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 초중고 리그 홍보대사의 ‘축구 사랑’

아자! 아자! 아리랑! 한국 16강 간다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이 지난 4월 7일 대한축구협회 초중고 리그 홍보대사가 됐다. 단순히 축구에 관심이 많은 연예인이란 이유로 그가 홍보대사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의 삶 곳곳은 축구와 엉켜 있었다. 또 4월 11일엔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가 ‘아자! 아자! 아리랑’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축구라는 프레임으로 그의 인생을 바라보았다.
“어릴 땐 이만큼 (몸이) 크지 않았어요!”

유소년 시절 학교 축구팀 선수로 활약했던 과거를 설명하며 샘 해밍턴이 말했다. 당시 그가 팀에서 맡은 포지션은 수비수였다. 스트라이커 욕심이 딱히 없었고, 모든 구기 종목에서 수비수를 맡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돌이켜보면 그다지 축구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공을 잘 차는 것보다 몸싸움으로 태클하는 건 잘했던 것 같아요. 상대 팀 선수가 오면 어떻게든 그 선수를 막으려고요(웃음).”

축구 선수로서의 활동은 유소년기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그는 축구 팬이 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땐 한국인 친구와 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며 한국 국가대표팀에 관심을 가졌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클럽엔 관심이 없단다. FC서울과 호주 몇 클럽을 팬으로서 응원하고 있다.

방송인으로서 첫발도 축구 덕분에 이뤄졌다. 그는 2002년 SBS 한일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리포터로 출연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한일 월드컵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터키와 한국의 3, 4위 결정전이었다. “그때 살짝 미쳤었나 봐요. 경기장에 갈 때마다 분장하고 튀려고 했거든요. 얼굴과 머리를 다 노란색으로 분장했더니 경기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사진 찍자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경기 시작 몇 초 만에 터진 첫 골도 못 봤어요.” 그러나 이 경기에서 그가 주목한 것은 경기 후 한국 선수와 터키 선수들이 손을 잡고 같이 관중에게 인사하던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진 입장에서 터키 선수들과 손잡고 인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꿈꾸는 초중고 리그도 그런 모습이에요.”


꿈 같았던 FC서울 경기 시축

이후 조금씩 방송활동을 하던 그는 지난해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진짜 사나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13년 7월 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서울과 성남의 경기에서 시축했다. 이때 하프라인에서 차는 평범한 시축 대신 드리블 후 골을 넣겠다고 마음먹었다. 수비수, 골키퍼 1명씩 마스코트에게는 그의 골을 막는 임무를 줬다.

“정말 그때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골도 못 넣고 완전히 어리바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수비수 마스코트의 가랑이 사이에 공간이 보여 그 사이로 공을 차서 수비를 보던 마스코트를 젖혔어요. 그리고 힘차게 슈팅해 골을 넣었죠. 그 순간 솔직히 제 실력에 당황했어요. 골 세리머니도 순간적으로 했죠. 그래서 유니폼 상의 왼쪽의 FC서울 로고를 잡고 유니폼을 흔들었어야 하는데, 오른쪽 부분을 손으로 흔들었더라고요(웃음).”

4월 18일 그는 청주에 내려가 대성고와 운호고의 경기를 관람했다. 바쁜 일정임에도 초중고 리그 홍보대사로서의 첫 활동이었다. “전반전은 득점이 없었는데 후반전엔 한 골씩 터져 재밌었어요. 선수들의 실력이 굉장히 뛰어났어요. 날아다니더라고요. 기술이 뛰어나고 체격도 좋았어요. 축구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초중고 리그 홍보대사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굉장히 영광이고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거나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크게 될 수 있는 친구들이니까요.”

그가 바라는 초중고 리그는 음주, 흡연, 욕설, 폭력이 없는 모습이다. 과거 효창공원에 있는 운동장에서 유소년 축구를 본 적이 있는데, 담배를 피우고 욕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서로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 특히 심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심판을 비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판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고, 100% 정확하게 심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초중고 학생은 돈을 벌기 위해서 운동한다기보다 좋아서 하는 건데, 가끔 부모님들은 아이가 잘 못 하면 혼내고 화풀이하실 때가 있어요. 즐겁게 운동하는 게 목적이란 생각이에요. 경기를 하다 보면 당연히 이기면 좋은데 무승부가 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늘 누구나 다 이겨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지면 스포츠맨십으로 이긴 팀한테 가서 악수하고, 어른들도 잘했다고 따뜻하게 말 한마디해줬으면 해요.”


2014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얼마 전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와 함께 한국 월드컵 대표팀 응원가 ‘아자! 아자! 아리랑’을 발표했다. 힙합 마니아로 알려진 샘 해밍턴에게 축구가 음악 활동을 이어가도록 도와준 셈이다.

“음악을 좋아해요. 평소 솔직하게 얘기하는 아내도 노래가 재밌다고 해서 만족스러워요.”

노래로도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그의 월드컵 전망은 어떨까. “한국은 일단 16강을 갈 거라고 예상해요. 러시아가 다크호스인 것 같아요. 벨기에는 잘하는 편이고, 알제리와의 경기는 이길 것 같고요.” 그는 얼마 전 공약 한 가지를 내걸었다. 호주가 16강에 진출하면 속옷 차림으로 이태원을 활보하겠다는 것이다. “호주는 포기했어요. 스페인・네덜란드・칠레와 한 조라서요. 16강에 못 들어갈 것 같아서 공약한 거예요(웃음).”

그는 박주영 선수와 기성용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다. 두 명 모두 그가 응원하는 FC서울 소속이었다. “박주영 선수는 관중을 흥분시킬 수 있는 선수라 기대가 커요. 제 컨디션만 찾으면 정말 잘하거든요. 기성용 선수도 계속 눈여겨보고 있어요.”

호주 선수로는 멜버른 빅토리(호주)에서 뛰고 있는 공격수 아치 톰슨을 주목하고 있다. 아치 톰슨은 2001년 사모아 제도와의 경기에서 13골을 넣은, A매치 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다. 성남 일화에서 선수 생활을 한 샤샤도 그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선수다.


<진짜 사나이> 군대에서 참을성 배워

2015년 1월 4일 호주에서 아시안컵이 개최된다. A조에선 한국・호주・오만・쿠웨이트가 맞붙는다. 그는 한국과 호주와의 경기를 어떻게 볼 계획일까. 그는 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 특별히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경기는 마음 놓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좋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에 박수 치고, 선수들이 멋지게 골을 넣길 응원해야죠.”

양국에 조언도 부탁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빠른 스피드와 좋은 체력, 조직력을 장점으로 꼽았고, 호주의 경우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과 신체 조건 등이 장점이라고 했다.

“축구란 게 어떻게 보면 ‘나라 자부심’ 같아요. 다른 스포츠는 모든 나라가 하는 건 아니거든요. WBC는 야구하는 나라가 적잖아요. 아프리카 같은 경우 야구 선수도 거의 없고 잘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농구도 일부 국가만 하고요. 그런데 축구는 모든 나라가 통하거든요.”

샘 해밍턴을 말할 때 ‘군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맹활약 중인 MBC TV <진짜 사나이>에서 대한민국 군대에 입대한 지 1년이 넘었다. 대한민국 남성의 이야기 단골 소재인 군대와 축구 모두 그에겐 소중하다. 그러나 아직 군대 내 축구인 일명 ‘군대스리가’를 경험해보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군대는 그에게 단체생활에서의 참을성을 많이 일깨워줬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군 생활이 더 뜻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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