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 카레이서

속도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다

글 : 이경후 인턴기자(연세대 4)  / 사진 : 김선아

카레이서는 자동차로 경주하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F1의 포뮬러(긴 차체에 타이어가 돌출된 1인승 차량) 경주 외에도 자동차 경주의 종류는 다양하다. 자동차 종류, 장애물 설치, 예술적인 퍼포먼스, 직선·곡선 주로, 도로 상태 등에 따라 가장 기초적인 카트부터 포뮬러 경주, 짐카나/슬라럼, 드리프트 경주, 드래그 레이스, 투어링 자동차 경주, 오프로드 경주, 빙판길 레이스, 오프로드 트라이얼, 랠리로 나뉜다. 통틀어 ‘모터스포츠’라고 하며, 카레이서는 모터스포츠 선수다. 현재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 등록된 국내 카레이서는 약 2000명이다.

자동차 경주 시 직선구간 최고 속도는 시속 300km, 레이서가 최대로 감당하는 중력은 2.5배일 정도로 경주의 속도감은 대단하다. 곡선주로의 경우 속도보다는 커브를 얼마나 잘 도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국내에서 처음 자동차 경주가 펼쳐진 건 1987년 진부령에서 양평까지 랠리(비포장 도로나 일반 도로에서 이뤄지는 경기)를 진행한 것이었다. 이후 1995년 경기도 용인에 스피드 레이싱 서킷(경주로)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모터스포츠 산업이 발전했다. 2010년 10월에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행사로 알려진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전남 영암에서 열려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 류시원·김진표·안재모 등 많은 연예인이 카레이서로 활약하고 있으며, TV 프로그램에도 모터스포츠가 방영되면서 인기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

카레이서가 되는 첫걸음은 어린아이도 탈 수 있는 카트로 시작한다. 카트 공식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발급하는 카트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카트 라이선스는 A, B, C등급으로 분류하며, C등급을 취득하기 위해선 협회나 카트 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카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상급 단계로 가는 경우가 많다.

카레이서는 경주 자동차 종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포뮬러 경주자가 되려면 포뮬러 레이스 라이선스를 추가로 취득해 실력에 따라 카트에서 엔트리 포뮬러, F3, GP2를 거쳐 F1까지 참가한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발급하는 국내경기 선수 라이선스를 취득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양산차 경기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라이선스를 취득했더라도 실전에 참가하려면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일부 대학의 모터스포츠 학과에 진학해서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검증된 팀, 레이싱스쿨에서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프로 레이싱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라 겹벌이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한국자동차협회가 공인한 국내대회는 총 12개이며 큰 레이싱대회의 경우 총상금 3억원 규모로 진행한다.

‘카레이서의 눈은 8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모터스포츠는 한순간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전을 위해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레이서복을 만들고, 타이어에 공기 대신 질소를 주입해 타이어 팽창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한다. 차에는 소화기가 항상 탑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경주용 차량은 무게를 줄여 충격이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도로의 작은 돌에도 레이서는 척추에 강한 충격을 받는다.

카레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체력, 담력, 평정심, 순간판단력, 협동심이 요구된다.



카레이서 권봄이

〈topclass〉는 지난해 한국자동차경주협회에서 ‘2013 여성 드라이버상’을 받은 카레이서 권봄이를 만났다.
그는 XTM <더 벙커 시즌3>, MBC <무한도전> 스피드 레이서 편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경력 6년차 카레이서다.



여성 카레이서
국내 카레이서 중 여성 카레이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 카레이싱 경기는 남녀가 함께 승부를 겨룬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여성 카레이서가 남성 카레이서들과 함께 겨루는 것은 만만치 않다. 지구력·담력을 키우고 피부가 상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권봄이는 성별 구분이 없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공평하게 경쟁하며 여자도 모터스포츠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카레이서가 타봤자 얼마나 타겠어’란 무시하는 눈빛에 ‘그래 보여주지’라고 마음먹는다. 지난해 받은 ‘여성 드라이버상’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여성으로서 담력이 부족한데, 이를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좀 더 역동적으로 운전해서 성적이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면도 있고요.”

자동차를 좋아하던 아이
어릴 적 유독 멀미가 심해 자동차 타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도 항상 차를 가리키며 차 이름을 읊곤 했을 정도로 차에 관심이 많았다. 여느 여자아이들과 달리, 문구점에서 오빠들과 함께 미니카를 조립하고 경주했던 기억은 특별하다. 자동차 경주 시뮬레이션 게임은 실제 몸을 움직여가며 집중하지만 잘하지 못했다. 이렇듯 관심은 많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차를 운전하는 게 지금은 제일 행복하고 재밌다.


