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신혜성 대표

‘좋은 사회’를 위한 비즈니스는 성공 가능성도 높다

지난 7월, 국회에서 ‘크라우드 펀딩법’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2016년 1월부터 중소·창업 기업은 온라인 중개업체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초기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대중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후원만 가능하던 크라우드 펀딩은 ‘금융투자’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70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모금 성공률은 70%에 이른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중개업체들이 약 40%의 모금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금융, 크라우드 펀딩. 무엇을 이해하고 다가가야 할까. 매달 100% 급성장을 이어가며 업계 선두에 서 있는 와디즈의 신혜성(37) 대표와 얘기를 나눠보았다.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증권사에 입사한 지 1년 만에 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KDB산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기업금융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증권과 은행. 분야는 달랐지만 그는 금융맨으로 9년 동안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담당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는 ‘주가가 오를 만한 이슈’ 를 가진 기업이, 은행에서는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었다.

“원가절감을 위해 단칼에 100명의 종업원을 해고한 기업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매출지표가 크게 향상되었고, 기업 가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죠. 그런데 이 기업은 진짜 좋은 기업일까요? 제 자신에게 묻게 되더군요.”


우리나라는 종업원 49인 이하의 소기업 비율이 96%에 이른다. 하지만 제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업은 상위 10%를 넘지 않는다. 덩치가 크고 담보가 있다는 이유로 대·중견 기업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업무상 무려 500여 곳이 넘는 기업을 방문하고 현장을 경험하며 그는 달라진 눈으로 금융의 역할을 되짚기 시작했다. 큰 이익을 내지 못해도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함께 사는 세상’ 을 위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기업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상위 10%를 위한 금융’이 아니라 ‘좋은 기업으로 돈이 흐를 수 있는’ 새로운 금융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그는 글로벌 선진 금융시장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을 보았다.

2011년 당시 국내 크라우드 펀딩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미국과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차세대 금융으로 안착해 있었다. 참여한 만큼 제품(서비스)으로 돌려받는 ‘후원형’ 시장은 무르익었고, 투자한 만큼 지분을 갖는 ‘투자형’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기존의 금융과 대중은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이익 외에도 신념과 가치를 위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존재니까요. 크라우드 펀딩은 돈의 수요자인 좋은 기업과 공급자인 대중을 직접 연결시켜줄 수 있는 금융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소통과 투명성

2012년 중개회사 마크마운트를 창업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서비스(중개수수료 5~7%)를 시작하면서, 그는 한국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모금의 성공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의 태도가 결정합니다. 참여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다가가는 것을 너무 어려워해요.”

먼저 ‘크라우드 펀딩 스쿨’ 을 열었다. 모집자로서 기업의 역할을 교육하고, 모금 단계별로 참여자들과 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했다.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로 구성한 ‘100인의 배심원단’은 프로젝트 개설 여부를 심사해 살아 있는 의견을 기업에 전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명성’의 원칙을 지켰다. 모금과정을 누구나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날것의 데이터를 그대로 공개하고, 기업이 공개해야 할 정보를 누락할 경우 모금이 지속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월 100%의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안으로는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소중한 보람들이 축적되어갔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북 보은 산골학교에 건립한 도서관 외부와 내부 모습.
미아방지 밴드를 개발한 스타트업 ‘리니어블’은 무려 6000명(5000원씩)이 참여해 3300만원을 펀딩할 수 있었고,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픈 아이의 수술비를 모금하고 싶다는 안타까운 요청을 받아 1주일 만에 99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 전달한 적도 있다. 그리고 충북 보은의 작은 학교 도서관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그는 어느 때보다 깊은 보람을 느꼈다.

“인터넷 1인 방송을 하던 DJ가 청취자 10명과 시작했죠. 모금 규모는 300만원에 불과했지만, 그 과정에서 책과 인테리어를 무료로 제공하는 분들이 나타났어요. 후원을 자청한 중소기업도 있었죠. 나중에는 모 대기업에서 개소식을 후원했습니다. 정말 뭉클했어요.”

좋은 아이디어를 격려하고, 아픈 아이를 살리고, 산골학교 도서관을 짓는 일에 기꺼이 지원할 수 있는 금융, 그는 이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의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소셜신용지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노력

“지난 7월에 통과한 크라우드 펀딩법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업의 자격, 그리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사고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런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중개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해졌죠. 이것이 우리가 ‘소셜신용지수’를 개발한 이유입니다.”

소셜신용지수란, 모금 주체의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커뮤니티를 통해 크롤링(Crawling・다수의 컴퓨터에 분산 저장되어 있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검색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해서 산출한 소셜등급이다. 말하자면 이직을 할 때 평판 조회를 통해 업무적 신용도를 확인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데, 금융거래 이력을 기준으로 한 금융권의 ‘신용등급’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와디즈는 이 프로그램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의 신용등급만으로 평가할 경우,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스타트업과 실패를 겪고 재창업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은 투자유치가 어렵죠. 신용등급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이를 보완해야만 크라우드 펀딩이 대안적 금융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셜신용지수가 높아서 프로젝트의 홍보 효과가 크고, 실제 모금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경우 수수료도 깎아준다. 은행이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낮은 이자를 적용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대박투자’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금 걱정스럽지만 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성’을 지원하는 금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길 바라고, 또 믿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높은 수익을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좋은 사회를 위한 비즈니스는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죠. 오로지 이익만을 좇지 않는, 또 ‘함께’ 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사회적 기업이라는 영역 안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좋은’ 기업이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금융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 대중(Crowd)으로부터 온라인을 통해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 것.
  • 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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