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김학순 감독

“영원히 잊지 않습니다”

사진 : 조선DB
영화 〈연평해전〉이 300만 관객을 돌파하기 직전인 7월 1일, 김학순(57) 감독은 좀 들뜬 모습이었다. 배낭을 메고 나타난 그는 “7년에 걸쳐 이 영화를 만들면서 두 가지 큰 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제2연평해전에서 희생된 여섯 용사의 유족이 어떻게 볼 것인가를 근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짐 하나는 뭘까. 김 감독은 “이름없는 후원자들”이라면서 덧붙였다.

“흥행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음 한쪽에서는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연평해전〉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섭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요.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돈이 부족해 촬영이 여러 번 중단되며 표류한 이 영화는 국민 성금으로 목적지에 닿았다. 순제작비 60억원 중 20억원이 크라우드펀딩과 후원금 등으로 모였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제작진 말고도 개인과 단체 이름 7000여 개가 담겨 있다.

지난 6월 초 언론과 유족에 〈연평해전〉을 공개한 다음 날 그를 만났을 때 낯빛이 환했다. “매일 서너 시간밖에 못 자 몸은 지쳐도 이제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내 자식 죽는 거 못 보겠다’고 망설이던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잘 만들어줘 고맙다’고 하는데 뿌듯했습니다. 유족을 설득하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짊어진 짐, 그 무게와 압박감은 아무도 몰라요. 이제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해졌습니다.”

인간은 망각에 취약하고 기억은 불완전하다. 영화는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붙잡아두는 장치일 수 있다. “유족은 극장에서 〈연평해전〉을 보면서 울기도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는 한 단계 승화된 표정이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처음엔 겁이 나서 영화를 보기도 힘들어했지만 나중엔 안도하며 상처를 다스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월드컵의 함성 속에 외롭게 죽어간 연평해전 여섯 용사를 잊었던 관객은 미안한 마음이 될 수도 있다”며 “단순한 전쟁영화가 아니라 부조리한 우리의 현실, 인간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정성과 열망으로 일군 영화


영화 〈연평해전〉은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붉게 물들던 2002년 6월 29일 오전에 서해에서 목숨 걸고 싸워야 했던 참수리 고속정 357호 승조원들의 이야기다. 윤영하 정장(김무열), 조타장 한상국(진구), 의무병 박동혁(이현우)을 중심으로 희생된 장병과 남겨진 가족의 애환을 담았다. 김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병사들의 고통과 두려움, 용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생활은 허구로 재구성했다”며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국민의 성금과 후원, 열망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쟁영화지만 전쟁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 아우르면 누구나 가진 가족 이야기다. 20대 여성 관객 입장에서는 당장 오빠나 남동생, 남자친구가 겪을지 모를 비극일 수도 있다.

“만약 군대 이야기로만 갔다면 그들이 호응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일부 관객이 앞부분이 길고 지루하다고 하는데 비극을 만나기 전에 감정을 쌓아가야 했습니다. 실화를 예술적으로 다루면 생생함이 떨어져요. 전투를 허구로 만들면 전사자나 생존자에게는 모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독이 꼽은 영화 속 명장면은 뜻밖이었다. 그는 “교전 장면도 공을 많이 들였지만 가장 고집한 건 수중촬영”이라며 “침몰한 357호 조타실에서 한상국 하사의 시신을 발견해 수면으로 올라오는 장면, 또 그를 찾아 바닷속으로 한없이 내려가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앞바다 수심 20m에 가라앉은 난파선을 이용해 촬영하고, CG(컴퓨터그래픽)로 매만졌다.

평양 출신 실향민 부모의 아들인 그는 〈연평해전〉에 북한 수뇌부 중 한 명으로 출연까지 했다. 영화를 보며 좀처럼 웃지 않던 유족도 김 감독이 나온 대목에선 빵 터졌다. “영화 예산이 부족했다는 낯뜨거운 증거지요. 다들 북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행입니다.”

김 감독은 “김학순이 〈연평해전〉을 만들었지만 내 몸만 빌렸을 뿐 국민의 정성과 열망으로 일군 영화”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서 찡했어요. 7000여 명의 이름이 올라가는데 그분들이 누굴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들 없이는 완성할 수 없었던 영화예요. 대한민국이 아직 건실하구나 싶었습니다.” 닉네임으로 후원한 마지막 이의 이름은 ‘영원히 잊지 않습니다’였다.
  • 201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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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혜정   ( 2015-07-26 ) 찬성 : 47 반대 : 45
300만 돌파라뇨...! 벌써 500만을 지나서 600만을 향하고 있는데요..김학순감독님의 열정과 집념과 귀한 마음을 존경하오며 너무나 좋은 영화이자,너무나도 가슴아픈 사건을 영화로 잘 만들어주셔서 다시 기억하며 저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똑같은 영화를 다섯번이나 본적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가슴이 저려오고 잊을수가 없는 그런 사건이자 귀한 감동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여섯분의 희생 장병들을 다시한번 떠올리며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마음에 간직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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