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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장구의 전신 ‘세요고’를 현대 가야금과 접목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조종훈의
‘고금고금(古今鼓琴) 프로젝트’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인 조종훈씨와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씨가 만든 ‘고금고금 프로젝트’ 무대는 삼국시대 전래되었으나 지금은 잊힌 악기 ‘세요고’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더 화려해진 25현 가야금을 통해 국악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두 사람을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사진제공 : 비온뒤 www.beondi.org
‘고금고금 프로젝트’(이하 ‘고금’)는 지난 6월 12일과 1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조종훈씨의 장구에 대한 상상력과 박순아씨의 가장 현대화된 25현 가야금이 만난 창작무대로 장구의 쓰임새와 역할, 손으로 연주하는 장구 장단의 다양성을 가늠할 수 있는 ‘수타 세요고’, 25현 가야금과 양손으로 연주하는 장구가 어우러진 즉흥성 강한 ‘고금고금1’, 동해안 오귀굿에서 먼저 간 망자를 청하는 소리인 무가 ‘어청보’를 모티프로 작, 편곡한 ‘청(靑)’, 동해안별신굿의 드렁갱이 장단과 동살풀이 장단 위에 가야금과 후에(笛) 선율을 얹은 곡인 ‘꽃이 피고 달이 뜬다’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은 채가 아닌 손으로 치는 연주법과 장단이 사라져 복원과 재연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이번 연주회를 통해 장구 장단의 다양성과 그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또 박순아씨와 일본 전통악기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기무라 순스케 씨와의 협연으로 장구와 꽹과리 구음과 노래, 25현 가야금과 일본악기 후에, 노칸 , 샤미센 등 다양한 색채의 음악이 연주되었다. 두 사람은 즉흥연주와 장단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세요고’

‘세요고’는 대중에게 낯선 악기다. 세요고가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삼국시대 초기라고 한다. 당시 세요고는 채를 사용하지 않았고 요고의 양면을 모두 손으로 쳤다. 언제부터인가 요고에 채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손으로 치는 연주법과 타법은 사라졌고, 시대가 변하면서 세요고 또한 멀어졌다. 하지만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피리, 비파, 세요고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범종에도 생황과 세요고가 보입니다. 악기는 쓰임에 따라 변화, 소멸하기도 합니다. 세요고는 중앙아시아에 폭넓게 퍼진 악기인데, 우리 조상들은 선호하지 않았는지 한반도에서는 사라졌어요. 3년 전 고려대 박물관에서 세요고를 복원 재연한 전시를 봤어요. 도자기 재질이니 아마 장식용으로 쓰였을 거예요. 장구는 채를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도자기 재질은 채를 사용해 연주하면 불편합니다. ‘당시에 과연 채로 연주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고구려 고분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때 손으로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중훈씨는 동해안별신굿 마지막 세습무인 김정희의 가계를 이어가고 있는 연주자로 그동안 동해안별신굿을 토대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예술사와 전문사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음악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민속음악 연구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활발한 연주 활동으로 국내외에 동해안별신굿 음악을 알리고 있다.

“최근 굿은 사라지고 등한시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 전통을 어떻게 전승하고 현대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2005년 한국종합예술원 전문사 동기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씨를 찾아갔다. 학교에 있을 때 박순아씨는 가야금을 전공했고, 조종훈씨는 연희과여서 마주칠 일이 많진 않았지만, 워낙 박순아씨의 연주를 좋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단다.

“12현 가야금은 여운이 많은 반면 25현은 장력이 강해지면서 소리가 커진 장점이 있습니다. 가야금 산조가 19세기에 자리를 잡고, 12현 중심에서 현대로 올수록 18현, 21현, 25현으로 늘어났어요. 종훈씨가 옛날 장구와 함께 작업하자고 했을 때 저도 어떤 형태가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올해 2월에 일본에 함께 갔는데 종훈씨가 제 연주에 즉흥적으로 흥얼흥얼 노래를 하는 거예요. 느낌이 좋아서 ‘꽃이 피고 달이 뜬다’라는 작품에 가야금과 장구, 구음과 후에를 함께 맞춰봤습니다.”



가야금은 아시아의 악기

재일교포 3세인 박순아씨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재일본조선대학교 사범학부 음악과, 평양음악무용대학,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치며 일본과 한국과 북한의 문화를 두루 경험했다.

2000년 한국에 와서 공부한 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는 열 살 때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학교클럽 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더 가야금에 매료되었어요. 북한에서는 테크닉이라기보다는 음악 자체의 순수성을 배운 것 같아요. 한국에서 전통음악을 더 깊이 알고 싶었고, 연주자로서 가야금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어요.”

그는 한국음악 앙상블 ‘바람곶’을 거쳐 현재 창작 음악그룹 ‘비빙’, 한국・일본・중국 琴앙상블 ‘고토히메KOTOHIME’ 멤버로 활동하며 25현 가야금 최고의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 월드뮤직박람회인 워멕스(WOMEX)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해외 언론들은 “박순아의 가야금 연주는 초자연적인 터치로 매우 환상적이며, 이는 청중을 강하게 흡입한다.” “박순아는 지터(Zither)와 유사한 12현을 가진 가야금으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척의 배를 연상시키는 선율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연주자로서의 활동 외에도 현재 서울대, 숙명여대, 한국예종에 출강 중이다.

“가야금은 아시아의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국의 고쟁과 일본의 고토 연주가들로 구성된 ‘고토히메’ 활동은 한, 중, 일 각 나라의 음악을 알리고 교류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박순아가 작곡・편곡한 첫 번째 음반 <인터빙INTERBEING>은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라는 의미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우리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 힘, 영혼, 기억들 또한 보이지 않는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그는 믿는다. 그가 작・편곡한 ‘인터빙’처럼 두 음악가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라고 믿는 게 아닐까.
  • 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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