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장도연

버티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래요

글 : 오주현 인턴기자(이화여대 졸)  / 사진 : 김선아 

174cm의 큰 키, 연기자 못지않은 몸매와 얼굴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지으며 ‘스똬~일’을 외치던 개그우먼이 있다. 바로 장도연이다. 한동안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텔레비전을 틀면 쉬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동료 개그맨 유상무와 ‘썸’을 타더니(〈썸&쌈〉), 〈썰전〉에서는 경제 현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연 배우가 되어 있었다.

사진제공 : tvN
장도연은 지금 〈썰전〉 〈코미디 빅리그〉 등에 출연하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중이다. 꽃게를 형상화한 꽃게 춤, 한국화장품 CF와 외국 화장품 CF 묘사, 김흥국 성대모사 등 다양한 개인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가 구사하는 개인기의 공통점은 ‘억지’라는 것. 하나도 안 똑같은데 진지한 그의 모습에 시청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데뷔한 뒤로 공개 코미디 무대에 쉬지 않고 섰어요. 무대에 서다 보니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하나씩 잘 안 되더라도 개인기를 개발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개그 소재를 찾고 따라 해봅니다. 개그 무대에서 연기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전문분야인 개그뿐만 아니라 〈썰전〉의 한 코너인 ‘썰쩐’에서는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경제 이야기를 나누고, 뮤지컬에서는 발랄하게 노래하며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톡킹18금’ 우승 뒤 연예계 입문


경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장도연은 원래 광고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 엠넷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서바이벌 대회를 방영했다. 장도연도 대학교 3학년 때 이 대회 디자인부에 지원하기 위해 엠넷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때 ‘말만 잘하면 300만원’이라는 배너가 눈에 띄었다. 우연히 배너를 보고 지원한 것이 신동엽이 진행하던 엠넷 ‘톡킹18금’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정작 하려던 서바이벌은 ‘똑’ 떨어지고 우연히 지원한 ‘톡킹18금’에서 우승을 한 거예요. 신기했죠(웃음). 그런데 제가 고3 때 한 친구에게 ‘나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라고 말했대요. 저는 기억이 안 나지만요. 제가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누구도 몰래 조용히 개그우먼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나 봐요.”

‘톡킹18금’에서 우승한 후 장도연은 개그우먼의 길을 걷는다. 그다음 해인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박지선・김준현・허경환 등 동기들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그는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당시에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내 실력도 의심스러웠고요.”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었다.

“개그맨 선배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잘하는 사람이 위너가 아니라 버티는 사람이 위너다.’ 어느 순간 ‘꽤 잘 버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제가 정말 웃기거든요. 다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할 것을 하면서 버텼어요.”


욕심 없이 사는 것 같은 그지만 어릴 때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시도도 하지 않는 욕심쟁이 소녀였다.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때 ‘바둑을 배워보라’고 권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이왕 배울 거면 어렸을 때부터 해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안 했어요. 무조건 명문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러나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어요. 걱정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는 느낌이요. 개그우먼이 되고 나서도 ‘왜 안 되지, 왜 안 뜨지’ 하며 걱정만 했거든요.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고요. 열심히 하는 것과 걱정하는 건 다르니까요.”


믿고 보는 개그우먼

걱정을 덜어내고 나니 조금씩 그의 끼가 대중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에서 ‘키 컸으면’ ‘패션 NO5’ 코너를 하며 대중에게 그를 각인시킨 것. 예쁜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남들보다 큰 키를 활용한 개그는 웃음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그가 안정적인 울타리인 〈개그콘서트〉를 박차고 세상으로 나왔다.

“같은 코너를 함께한 박나래씨랑 친해요. 한 기수 선배라서 제가 많이 따라가는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개그콘서트〉는 제가 먼저 나가자고 했습니다. 선배가 깜짝 놀랐죠. 소심한 후배가 그렇게 얘기 하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였으면 못 나왔을 것 같아요.”

〈개그콘서트〉에서 ‘패션 NO5’, 그리고 지금 〈코미디 빅리그〉에서 ‘썸&쌈’을 같이하는 박나래는 가장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저희는 서로가 제일 웃기다고 해요. 그래서 발전이 없나 봐요(웃음).”

〈코미디 빅리그〉는 코너마다 방청객에게 점수를 받아 우승팀을 정하는 프로그램. 장도연이 출연하는 ‘썸&쌈’은 매번 상위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 장면(위), 〈코미디 빅리그〉 코너 썸&쌈.
장도연은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예능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때 사회자는 장도연에게 개그우먼을 제안한 신동엽이었다.

“제가 신인 때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후보자로 선정됐어요. 그때도 신동엽 선배님이 사회를 보았고요. 언젠가는 후보자가 아닌 시상자로서 신동엽 선배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시상자가 상을 받는 단상의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아요. 후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말 올라가기 어려운 자리잖아요. 그래도 KBS에서 백상으로 한 발자국은 걸어간 기분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목표를 세우는 게 무의미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실을 열심히 살다 보면 미래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매번 바뀌고요.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요. 최근에 웃긴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해서 ‘지난 9년간 뭐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웃음). 이제는 ‘장도연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재밌어. 믿고 볼 수 있어’라는 믿음을 주는 개그우먼이 되어야죠.”

장도연은 모든 대답을 겸손하게 내놓았다.
  •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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