도전
IT업체에 다니던 그는 취미로 매주 카트를 탔다. 이때 그의 카트 실력을 눈여겨보던 레이싱팀 ‘팀챔피언스’ 감독이 그를 레이싱 세계로 이끌었다. 여성으로선 낯선 분야였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위험한 스포츠라 처음엔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카트를 탔어요. 그만큼 카트가 좋았죠. 지금은 가족들이 오히려 응원해줘요.”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내년엔 3800cc급 경기에 도전하려고 한다. 견제 대상이 되는 드라이버가 되고 싶다. 훗날에는 해외에서 산길을 만들어놓고 랠리 레이스를 펼치는 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팀과의 호흡
선수생활 중 단 한 번 개인적으로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 경기에서 차를 폐차시킬 정도로 대형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혼자여서 “괜찮으냐”고 물어봐주는 팀원이 없어 서럽고 힘들었다. 처음으로 포디움(시상대)에 올라갔을 땐 모든 팀원이 나와서 헹가래를 쳐주고 미캐닉(정비사)들과 수고했다고 부둥켜 안으며 기뻐했다. 팀은 그에게 소중한 존재다. 현재 그는 많은 레이서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서한퍼플모터스포트팀에 소속돼 있다. 지난겨울부터 함께했는데 정이 많이 들었고, 미캐닉과의 호흡도 만족스럽다.


부상 또 부상
데뷔전은 특별했다. 팀 감독은 기본적인 소질이 있어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고 3800cc 부문에 출전시켰다. 이때 그는 차에 불이 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 불이 다리로 들어오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차에서 곧장 나와 서킷에 있는 소화기를 들고 불을 껐다.
2011년 8월 비가 쏟아지던 날 태백 서킷에서는 수막현상을 제어하지 못해 가드레일에 차가 내리꽂히기도 했다. 핸들을 놓고 손을 보호해야 했는데 문짝과 손이 충돌해 손등뼈 분쇄골절 부상으로 8개월간 레이싱을 쉬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까봐 일부러 감췄는데 팀원들이 손 부상을 눈치채고 병원으로 데려갔어요. 병원에서 분쇄골절이란 말을 듣고 데굴데굴 굴렀죠. 손에 테이핑하고 오른손으로만 운전하겠다고, 이번 경기만 출전하겠다고 했어요. 이때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목 부근에 담이 온 적도 있다. 갈비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었을 땐 매일 진통제를 한 통씩 먹으며 운전했다. 이외에도 경기할 때는 스틱을 자주 움직여야 해서 팔목이 시큰거리고, 호흡이 불규칙해 두통이 온다.

만년 2등
2013 KSF 3전 벨로스터터보마스터즈 2위, 2011 코리아카트챔피언십 1전 로탁스-맥스 클래스 2위, 2010 코리아카트챔피언십 4전 야마하SS 클래스 2위 등 공교롭게도 그의 수상경력은 모두 2위다. “올해는 한 번쯤 1등을 하고 싶다”는 그는 항상 노력하는 타입으로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방송활동
그는 MBC <무한도전>, XTM <더벙커 시즌3>에 출연했다. <무한도전>에선 카레이서 멘토로, <더벙커 시즌3>에선 자동차 정보를 소개하는 MC로 활약했다. 방송활동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더벙커는 1, 2회 하고 잘릴 뻔했어요. 방송호흡을 전혀 못 찾았고, 혼자 생뚱맞은 소리를 해서 많이 울었죠.” 그는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자신의 방송활동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카레이싱은 숙명
그는 인생 최대 실수로 ‘카레이싱과 차를 알게 된 것’을 꼽았다. 그럼에도 “끊을 수 없는 마약 같다”며 카레이싱에 대한 애정을 말했다. “달리는 데에서 희열을 얻기도 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보람을 얻기도 해요. 포디움에 올라가서 상을 받는 희열도 있고요. 미캐닉들이 밤새 정비작업을 해주시면 제가 최대한 퍼포먼스를 만들어서 서로 감동할 때가 있는데, 그때 희열이 정말 커요. 최종 목표는 여성감독이 되는 거예요. 팀을 이끌면서 드라이버들을 지도하고 싶어요.”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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