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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이 남자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걸까?

솔직히 현빈의 팬이라면 그가 군대에 가기 전 자신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던 ‘차도남’ 김주원의 모습을 기대했을 듯하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뜬 명품 트레이닝복’을 입고 길라임(하지원)을 향해 “어메이징한 여자”라는 찬사를 보냈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외쳤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해병대 전역 후 첫 배역으로 영화 <역린> 속 고뇌하는 정조를 택했다.
극 중 정조가 ‘중용 23장’을 언급한 것처럼, 현빈 역시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생각하며’ 작업했다.

“온 정성을 다하라. 그러면 바뀐다!” 영화를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 문화적 침체 상황에서도 400만 관람이라는,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사진제공 : 올댓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현빈이 역사 속 정조를 이렇게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걸. 이서진(드라마 <이산>), 배수빈(드라마 <바람의 화원>), 조성하(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안성기(영화 <영원한 제국>) 등 그간 정조를 연기한 선배들처럼 현빈 역시 ‘현빈표 정조’를 매력적으로 소개했다.

사극이라는 쉽지 않은 장르에 도전해 괜찮은 평가를 받은 현빈. 앞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했지만, 이보다 앞서 개봉한 주지훈 주연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100만 명도 안 되는 관객 동원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빈이 정조를 맡았다고 했을 때 주지훈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이도 같고, 연기 경력도 비슷하다. 주지훈도 전역 후 첫 작품으로 사극을 택했었다. 하지만 현빈은 흥행 면에서, 연기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혹자는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하는 영화가 꽤 많아졌으니 ‘겨우 400만’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실패는 아니다.


2014년 4월 30일은 현빈이 당분간 잊을 수 없는 날짜일 게 틀림없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시사회 후 언론과 평단의 혹평이 쏟아진 가운데 관객의 평가를 받는 첫날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터뷰, 기자간담회 스케줄 등 모든 홍보 일정을 멈췄기 때문에 영화에 대해 변명이나 해명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출연진도 개봉 얼마 전에야 영화를 봤다. 하지만 관객은 오랫동안 현빈을 기다려왔다는 듯 극장을 찾았고, 극장에 걸린 한 달가량 손익분기점 320만 명을 넘겼다. 400만 명 가까이 영화를 봤다.

누적관객 300만 명을 넘긴 5월의 어느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현빈을 만났다. 손익분기점을 달려가고 있었지만 현빈은 근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정조의 근심과 비슷해 보였다. “모두에게 좋은 소리를 듣는 게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서운하고 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내 스타일이다, 아니다로 갈릴 수는 있지만 <역린>이 안 좋은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많은 분이 직접 보고 판단해주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비중이 높지 않다는 말에는 “처음부터 영화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극 중 정조가 ‘중용 23장’을 언급한 것처럼, 현빈 역시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생각하며’ 작업한 듯했다.


“작품 선택 기준은 내용의 완성도, 다양한 배역에 도전할 것”


솔직히 현빈의 팬이라면 그의 복귀 작품에서 <시크릿 가든> 속 ‘차도남’ 김주원과 비슷한 이미지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영화 <역린>에서 화제가 된 현빈의 ‘화난 등 근육’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원하던 모습이 아냐!’라며 실망한 이들도 있었다.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하는 팬들이 꽤 있다.

현빈은 방긋 웃으며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조건 책”이라며 “딱 맞는 작품이 갑자기 나타났을 뿐이었다”고 했다. “어느 나라였는지는 죄송하게도 잊어버렸는데, 아마 중화권 팬 미팅 때였을 거예요. 숙소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음을 전부 빼앗겼어요. 정조 역할을 제의받았지만, 상책과 살수(조정석) 역할까지 탐날 정도로 매력 있었거든요.”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좋았다. 2년간의 기다림 끝에 돌아온 촬영장에서의 첫 느낌이 또렷하게 남을 정도로 좋았다. 그 순간의 감정은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그의 비유가 현장이 얼마나 즐거웠는지를 느끼게 했다. 하긴 전역 후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며 눈물을 떨구지 않았던가.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 놀이공원 갈 때의 느낌이었어요. 정말 기다렸던 순간이라 남달랐죠.”

