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치유되지 않았다》 펴낸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경미 메디솔루션 대표

건강검진 결과를 100% 믿어도 될까요?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머리는 무겁고 몸은 찌뿌드드하다. 배는 늘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 기분은 좋았다 나빴다 변덕스러운데, 감정 기복을 조절하기 어렵다.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를 만나기 전에 몇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 피검사와 소변검사는 필수, 각종 첨단 의료기기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사를 받는다. 비싼 검사료를 낸 뒤에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막상 의사와 만났을 때,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니 건강하다”는 답변을 듣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고비용 건강검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진료 경험이 많은 의사들에 따르면 이런 경우 환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 번째 반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음 건강검사 때까지 불편함의 원인을 미루고 모든 것을 잊는다. 두 번째는 의사의 말이 못 미더워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며 비슷한 의료 검진을 받느라 더 큰 비용을 쓴다. 과연 건강검진은 나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걸까.

최근 《내 몸은 치유되지 않았다》(북뱅)를 펴낸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메디솔루션의 대표인 이경미씨는 “건강검진이 나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각종 의료 검사와 약 처방이 중심이 되는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의사들, 그리고 ‘빨리빨리’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검사받고 약 먹는 것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만들어낸 한국의 독특한 의료 문화가 고비용 건강검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꼬집는다.

“저는 그동안 의사로서 때로는 강사, 카운슬러로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건강을 위해 근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돌아보기보다 검사에 매달리고, 검사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웠죠. 별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다시 경험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되풀이하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 대표는 건강검진 결과에 회의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검사 대부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는 우리 몸을 특정한 한 시점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과정 중의 방향,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검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이유는 건강이란 개념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한다. 현대의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학원에서 대체의학을 공부하며 건강, 치료, 치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리했다.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로 뭔가를 몸에서 떼어내는 행위는 현대의학적 치료에 해당해요. 이런 치료로는 내 몸이 완전히 치유되지 않죠. 치유는 내 면역력, 내 안의 힘으로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의료계가 앞으로 환자의 치료가 아닌 치유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상태를 ‘육체적・정신적・ 사회적・영적으로 균형 잡힌 최적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저서 《내 몸은 치유되지 않았다》가 독자들에게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대형 병원 대신 제약회사에 입사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경미 대표는 의사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나 동기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에게는 두 갈래 길이 펼쳐져 있었다. 국립암센터의 의사로 가는 길과 외국계 제약회사의 약품 개발 담당자로 가는 길 가운데 그는 후자를 선택해 조직 생활을 배웠다.

“의대 진학자들은 대부분 미래를 그려볼 필요를 많이 못 느껴요. 나의 10년 뒤 모습을 보려면 나보다 열 살 많은 선배의 모습을 보면 되거든요.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한 명의 환자를 3분간 진료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 전문의가 제약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였어요. 막연했지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니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였습니다.”

외국계 회사 입사 과정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 인터뷰 모두 영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어설픈 영어실력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이 큰 부담이었다.

“어학연수 경험도 없고, 당시 저는 영어를 잘 못했어요(웃음). 의사들은 취업준비를 별도로 할 필요가 거의 없거든요. 병원에서의 면접이 논문 수와 같은 스펙을 중요시했다면, 회사에서는 친화력이나 소통 능력과 같은 부분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사서 신선했어요.”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던 이 대표는 2010년 사표를 내고 세계적인 대체의학 중심지인 미국 애리조나대학원의 통합의학 과정에 입학했다. 병원이 아닌 회사를 선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길을 떠났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면서 의료계가 정부, 기업, 의료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얽혀 있는 곳임을 확인했어요. 외국을 자주 다니면서 시야가 넓어졌어요. 이런 경험이 인생의 자산이 되었죠. 평소 약 의존도가 높은 치료 방법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대체의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국내에서 대체의학을 학위 과정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은 차의과대학원뿐이다. 이 대표는 이미 차의과대학원에서 대체의학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서양의학에 한계를 느낀 전 세계 의료인들이 애리조나 통합의학센터로 모여요. 입학 후 1년 동안 자기 치유를 주제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수들은 ‘의사도 환자’라고 전제하고 환자가 환자를 치유할 수는 없으니 의사부터 자기를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요. 현대의학이 신체의 질병에 집중한다면, 통합의학은 사람을 보라고 강조해요. 그게 통합의학과 현대의학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약이나 수술 중심의 현대의학은 신체의 질병 치료에 치중한다.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높이는 대체의학적인 방법들은 내면으로부터의 치유・정신적・사회적・영적인 측면에 조화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를 중심에 두고 현대의학과 함께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대체의학적인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환자 입장에서 최적의 치료를 하는 것이 바로 통합의학이다.


병원 밖으로 나온 의사, 힐러가 되다


애리조나대학원을 수료한 뒤 이 대표는 서울대 보완통합의학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약물 이외의 방법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들을 연구해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에는 통합의학을 바탕으로 어떻게 질병을 예방, 치료하면서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웰니스컨설팅 기업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현재 스트레스 관리, 음식 치유 등을 주제로 강연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있다.

“미국 등 서구사회는 유명 의과대학에서 통합의학센터를 설립해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 미국의 의료 트렌드는 마인드-보디 메디슨(mind-body medicine)인데요,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깊은 호흡, 명상, 요가와 같은 대체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어요.”

이 대표가 설립한 메디솔루션은 1인 기업이다.

이 대표는 의학 지식을 전문가의 벽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러 가지 문제해결 방안으로 제공하고 싶어 회사를 만들었다. 농부, 의사, 디자이너, 셰프 등 다양한 직업의 종사자들과 협업을 추구한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어린이와 직장인의 건강 식단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학교 식당과 직장 구내식당의 식단이 좋은 음식으로 바뀌면 사람들이 건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이 대표도 요리전문가를 찾아 자연 요리를 배운 적도 있고,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먹는 음식은 반드시 자신이 요리한다는 원칙도 지키고 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건강한 삶을 관리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음식과 자신의 마인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 체형 관리 능력을 길러줘야 해요. 의료인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 의료인들은 대부분 병원 안에 갇혀 있어요. 몇 명만이라도 병원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는 병원 밖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겁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난치성 암 환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지인들을 통해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대부분 여러 병원을 떠돌며 다양한 검사를 받다가 더 검사 받을 것도 없고 더 갈 곳도 없는 환자들이다. 그는 이런 환자들도 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201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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