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주메뉴

  • cover styory
  • focus
  • lifestyle
  • culture
  • human
  • community
    • 손글씨
    • 1등기업인물
    • 나도한마디
    • 기사제보
  • subscription

배움, 돌봄, 예술이 꽃피는 우리 동네로 놀러 오세요~

[special feature #1] 경북 영천의 시골마을은
어떻게 세계적 미술마을이 되었을까?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겨움이 아닐까.
〈topclass〉는 배움과 돌봄,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정겨운 동네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마을 세 곳을 다녀왔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경북 영천은 미술마을로 유명하다.
2004년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 들어선 후 꾸준히 외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구로시장에는 ‘구로는예술대학’이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동네를 먹고 놀고 예술하는 곳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놀아본 형들, 꿈꾸는 형들’이 모인 문화예술 커뮤니티 ‘동네형’들은 강북구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예술을 선택한 사람들이 꿈틀거리는 동네를 찾아갔다.
시골의 폐교를 활용한 시안미술관 전경.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서울에서 가기에는 오지였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KTX로 이동한 후 무궁화호로 갈아타고 영천역에 도착, 다시 택시를 타고 30분 가까이 시골길을 달려 영천시 화산면 가래실로 별별마을에 도착했다. 저수지가 많고 복숭아나무, 포도밭이 늘어서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이곳은 미술마을로 유명하다. 2004년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 들어선 후 꾸준히 외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지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마을 여기저기에 미술작품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논과 밭, 과수원, 저수지, 오래된 정미소, 폐가 등에 들어선 미술품은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이 마을을 전국적으로 알렸다.

평일인데도 젊은 외지인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인파가 늘어나는 주말에는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포장마차도 등장한다. 거의 노인들만 지키고 있던 마을은 덕분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작가 베라 마테오의 설치작품.
마을에 들어서자 삼각지붕의 유럽풍 미술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원한 잔디밭에는 군데군데 조각 작품이 놓여 있고, 노란색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선생님 지도로 미술체험을 하고 있었다. 1999년 폐교된 화산초등학교 가산분교를 리모델링한 미술관으로, 대표적인 ‘폐교활용 문화공간’으로 꼽히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이 이곳이 원래 학교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에는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김영환·박경아·이상봉·이소진 작가의 회화·조각· 설치·미디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2nd STUDIO 2015전〉(4월 11일~6월 21일)이다. 김영환 작가의 회화 〈조용한 풍경〉은 이상적인 풍경 속에 해골·석상·손 등이 불쑥 등장해 독특한 메타포를 던진다. 박경아 작가의 회화는 흰 커튼 뒤로 어른거리는 풍경이 작가의 내면 풍경을 느끼게 한다. 이소진 작가의 설치작품, 이상봉 작가의 미디어 작품 역시 실험적인 시도로 눈길을 끈다. 다른 전시장에는 시안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작가 베라 마테오와 일본작가 카와타 츠요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4000여 개의 공이 실에 매달린 채 공중에 떠 있는 베라 마테오의 작품이 독특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전문가들도 감탄한 시골미술관 만든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

이상봉 작가의 미디어 작품.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개관 때부터 전문가들이 주목할 수 있는 전시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한다. 덕분에 중량감 있는 전시로 미술전문가와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변숙희 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과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김현민 학예실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올해의 젊은 큐레이터상’을 받았다. 시골마을에 자리 잡은 미술관 같지 않게 다양한 분야에서 유망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전시하는 게 특징이다. 어떻게 이런 외진 곳에 첨단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남편과 함께 KBS 대구방송총국에서 일하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동안 사 모은 미술작품이 꽤 많았던 터라 처음에는 대구 팔공산 밑에 집을 짓고 응접실을 갤러리처럼 꾸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미술관을 해보자는 분이 나타나 경북 구석구석을 다니며 미술관을 할 만한 곳을 찾았죠.”

일본 작가 카와타 츠요시의 설치작품.
그러나 정작 미술관을 하자고 부추겼던 사람은 이민을 떠나버리고 모든 일을 떠맡게 된 그는 “죽을 고생”을 했다고 회고한다.

