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씽 김혜연 대표

농업에 접목한 사물인터넷, 창업으로 이어진 혁신적인 아이디어

글 : 최선희 TOPCLASS 기자  / 사진 : 김선아

일상 속 사물과 인터넷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이 미래 IT 시장을 이끌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기업(신생 벤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엔씽(n.thing)’이다.

엔씽은 지난해 미래과학부와 인터넷진흥원, 구글이 공동 주관한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글로벌 K-스타트업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엔씽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물을 주거나 조명을 조절할 수 있는 화분 ‘플랜티’를 선보였다. 식물의 특성을 입력한 카트리지를 꽂으면 온도, 습도, 카메라 등의 센서를 이용해 화분의 상태를 체크하고, 필요한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준다. 엔씽 김혜연 대표는 “플랜티 때문에 화분 만드는 회사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플랜티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는 방식입니다. 화분 안에 물통, LED 조명이 설치돼 있어 버튼 하나로 수분과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어디서든 작동할 수 있지요. 장기간 집을 비운다 해도 걱정이 없고, 외국에서도 가능합니다.”


스마트 가드닝 저널 앱 출시, 외국에서 폭발적 인기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에 출전할 당시만 해도 엔씽은 김혜연 대표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만든 한양대 교내 창업 동아리였다. 각각 전자통신·컴퓨터공학 전공자들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했던 이들은 IT와의 연계성이 비교적 적은 농업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온실 자동화 프로그램을 구상했지만 규모가 너무 커서 포기했다. 결국 손쉽게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화분으로 결정해 플랜티를 만들어냈다.

플랜티는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용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가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저희는 개발자들이라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게 없잖아요. 무작정 저희 학교 디자인 관련 학과 회장을 찾아가 디자이너를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레드닷 어워드 같은 상을 탈 만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진짜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학생 두 명을 소개해 준 거예요(웃음). 덕분에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그 두 친구 모두 지금 엔씽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계 IT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그는 “우리가 쓰는 사물들이 곧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엔씽을 ‘미디어 회사’라고 정의한다.

“여기 있는 이 책상이 인터넷과 연결된다면 컴퓨터 없이 이 자리에서 신문도 볼 수 있고, 데이터도 저장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컴퓨터로만 하던 인터넷을 휴대폰으로 하게 된 것도 사물인터넷 기술이지요. 즉, 모든 사물이 뉴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그는 “단순히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콘텐츠나 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농업을 연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것. 최근 ‘스마트 가드닝 저널(smart gardening journal)-라이프(Life)’라는 앱을 베타 버전으로 출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스마트폰에서 간단하게 식물 재배 상황과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일종의 재배 일지로, 출시 한 달 반 만에 118개국에서 2만 건 이상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같은 식물이라도 지역에 따라 재배 방법이나 수확 시기 등이 다르고, 그 해의 기후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그만큼 농업에서 데이터는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막 시작했는데 현재 사용자들이 기록하고 있는 식물이 2000종이 넘어요. 자신의 재배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어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올린 재배 정보를 모두 모으면 방대한 농업 관련 데이터가 구축되는 거죠. 외국은 ‘가드닝(gardening)’ 인구가 많아 현재 이 앱 사용자의 97%가 외국에 있어요. 앞으로 가드닝 전문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유럽 투자사가 투자 제안, 곧 미국에 법인 설립


전자통신이라는 첨단산업을 공부한 그가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창업을 꿈꾼 그는 사업 감각을 익힐 겸 군 제대 후 1년간 외삼촌 회사에서 일했다. 수경재배 시스템을 생산하고 수출도 하는 업체였다. 국내·외 농사 현장을 누비며 그는 농업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인류가 지속하는 한 끝까지 살아남을 산업이라는 확신과 함께 IT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세계시장에 진출할 기회까지 얻을 수 있는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 공지를 본 그는 친구들을 모았다.

‘사업 아이템도 찾고, 잘되면 용돈도 벌 수 있을 것’이란 소박한 기대를 안고 시작한 일은 뜻밖에도 창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최우수상 수상과 함께 4000만원의 상금을 받은 그는 올해 1월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농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시장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옳았다. 산업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가드닝이라는,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농업을 선택해 가드닝이 일반화된 외국을 공략한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이미 엔씽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한 유럽 투자사가 투자를 제안해 곧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다.

아직은 황무지와 같은, 농업과 IT를 결합한 분야에서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김혜연 대표. 하지만 그는 엔씽이 농업 관련 콘텐츠만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가 꿈꾸는 엔씽은 ‘세상을 연결하는 서비스와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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