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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 지도는 우리 손으로’ 공교육은 살아 있다

10년째 고3 담임 대상 전국교사연수 개최하는
박권우 이대부고 입시전략실장

글 : 임현선 기자  / 사진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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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불던 3월 21일 토요일 오전 11시. 한번에 4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희대 평화의 전당은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채워졌다. 모두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수박 먹고 대학 간다》(리빙북스)의 저자인 박권우(47) 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 입시전략실장이 주최한 ‘2016 대입 진학지도를 위한 전국교사연수’가 열렸다.

사진제공 : 박권우
‘수박’은 ‘수시 대박’의 줄임말로 전국 122개 대학의 입시 정보가 담긴 1200쪽 분량의 책이다. 강연회는 개최 전부터 화제였다. 참가자 접수 시작 20분 만에 신청자가 강연장 수용 인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16년간 대학입시를 지도해온 박권우 교사는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10년째 전국 진학담당 교사를 위한 대학입시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학기 초는 선생님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예요. 특히 고3 담임은 더 바쁘고 할 일이 많아요. 그럼에도 제 강연에 참여해 7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는 선생님들을 보면 큰 책임감을 느껴요. 담임 선생님들이 반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수시전형에 정통한 ‘공교육 입시 대가’


대입전형은 크게 수시와 정시로 구분된다. 199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수시전형이 도입되었다. 학생 개인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다양한 수시전형이 등장함에 따라 현재 진학 방법은 2700여 가지에 이른다. 정시모집 인원은 점차 줄고 있지만 수시전형은 늘고 있다. 올해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은 전체 입학생 중 66.7%에 달한다.

“대학입시 전형이 간소화되는 흐름 속에서 개인의 특기와 적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전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학생 수만큼 대입전형이 다양해질 수 있는 거죠. 교사가 입시 정보를 잘 알아야 할 뿐 아니라 학생의 적성과 가능성을 잘 파악해야 진학 지도가 가능합니다. 제 책과 강연이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박권우 실장은 1998년 인천에 있는 숭덕여고에서 영어교사로 처음 강단에 섰다. 교직생활 3년 차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뒤 연속 8년간 고3 담임으로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했다.

수시전형 시행 초창기에 일선 고교에서 진학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은 혼란스러웠다. 교사들은 인터넷에 ‘유니드림’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입시 정보를 교류했다. 입시전문가라고 불리는 사설학원 강사를 섭외해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3년쯤 되었을 때 교사들은 이제 외부 강사를 초빙하지 말고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당시 ‘고3 담임 6년 차’였던 박권우 교사에게 동료 교사들은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이 ‘박권우’라는 브랜드를 걸고 연 대학입시 설명회의 시작이었다. 2006년 첫 강연은 유니드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알려졌다. 고3 담임 교사 400명이 모였다. 이듬해에는 700명이 모였고 그다음 해에는 1400여 명이 강연회에 참석했다. 강연 횟수도 늘었다. 강연 초기엔 수시접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7월에만 강연이 있었지만, 첫 모의고사 점수가 나오는 3월에도 강연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2013년부터 박권우 실장은 3월과 7월 두 차례 진학담당 교사를 위한 전국교사연수를 열고 있다. 입시정보서의 제목을 2009학년도 대입부터 《수박 먹고 대학 간다》로 정하고 2013년부터 1년에 2회, 기본편(3월)과 실전편(7월)으로 나눠 발간하기 시작했다. 입시정보는 해마다 달라진다. 그전 해와 바뀐 내용을 모두 빠짐없이 챙겨 1200쪽 분량의 책에 담는 것은 그야말로 중노동이다. 박 실장은 해마다 학교 업무와 병행하며 《수박 먹고 대학 간다》를 펴내고 있다.