“농로밖에 나 있지 않던 곳에 폐교를 얻어 미술관으로 개조하려니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죠. 계속 돈 들어갈 일 뿐이라 특히 재정적인 압박감이 심했고요. 미술관 개관 얼마 후인 2005년에 대장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병원에 들어가 있으니 그제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휠체어를 탄 채 이곳을 돌아보며 ‘어떻게든 살려놓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죠.”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
정부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유치원부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면서 자립기반을 마련했다. 회화·설치·사진· 조각 등 다양한 형태의 미술작품을 접하고, 작가와 대화하며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직접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들이다. 미술관뿐 아니라 별별마을의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미술작품을 찾아나서는 시간도 있다. 미술관은 TV 프로그램 〈런닝맨〉과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 등장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관람객이 늘고 있다. 미술관 조각공원은 야외음악회 등 공연장소로도 활용된다.

“이곳이 안동 권씨, 영천 이씨, 창녕 조씨, 평산 신씨, 청주 양씨 집성촌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처음에는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습니다. 폐교도 아무한테나 내주지 않으려 했지요. 그런데 요즘 주말이면 외지인을 의식해서 일부러 말끔히 차려입고 나오세요. 부녀회에서 국수, 순대, 떡볶이, 어묵 등을 판매해 수입도 쏠쏠하지요. 8월에 완공되는 마을회관도 외지인들을 위해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 합니다.”

손몽주 〈새장의 새〉


김가빈 〈돔베기〉
변 관장은 6월부터 10월까지 시안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폐교를 가지고 마음껏 놀아보라”고 했다 한다. 건축·조각·미디어 작가들이 미술관 건물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미술관을 살리느라 자신의 몸은 돌보지도 못했다는 변 관장은 대장암 선고 9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얼마 못 산다고 했던 의사가 놀라더라고요. 공기 좋은 곳에서 우리 농산물 위주로 먹으며 살았더니 자연치유가 되었나 봐요. 미술관을 꾸려가느라 신세진 분들께도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을 선물합니다.”

별별마을의 오래된 정미소.


이태호 〈위대한 손〉
집성촌이 모여 있는 이곳은 제실, 정자, 서원이 들어서 있다. 귀애정은 사간원 사간 등을 지내다 말년에 고향에서 후학을 양성한 조선 후기 문신 귀애(龜厓) 조극승(1803〜1877)을 추앙하기 위해 세운 정자. 정자 앞에 방형(方形) 연못이 있고, 그 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어 음양의 조화를 꾀했다. 연못을 바라보는 위치에 돌로 만든 거북이 있었다 한다. 라금홍 작가는 이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로부터 들은 거북이 관련 전설을 병풍 모양의 금속 조형물에 써넣어 귀애정 입구에 세웠다. 별별마을은 일조량이 많아 사과·복숭아·포도·자두 등 과일이 달다. 대신 비가 적은 편이라 물을 대는 저수지가 많다. 박용석 작가는 저수지 안에 별 모양의 금속 조형물을 띄웠다. 호젓한 숲 속에 자리 잡은 저수지에 별빛이 비치면 하늘의 별과 물 위의 별이 함께 빛나겠다. 오는 10월 영천에서 개최하는 ‘2015년 대한민국 문화의 달’ 실행위원장을 맡은 박광태 예술감독은 “저수지에 무대를 띄우고 수상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정자 ‘귀애정’.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대부분 작품은 시안미술관 주변에 밀집되어 있다. 손몽주 작가 〈새장의 새〉는 새장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빈집에 덧대 빈집의 옛 시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김가빈 작가는 이 지역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상어고기인 돔베기를 나무로 만들어 천장에 매달았다. 이태호 작가는 마을 어르신들의 손자국으로 금속 부조를 만들어 경로당 벽에 붙였고, 김지희 작가는 그 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꽃잎과 함께 담장에 새겨 넣었다. 장영철 작가는 빈집을 무인카페로 꾸몄다. 사진과 영상 등으로 동네 주민들의 역사를 모아놓은 마을사박물관도 있다.

별별마을은 계속 늘어나는 외지손님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카페와 아트숍 등을 운영하기 위해 마을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 2015년 07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단메뉴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김창기
편집인 : 김창기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성동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