손호준 분),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정현이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김유정은 처음에는 정현의 내면이 가늠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하지 않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자란 아이, 그러나 누구보다 밝고 영민한 아이.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난 정현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 안의 어두움을 들여다봤다.

“어릴 적 일을 시작해서인지 저도 모르게 어른스러워진 면이 있어요. 말이나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되고요.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든 정현이도 그런 면에서는 이해가 되더라고요. 일부러 더 밝게 행동하는 것도 애잔하게 느껴지고요.”

그럼에도 김유정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주 평범한 장면들이다. 짝사랑하는 남자아이와 함께 분식집에서 매운 떡볶이를 함께 먹는 장면, 교실에서 새로 부임한 선생님께 “첫사랑 이야기를 해달라”며 아이들과 까르르 웃는 장면 등이 그렇다. 영화 〈비밀〉은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인 박은경・이동하 감독의 공동 각본, 공동 연출로 만들어졌다. 그 덕에 김유정이 현장에서 배운 것도 두 배 더 많다.

“아무래도 두 감독님의 분석을 함께 들으니까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저는 주로 박은경 감독님과, (손)호준 오빠는 주로 이동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두 사람 다 죄책감이 굉장히 큰 인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요.”

살인범 아버지와 형사 아버지, 두 명의 아버지를 두었으나 누구도 진짜 아빠라고 부를 수 없는 정현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유정은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역’을 만난 것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딱 다섯 살의 김유정처럼 바가지 머리를 하고 웃으면 눈이 반달처럼 기우는 아이, 최유리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유리가 너무 잘해주어서, 제가 모자랐던 게 아닌가 싶고요. 아주 어린 아이인데 작품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어요. 등장하는 장면마다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김유정을 아역으로 둔 배우들이 느꼈을 마음을 이번엔 그가 느꼈다. 극 중 베테랑 형사이자 아버지로 등장한 성동일은 최유리의 눈을 본 순간 ‘김유정의 눈’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성동일은 평소 “김유정의 눈을 보고 있으면, 우리 준이 생각이 나면서 며느리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 맑은 눈이 그대로 닮아 있었던 것이다.

“저는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아요. 시간이 흐른 다음에 정현이가 먼저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팔짱을 끼잖아요? 하이힐을 신은 모습도, 짙게 화장한 모습도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현이가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


김유정의 ‘감정수업’


긴 머리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하얀 피부와 어울리는 단정한 원피스. ‘잘 자란’ 아역배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김유정의 평소 모습은 이미지를 배반한다. 즐겨듣는 음악은 힙합, 좋아하는 취미는 게임, 스포츠도 좋아해서 게임 아이디로 축구선수의 이름을 따다 쓸 정도다. 반전은 그 선수가 김유정 닮은꼴로 알려진 브라질의 축구선수 ‘티아고 실바’라는 것. 이 털털한 소녀는 ‘굴욕’이라 느낄 수도 있는 자신의 닮은꼴 앞에 주눅 들기는커녕 즐기고 있다. 한국의 닮은꼴로 알려진 정창욱 셰프와는 함께 화장품 CF를 찍었는가 하면, 그의 초대로 식당에 놀러가 한 끼 맛있게 식사를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제가 봐도 닮아 보이는 각도가 있더라고요. 그걸 (네티즌들이) 어떻게 찾아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아이스버킷챌린지로 지목됐을 때 제 다음 차례로 티아고 실바 선수를 지목했는데, 이미 도전했다고 해서 아쉬웠어요(웃음).”

작품에서 워낙 많이 입는 터라 평소에는 핑크색 옷이나 치마는 지양한다. 주변에 터놓기 어려운 고민은 책에서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얼마 전 배우 류승룡이 추천해준 《감정수업》 이라는 책은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고 한다. 특히 류승룡이 책 앞에 써준 “배우는 끊임없이 채우고 비워내길 반복하는 노동의 삶”이라는 문장은 그에게 두고두고 새기는 말이 되었다.

“오히려 작품을 마친 지금이 배우는게 더 많아요. 찍을 때는 몰랐는데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 영화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구나’ 새삼 느껴요. 영화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비밀〉의 정현에게 ‘살인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다면, 김유정에게는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김유정은 애써 무겁게 생각하지도, 떼어내려 애쓰지도 않을 생각이다. 오히려 자신의 행보가 동료 아역들에게 길을 터주는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아역이었기 때문에 얻은 점도 분명히 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배우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겪는 진로에 대한 혼란을 덜 겪기도 했고요.”

2005년 김유정은 한 가전제품의 모델을 한 적이 있다. “아이가 김치를 잘 먹는 집에는 ○○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10년이 지난 뒤 김유정은 같은 업체의 모델이 됐다. 그의 성장기가 업체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과거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길이 된다. 작품과 함께 크고 있는 김유정의 20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 2015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