개정판을 낼 때마다 대학이 몇 개씩 추가된다. 새 정보를 알면 한 명이라도 대학에 보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박 실장은 고3 담임을 맡은 뒤 방학에 쉰 적이 없다고 했다. 해마다 바뀌는 대학입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쓰느라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고3 담임 교사가 대학입시와 관련한 정보에 어둡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 반 학생들의 미래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학교에서 진학지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고3 교실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평등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변에 입시관련 전문가는 많아요. 그러나 유명 입시 전문가들은 주요 대학입시 전문가들이에요. 한 반에서 주요 대학에 갈 수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담임에게는 중위권 아래 학생들의 입시 지도가 현실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진학 지도의 끝에는 학생이 있다

박권우 이대부고 입시전략실장이 10년째 개최하고 있는 ‘대입 진학지도를 위한 전국교사연수’에는 해마다 수천 명의 고3 담임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2016 대입 진학지도를 위한 전국교사연수’에도 교사 4300여 명이 참석해 7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다.
박권우 실장은 자원해서 고3 담임을 맡았다. “대학입시가 끝나는 11월 말부터 겨울방학이 끝나는 1월 말까지 고3 선생님이 가장 한가해 보였기 때문이었다”며 웃었다. ‘느긋한 겨울방학’을 기대했던 고3 담임의 길은 험난했다. 평일에는 오후 11시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이 끝날 때까지 퇴근하지 못했고, 학생들이 다 나간 뒤 교실의 불을 끄고 맨 마지막에 학교 문을 나섰다. 토요일에도 오후 5시까지 근무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들의 미래가 자신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다는 중압감이었다. 진학 지도의 끝에는 ‘학생의 인생’이 놓여 있었다.

그의 첫 부임지였던 인천의 숭덕여고는 서민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에 있다. 한 반 학생 44명 가운데 절반이 저소득층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자녀들이 많았다.

“부모가 경제력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가 신경 쓰지 않아도 부모 또는 학원 선생님이 진학을 관리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성적까지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런 애들에게 조금만 신경 써서 정보를 주면 인생이 달라져요. ‘담임이 포기하면 끝이다’라는 생각으로 입시정보에 더 매달렸어요.”

한 대학에서 발표하는 신입생 모집 자료는 A4 용지 30~40쪽 분량이다. 박 실장은 모집 자료를 보통 열 번씩 읽고 정리했다.

“대학이 발표한 자료를 여섯 번 정도 읽으면 이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고 싶구나’라는 행간이 읽혀요. 100여 개 대학의 신입생 모집 정보를 이런 방식으로 다 읽고 나면 대학별로 공통된 특성이 보입니다. 분류가 가능해요. 학생들의 적성, 성적 등을 종합해 학교와 학과를 추천해줄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만 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관심 분야의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라고 조언해요. 그러면 학교생활이 재밌잖아요.”

박 실장은 고3 담임 시절, 수시전형을 통해 반 학생의 대부분을 대학에 보냈다. 다른 반보다 무려 3배 이상 진학자가 많았다. 학교도 놀라고 동네 주민들도 놀랐다. 과거에 학생 모집 시기마다 미달 사태를 겪었던 숭덕여고는 ‘인천의 명문여고’로 주목을 받았다. 학교 주변 아파트값이 올랐다. 교사 한 명의 노력이 학교와 학생뿐 아니라 주민과 동네를 바꾼 것이다. 박 실장은 2008년 고3 담임을 내려놓고 입시전략부서를 맡아 학교 내에 수시전형에 유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몇몇 동아리 프로그램과 경시대회가 생겼다. 2010년 현재 근무 중인 이대부고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월 박권우 실장은 제자의 결혼식에서 주례로 섰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처음엔 거절했으나 제자는 “(선생님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저를 도와준 분”이라며 간청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제자는 한때 대입을 포기할 뻔했으나 박 실장의 도움으로 인하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제자가 입학지원서를 살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려 할 때 박 실장은 사비로 원서를 사줬다. 진학 후에도 제자는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어렵게 학교를 마쳤다. 제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박 실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제자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주례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왔습니다. 제자가 잘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교사에겐 최고의 보람입니다. 고3 담임 선생님들의 마음이 저와 같을 거예요(웃음). 힘들어도 《수박 먹고 대학 간다》를 집필하고 전국교사연수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 2015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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