현빈이 전역 후 한눈팔지 않고 <역린>에만 집중한 건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성격 때문이다. 정조가 태평성대를 위해 애쓴 것과 비슷하다면 억지일까. “전 한 작품을 하고 있으면 다른 작품을 안 봐요. 현재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한 일이잖아요.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다른 일에도 될 수 있으면 신경을 안 쓰려고 하죠. 제 스타일이 그래요.” 배우 김보성이 그렇게 외쳐대는 ‘으리(의리)’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현빈이 군대를 다녀온 사이 소속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면서 배우들도 이동했지만 그는 남았다. 역시 ‘의리’다. “제대하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 상황에서 주변 시스템이 바뀌면 연기에만 신경 쓰지는 못할 것 같았어요. 제가 일하는 패턴이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고 판단했을 뿐이에요.”


현빈은 인터뷰 내내 바른말만 쏟아냈다. 군 생활을 할 때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군인들을 위한(?) 잡지 <맥심>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바른 청년’에게 ‘정방향’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현빈과 오랜 시간 같은 소속사에서, 또 핫스타들의 모임 등에서 함께했던 장동건・공형진도 “현빈은 또래보다 형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애늙은이 같다”며 현빈의 바른 이미지를 이렇게 표현했었다. 형제 중 둘째, 막내라는데 전혀 티가 안 난다. 진중한 스타일, 수선스럽지 않은 이미지인데, “바르다는 건 좋은 말이지만 그 이미지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바르다는 이미지에 묻혀 배우로서 여러 가지 색깔을 못 보일 수도 있을 테니까.

현빈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바르고 곧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불쌍한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경호원 강국,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정의롭고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국 PD 정지오 등이 ‘바른’의 모습이었다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싸가지 왕자 현진헌, <시크릿 가든>의 ‘차도남’ 김주원, 영화 <만추>의 알고 보면 따뜻하지만 껄렁껄렁한 남자 훈 등은 길을 우회한 듯한 모습이었다. 어떤 배우도 승승장구하지만은 않듯 그가 출연한 작품 역시 잘된 것도, 아닌 것도 있다.

“이제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을 선택해 연기했다”는 현빈은 “내 선택을 좋아해 주신다면 가장 좋겠지만 당연히 아닐 때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탁구하듯 왔다 갔다 했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나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모두가 반대했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을 실행에 옮겼다. 흥행 면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으나, 이후 <시크릿 가든>이라는 ‘어메이징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우려를 떨쳐냈다. 군대라는 행보도 독특한 작품을 선택한 것처럼 의아했지만, 현빈이라서 가능했다.


현빈은 <역린>을 통해 배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계획한 대로 수월하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는 “과거 군대는 언제쯤 가고, 이후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계획을 세웠었다”며 “<시크릿 가든> 촬영 때 사람들 몰래 신체검사와 면접을 보러 다녔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처음 하게 됐을 때도 미리 계획을 세웠다는 현빈. 고등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연극을 하며 연기의 매력에 빠졌던 그는 아버지가 “명성 있는 대학에 합격하면 연기자를 허락하겠다”고 하자 입시 준비를 했고,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정시 합격했다.

‘귀신 잡는’ 해병대 만기 전역도 그의 배우 인생 2막에서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해병대를 택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는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까지 존댓말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알고 갔는데도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10년 넘게 배우로 일하면서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게 어느 순간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생활이, 다시 좋아서 연기할 때의 제 마음으로 돌려놓은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 복귀하니 그 마음이 더 커졌죠.”


서른 살이 넘은 배우라면 당연히 결혼이 고민스러울 것이다. 미리미리 계획한다는 그이니만큼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 것 같다. 현빈은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늦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주변 분들이 결혼해서 다 가정을 꾸리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싱글인 제가 부럽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구들이 부러워요. 저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커요(웃음).”

관객들의 분분한 의견에 고민이 더 깊어진 모양이지만, 팬들은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현빈은 과거 인생 최고의 영화로 <프라이멀 피어>를 언급한 바 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아직 안 해본 역할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예전에도 얘기했는데, 특히 에드워드 노튼 같은 이중인격자 연기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더 쌓이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그토록 원하는 연기, 조만간 볼 수 있을 것 같다.
  • 201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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