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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엔 예술경기장으로 놀러오세요”

상암에서 열리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5〉
오성화 축제감독

매년 여름 서울 도심을 뜨겁게 달구는 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로에서 열린 〈독립예술제〉가 모체다. 8월 1일부터 열리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5〉의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문화의 거리로 대표되는 대학로, 홍대 일대에서 개최된 지난 축제를 떠올려보면 상상이 가질 않는다. 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축제라니.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5〉의 축제감독 오성화(42)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예술 할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거리

오성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월드컵경기장 4층. 이곳엔 VIP 전용 좌석인 스카이박스가 있다. 푸른 잔디구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이다.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난 것처럼, 스카이박스 끝에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사무실이 있었다.

“홍대 앞을 떠나는 것이 고민스럽기도 했지만 더 버틴다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오 대표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말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었다.

“독립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그래서 그것이 꼭 프린지페스티벌(이하 ‘프린지’)일 필요가 없어졌죠. 그리고 문화의 거리로 대표되는 ‘홍대 앞’은 더 이상 예술가들에게 열린 거리가 아니에요. 이제는 관광객과 자본의 거리가 됐으니까요.”

‘프린지’의 오랜 벗이던 ‘소극장예’가 사라졌고 인근에 대형 면세점이 들어선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크고 작은 면세점이 망원동 일대까지 퍼진 상태였다.


‘프린지’가 홍대 앞을 떠난다는 소식에 지역상인연합회의 한 회원은 ‘섭섭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걷고 싶은 거리’의 상인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죠. 개막식 때는 관객이 거리를 가득 채웠고 축제 기간 내내 가게 앞이 공연 무대가 됐으니까요. 그래서 그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서 10년 넘게 축제를 이어온 거죠. 아쉽지만 이제는 상암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나가야죠.”

2년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설공단의 한 직원이 낸 기획안이 인연이 됐다. 스포츠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보자, 기왕이면 문화가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설공단 측에서 ‘프린지’ 쪽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같은 시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든 공간이잖아요. 경기가 열릴 때보다 안 열려서 비어 있는 날이 훨씬 많죠. 경기가 없어 문을 닫는 날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현장 답사를 와보니 재미있는 공간이 많았어요. 예술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공간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내비에는 나오지 않는 ‘상암 예술경기장’


2013년, 2014년 축제 때 홍대 앞과 병행해 축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걱정과 달리 예술가들의 반응도 좋았다.

“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을 본 김해리 대표가 자기도 다음엔 여기서 해보고 싶다며 벌써 공연 기획안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분이 또 축구광이셨어(웃음).”

홍대 앞을 벗어나니 예술가들이 원하는 만큼 시간과 공간 사용이 가능해졌다. 축제 기간이 2주에서 9일로 짧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정된 공간, 특히 몇 개 안 되는 극장을 많은 예술가가 사용하려 하니 사용할 수 있는 날짜는 겨우 하루, 이틀로 제한적이었죠.

올해부터는 마음껏 쓰시라고 했어요(웃음). 7월부터 한 달 동안 스카이박스를 개방해서 예술가 레지던시인 ‘프린지 빌리지’를 운영해요. 여름 동안만큼은 ‘상암 예술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거죠.”

올해 처음 시도하는 ‘프린지 빌리지’에는 총 13팀의 예술가가 입주해 음악·연극·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작업을 하게 된다. 시민 참여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8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축제에는 61개 팀이 참여한다.

“‘프린지’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돗자리하고 간식 싸갖고 와서 캠핑하는 것처럼 노는 거예요. 경기장 앞 공원과 광장은 어린이들 놀기에도 안전하고 좋고요. 요 앞 정자에서는 조선시대 배경의 공연도 올라갈 예정이거든요. 돗자리 들고 이동만 하면 되는 거죠. 야유회 놀러간다고 생각하고 즐기시면 될 것 같아요.”


축제의 대모(代母)가 되기까지


“큰딸이라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학교 다닐 때 걸스카우트부터 합창단까지 다 해보았죠. 알게 모르게 문화 활동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서는 단과대 풍물패에 들어갔죠.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3학년 때 학교에 있던 쓰러진 장승을 다시 만드는 일을 맡게 됐어요. 기왕이면 제대로 배워서 해보자고 동아리 친구들과 밤새도록 기차를 타고 강원도까지 갔어요. 산에 올라가 제사를 지내고 나무를 베고 나르고 깎는 것까지 보고 배워왔죠. 장승 세울 때 기왕이면 초가집도 만들자고 해서 볏짚을 엮어 초가지붕 올린 초가집까지 만들었어요.”

뜻밖에 오 대표의 전공은 산업공학. ‘고용자 중심의 학문’에는 일찌감치 정을 뗐다. 대신 동아리 활동에 몰두했다. 다른 동아리 사람들과 문화기획 사무실도 운영했다.

“친구 소개해주려고 따라간 자리에서 얼떨결에 면접 아닌 면접을 보고 2003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기획팀장을 맡게 됐어요. 프린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지 두 달째 임신 사실을 알고 멘붕이 왔죠.”

오 대표는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축제를 치러냈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서교동 사거리에서 포스트극장까지 축제 현장을 누비고 다녀도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홍대 앞으로 축제가 옮겨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홍대 앞 공연 관계자, 라이브클럽 대표들도 ‘프린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듣도 보도 못한 애’가 축제 기획팀장으로 왔는데 축제가 가까울수록 배가 점점 불러오더니 만삭으로 축제 현장을 누비는 모습이 그분들에게 믿음을 줬대요.”


생애 첫 축제가 끝나고 두 달 뒤 큰아이 연을 낳았다. 둘째 연서는 2009년 축제 한 달 전에 태어났다. 오 대표는 산후조리를 끝내자마자 연서를 안고 축제 현장을 찾았다.

“연서는 사무실에도 데리고 다녔어요. 외부 회의 때도 끊임없이 양해를 구하고 연서를 데리고 다녔죠.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의 컴퓨터 전원을 눌러버린 적도 있고, 회의할 때 방해한 적도 많아요.”

직원들에게 급여를 많이 줄 수는 없어도 조금이라도 일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직장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마당 있는 주택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3년 일하면 한 달 유급휴가, 10년 근속하면 1년 안식년 제도도 이즈음 만들었다.

“대표 권한으로 질러버렸어요.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니까요.”

오 대표 자신이 첫 수혜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 ‘10년 근속 1년 안식년’ 제도는 아직 빛을 보지 못했다. 축제와 함께 태어난 ‘연’이가 올해 열세 살이니 쉼 없이 3년을 더 일한 셈이다.

“학교마다 ‘자유학기제’라는 것을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학부모 입장이라 관심 있게 봤는데 학교 밖으로 나가 ‘직업 체험’을 하는 거예요. 경기장에 오면 예술가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 카메라 감독, 무대 디자이너, 전기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공간에 상주하는 사람들과 함께 ‘직업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러면 이 동네 사는 아이들이 돈 들여 저 멀리 분당이나 잠실까지 갈 필요가 없어지겠죠?”

문의 : 02-325-8150 / www.seoulfringefestival.net
  •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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