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팟콘’ 운영하는 라디오 PD 김형준·고민석

혁오밴드도 자이언티도 우리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을 만났죠

글 : 시정민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광산팟콘’은 라디오 PD 겸 DJ 출신 김형준과 고민석이 서울 마포문화재단과 함께 2013년 시작한 기획공연이다.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를 해오다 콘서트를 결합한 광산팟(캐스트)+콘(서트)을 만들었다.
김형준(왼쪽)·고민석.
광산팟콘은 홍대를 중심으로 각종 대규모 페스티벌과 인디신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기 밴드 및 싱어송라이터 중 매회 두 팀을 선정한다. 각 밴드의 음악과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밀도 있고 솔직하게, 재미있는 토크로 무대를 꾸민다. 특히 자연스러운 인터뷰로 뮤지션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와 숨은 매력을 볼 수 있어 기존 공연과 차별화된다. 잠재적 능력은 있지만 아직 소속사가 없거나 활동이 어려운 뮤지션, 큰 무대 경험이 필요한 뮤지션 등 신인 뮤지션 두 팀을 선정해 공연 한 회당 총 네 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어느덧 3년차를 맞은 광산팟콘은 그동안 자이언티, 가을방학, 옥상달빛, 소란, 원모어찬스, 짙은 외 총 55팀의 뮤지션과 9000여 명의 관객을 만났다.


인디 뮤지션들에게 공연 기회 제공


지난 7월 광산팟콘을 이끄는 두 DJ를 만나기 위해 서울 노원구의 한 공연장을 찾았다. 서울시 노원구에서 기획한 ‘어울림 핫 캐스팅’이라는 공연을 광산팟콘 형식으로 꾸린 공연이었다. 옥상달빛과 니들앤젬이라는 신인 뮤지션이 참가했고 두 DJ가 진행을 맡았다. 관객 중엔 광산팟콘 공연엔 늘 참석한다는 ‘광산팟콘빠’도 꽤 많았다. 원고 없이 진행하는 두 DJ의 만담에 공연장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신인 뮤지션 니들앤젬의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된 니들앤젬은 국내에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밴드다.

이국적 감성의 독특하고 서정적인 사운드가 어쿠스틱 기타와 잘 어우러졌다. 한창 인기인 혁오밴드도 지난해 가을 광산팟콘 무대에 올랐다. 당시 혁오밴드는 데뷔 후 이렇게 큰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홍대 밴드들이 많아요. 경제적 여건을 떠나 무대에 설자리가 없어요. 클럽에 세 팀이 오르더라도 기껏해야 관객이 10명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관객이 많은 무대에 오르기가 어려운 실정이죠.” (고민석)


서울 마포문화재단의 기획 및 제작, 500석의 공연전시관을 지원받고 있는 이들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뮤지션에게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덕분에 신인 뮤지션들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연할 때 두 DJ는 뮤지션과의 인터뷰 중간중간에 포토타임을 만들었다. 관객들이 신인 뮤지션을 찍어 SNS에 올리기 때문이다.

“공연 후 뮤지션들의 SNS ‘좋아요’ 수가 대폭 늘었다며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아요. 그 무대를 통해 신인 뮤지션이 기뻐하는 모습이나 잘되는 걸 보면 뿌듯하죠.”

‘착한 티켓 가격’으로 소문난 광산팟콘의 티켓 가격은 1만2000원이다. 2013년 1만원으로 시작해 한 해에 1000원씩 오른 셈이다. 티켓이 매진되어도 공연 제작비와 출연진 개런티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변함없이 착한 가격정책을 유지할 생각이다.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싶기 때문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부담을 덜어주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에게는 많은 관람객과 함께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티켓 판매수익은 전액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 제작비로 사용한다.

“처음엔 ‘저 두 아저씨들 미?’ ‘말이 너무 많아’ 등의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러나 공연을 거듭할수록 ‘믿고 보는 공연’이라며 마니아층이 꽤 두터워졌어요. 게스트의 라인업 유무를 떠나 무조건 예매하는 관객도 많아졌고요. 티켓 오픈하기가 무섭게 매진돼요.”(김형준)


원석을 캐는 두 광부의 ‘미래광산’


고민석・김형준 두 DJ는 각각 SBS・CBS 라디오 PD 출신이다. 고민석은 고교시절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 둘은 1996년 음악 프로그램 관련 행사에서 만났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라디오 PD, 음악, 춤 등 공통 관심사가 많아 쉽게 친해졌다. 고 DJ는 2000년 프리랜서를 선언한 김 DJ에게 본인이 맡은 SBS 〈팝스클럽 1077〉의 DJ를 제안했다.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었어요. 민석이가 마이크를 잡고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가 하면, 제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죠. 음악 중심으로 꾸려 대본 없이 즉흥 멘트로 진행했어요. 청취율은 높지 않았지만 뮤지션들에겐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김형준)

이들은 언젠가 둘만의 방송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맞췄고 2012년 다시 뭉쳤다. 우선 ‘미래광산’이라는 이름부터 지었다. 소중하게 묻혀 있는 뭔가를 꺼내보자, 원석을 캐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스스로를 ‘광부’라 칭한다.


“먼저 마포구 상수동 골목 구석진 곳에 작업실을 잡았어요. 막상 잡고 보니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좋겠다 싶어 카페를 열었습니다.”(고민석)

“카페 오픈과 동시에 팟캐스트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동준・장기호・정선희 등 주로 지인들을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수다를 떨다 점차 홍대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과 함께하게 됐어요. 그러다 2013년 광산팟콘으로 확장된 거죠.”(김형준)

두 사람은 각자 20여 년 동안 방송국에서 라디오 PD로 일하며 해보고 싶었던 꿈을 이룬 것이라고 했다.

8월에는 2009년 데뷔와 동시에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로맨틱 펀치, 인디음악신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새로운 밴드를 만든 라이프앤타임이 광산팟콘 게스트로 공연을 갖는다.

이들은 지난 6월 ‘미래광산’이라는 레이블*을 차렸다.

“미래광산 카페는 원석을 캐내겠다고 만든 곳이에요. 그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팟캐스트도 할 수 있었고, 광산팟콘까지 이어지게 됐죠. 이제 레이블에서 원석의 아티스트를 발굴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고민석)

* 레이블이란 ‘레코드사의 상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레이블은 주로 독립(인디) 레이블을 뜻한다.
  • 2015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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