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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구원’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괴짜 CEO

책에서 만난 사람 - ‘스페이스 X’ ‘테슬라 모터스’ 창업한
일론 머스크

사진제공 : 김영사
‘스페이스 X’가 구축한 드래곤 캡슐은 사람들을 국제 우주정거장과 그 너머까지 이동시킬 수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Elon Musk・44)가 미래산업을 주도하는 강력한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와 민간 우주선 개발 업체 ‘스페이스 X’를 창업했으며, 태양에너지 재생업체 ‘솔라시티’를 사촌형제들과 공동 설립했다. 수십년간 침체되었던 자동차・우주・에너지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테슬라 모터스’는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로 변신시켰고, ‘스페이스 X’는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대여료로 미국 주택의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바꾸고 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김영사) 애슐리 반스 지음
“화성에 인류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지닌 머스크의 첫 공식 전기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김영사)가 나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책의 저자인 애슐리 반스는 지난 2년 동안 일론 머스크를 30시간 이상 독점 인터뷰하고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 등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머스크의 삶과 기업의 목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는 머스크 추종자도 있지만, 그에 대한 적의로 가득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비디오 게임광이자 독서광

테슬라 모터스의 천재 엔지니어 J. B. 스트라우벨이 테슬라의 초기 배터리 팩을 조립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일론 머스크의 선조는 스위스계 독일인으로 전해진다. 캐나다 국적을 가졌던 모험심 강한 할아버지는 가족을 이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유능한 엔지니어였고, 어머니는 미인대회 출신으로 광고모델로 활동했다. 머스크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7세 때 부모의 이혼 이후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어린 시절의 머스크는 주위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표류하는 일이 잦았다. 컴퓨터 게임광이었지만 평균 하루 두 권 정도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기도 했다. 외톨이 성향 탓도 있었지만 “머스크라는 이름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청소년 시절에는 왕따와 집단 괴롭힘을 겪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대학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재학 중에는 다양한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지만 졸업 후에는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했다. 1995년 원시적 형태의 구글 지도와 생활정보 검색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옐프를 결합한 형태의 Zip2를 만들면서 닷컴 열풍에 뛰어들었다. 4년뒤 Zip2를 컴팩에 매각해 벌어들인 2200만달러(244억원)를 온라인 금융결제대행 기업인 페이팔에 전부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테슬라 모터스의 초기 전기차인 로드스터를 시범 주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02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달러(1조6616억원)에 인수하면서 페이팔의 최대 주주로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막대한 돈을 벌자 어릴 때부터 관심 있었던 전기 자동차와 우주선 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언젠가 수명이 다할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테슬라의 전기차는 지구 환경오염을 늦춰 화성으로 이주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2002년 6월 설립한 스페이스 X는 록히드마틴과 보잉을 포함해 미국 군수산업 복합체의 거대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며 러시아와 중국처럼 우주과학 기술이 앞선 국가들과 다투고 있다. 현재까지 스페이스 X는 캐나다, 유럽, 아시아 고객의 위성을 발사해 24건을 성공했다. 앞으로 공개 발사 계획이 50건 이상 잡혀 있으므로 이를 통해 거둘 수입만도 50억달러(5조5385억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이스 X는 탑재물을 우주로 운반했다가 정확하게 지구 발사대로 되돌아올 수 있는 재사용 기능 로켓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머스크(앞줄 세 번째)는 2013년 영화배우 숀 펜(운전석), 투자자들과 2013년 쿠바를 방문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모터스를 운영하면서 세계적으로 연료 분배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자동차의 생산 판매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가 생산하는 자동차를 딜러를 통해 판매하지 않고 애플처럼 웹이나 고급 쇼핑센터에 자리한 전문 매장에서 판다. 전기 자동차는 엔진오일을 교환하지 않아도 되고 자동차를 유지하기 위한 전통적인 기타 장비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자동차다. 최근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고속도로에 테슬라의 충전소가 설치되어 20분가량이면 수백km를 달릴 수 있을 만큼의 전기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2012년 테슬라 모터스는 모델 S 세단을 출시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을 뒤흔들었다. 순수 전기차인 이 고급 차는 한 번 충전으로 480km 이상 달리고, 4.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모델 S는 그해 자동차 전문잡지 〈모터 트렌드〉가 조사한 이래 최초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되었다. “스포츠카처럼 달리고, 롤스로이스만큼 부드럽게 움직이고, 쉐보라 이퀴녹스만큼 적재량이 많으며 도요타의 프리우스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평이었다. 2014년 머스크는 테슬라의 특허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는 테슬라의 특허를 이용해 전기차 시장이 훨씬 넓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스페이스 X가 마셜제도 콰절린 섬에 설치한 우주선 로켓 발사대 모습.
머스크가 수행하는 각 사업은 장단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팩을 만들면 솔라시티가 최종 고객에게 판다. 솔라시티는 자동차 충전소에 사용할 태양전지판을 테슬라에 공급해 운전자가 무료로 충전할 수 있게 한다. 모델 S를 구입한 고객은 머스크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자택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 X도 자료, 생산기술, 공장 운영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면서 서로 돕는다.

잘나가던 머스크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머스크는 구글과 테슬라 모터스의 매각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다행히 그해 말 스페이스 X가 정부가 발주한 프로젝트의 시행사로 선정되고 투자기금 확보에 성공하면서 매각 협상은 중단되었다.


“천재 발명가” vs. “언론 과시를 즐기는 사업가”

2014년 머스크는 우주 캡슐의 급진적 새 형태인 드래곤 V2를 선보였다.
머스크는 2000년 대학에서 만난 여자 친구와 결혼해 5명의 아들을 두었다. 2008년 첫 부인과 이혼 후 14세 연하 영화배우 탈룰라 라일리와 결혼했지만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하다 최근 결별했다. 전 부인들을 비롯해 저자(애슐리 반스)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머스크는 절대로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다. “자폐증 증세가 있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거나 염려해주는 능력이 없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무지막지한 해고’로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는 마케팅 직원이 문법에 맞지 않게 이메일을 썼다고 해고했고, 기대보다 성과가 낮은 직원도 회사에서 내보냈다. 지난해에는 12년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헌신적으로 보좌해온 비서를 해고해 구설에 올랐다.

머스크가 두 번째 부인 탈룰라 라일리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은 머스크를 “천재 발명가가 아니라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끌지만 능숙하게 끌지는 못하는 인물”이라고 평하며 “화성에 가려는 사람이 많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술 진보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바클레이 스밀도 “머스크 기업이 쇠퇴를 역류할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테슬라가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노는 완전히 과대 포장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사업을 경영하거나 투자하는 이들은 머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머스크의 성공 이유를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점’과 ‘논리적인 사고력’이라고 꼽았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일론은 공학과 물리학 지식이 비범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 리더십, 정부와 관련한 쟁점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현실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머스크의 바람이 황당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어쨌든 머스크가 우주산업에 뛰어든 10여 년 전보다 일반인이 화성에 가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201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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