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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학’ ‘식도락여행학’ ‘자전거여행학과’ 등 다양한 전공 눈길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여행대학’

세계 일주 여행자 멘토 12명과 수강생 50명으로 구성된 ‘여행대학’은 일반 대학과는 사뭇 다르다. 시험이 없고 격주 수요일 3시간 강의를 3개월 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행을 계획한 수강생에게는 멘토들이 수시로 실질적인 여행 노하우를 전한다. 커리큘럼에 입학여행, 졸업여행 등의 활동이 있으며, 원하는 학과를 개개인이 설립하는 것은 이 대학의 묘미다. 지난 3월 수강생 모집 당시 30만원의 활동비가 있음에도 모집인원보다 많은 80여 명이 지원해 경쟁이 치열했다. 학사일정을 시작한 후 두 번째 강의가 열린 4월 9일 이곳을 찾아갔다.

사진 : 조선DB
‘여행대학’ 강기태 총장(맨 왼쪽)과 수강생들.
서울 야반도주학과는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목적지를 정해 함께 걸으며 인생과 여행을 논한다. 식도락여행학과는 각자 도시락을 싸와 숨어 있는 명소를 여행한다. 자전거여행학과는 자전거 여행을 꿈꾸며 주말에 한강과 야외에서 자전거를 함께 탄다.

오후 7시 홍대의 한 게스트하우스 1층 강의실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왁자지껄 수다를 떨고 있다. 강의가 시작되기 30분 전인데도 대다수 수강생이 와 있었다.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오래된 친구인 양 서로 안부를 묻는다. 이곳 총장인 강기태 트랙터 여행가와 멘토들은 강의장 세팅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오후 7시 30분 강연이 시작됐다. 오늘 강연자는 김치버스와 비빔밥유랑단 활동을 하며 한식을 세계에 알린 김승민 멘토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차 세계 일주한 배성환 멘토다.

김승민 멘토가 강연할 내용을 소개한다. 그는 동행에 관해 수강생들과 여행담을 나누면서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곧장 질문을 던졌다. “먼저 본인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홀로 여행과 여럿이 여행하는 것 중 어떤 게 어울리는지 알 수 있어요. 본인은 어떤 성향인가요?”

김 멘토는 플로리다에서 40일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나 홀로 여행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나 홀로 여행의 장점에 관해 대답하다가 불쑥 단점을 말하기도 했다. “제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준비하기 전엔 진짜 좋아요. 그런데 여행을 시작하고 이틀 지나면 정말 외로워요. 계획 없이 허송세월하다가 오는 게 다반사예요.”

그러자 나 홀로 여행의 단점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요.” “정말 아름다운 광경을 누군가와 같이 보고 싶은데 없어서 아쉬워요.” “밥 먹을 때 두 종류 이상 조금씩 먹고 싶은데 혼자 가면 그렇게 못해요.” “숙박비와 택시비가 부담돼요.”

김 멘토는 김치버스와 비빔밥유랑단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럿이 여행하는 경험도 풀어냈다. 그는 조리사로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성환 멘토는 ‘누구나 세계 일주를 떠날 순 없다’란 주제로 강의했다. 먼저 ‘꼭 여행이어야 하는가’와 ‘나에게 여행이란?’ 질문을 던졌다. “20대 후반에는 제가 성공한 것에 고무되어 보는 사람마다 여행을 가라고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길이 있거든요. 보통 20대는 돈이 없고, 30~40대는 시간이 없고, 60~70대는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현실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는 게 좋습니다.”

그는 20대 때 여행할 당시 ‘Drive your way’란 자동차회사 광고 카피가 인상 깊었다. 이때 ‘나는 인생에서 주인일까, 핸들을 잡은 사람일까’란 고민을 했다.

그는 또 여행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독도 레이서를 할 당시 故 김도건 학생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당시 야간에는 위험할 거란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고, 아무런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끝으로 여행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스포츠 외교관을 꿈꾸고 있다.

강의는 밤 10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수강생 이재영(44)씨는 “재밌었고 진한 감동이 있었다”며 “평택에 살아서 멀지만, 항상 강의 날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의가 끝난 후 수강생들은 학과별로 여행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과마다 동행자를 찾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윤지민(27)씨는 얼마 전 공무원을 그만두고 1년간 세계관광사례조사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유성균(19)군과 정승현(19)군은 광주에서 여행대학에 출석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 가운데 여행대학의 방과후 교실도 끝나가고 있었다.

여행대학 소개

설립 목적 : 성공적인 여행을 위한 멘토링 해주기

멘토 정보 : 강기태(트랙터 세계 일주), 배성환(평창 올림픽 홍보 세계일주), 문현우(아리랑 유랑단), 이동진(아마존 정글 마라톤), 류시형(김치버스 여행), 정상근(80만원으로 세계여행), 김승민(김치버스, 비빔밥 유랑단), 류재언(교환학생의 모든 것), 강병무(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김물길(2년간의 아트세계여행), 류광현(기업가 정신 세계일주), 신강식(자신만의 여행계획서 지도)

수강생 선발 기준 : 자신만의 여행 로맨스가 있는가. 여행을 실제로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 선한 영향력을 전할 에너지를 가졌는가. 모든 수업에 출석할 수 있는가

향후 계획 : 2014년 9월 2기 수강생 모집. 평일반·주말반·지방반으로 확대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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