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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삶의 관성'에서 벗어나자

[나의 버킷리스트 릴레이] 작가 겸 컨설턴트 이기주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의 주인공은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유명 잡지인 <라이프>지에서 포토 에디터로 근무하는 월터는 변화보다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 호에 쓸 표지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결국 월터는 연락이 닿지 않는 사진작가를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다. 위험천만한 여정을 통해 월터는 차츰 삶의 정수를 깨닫는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라이프>지의 모토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인생에는 분명 ‘관성’이 존재한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는 게 팍팍한 탓이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가며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사람에 치이고 삶에 지친다. 변화는 나중 일이다. 수동적 삶을 살기 쉽다. 그러나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그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법이다.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자세, 끌려가는 삶이 아닌 끌리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삶에 대한 예의인지도 모른다.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도 아닐 것이다. 종종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긍정적인 일탈을 시도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1. 헌책방 주인 되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청계천 헌책방에 간 적이 있다. 퀴퀴한 종이 냄새가 진동했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달콤했다. 헌책 꾸러미가 쌓여 있는 그곳이 내겐 별천지처럼 느껴졌고, 헌 종이 특유의 향기에 취한 채 온갖 책을 뒤적였던 것 같다. 언젠가 헌책만 판매하는 책방을 낼 계획이다. 책을 기증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구매하는 사람이 한데 모여 책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열고자 한다. 단순히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책 안에 있는 가치를 나눌 수 있는 곳 말이다.


2. 바닷가 집필실에서 글쓰기


뤽 베송 감독의 〈그랑 블루(Le Grand Bleu)〉라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물고기처럼 유영하는 잠수부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영화에는 괴테가 ‘작은 천국의 땅’이라고 칭한 타오르미나라는 마을이 등장한다. 난 영화 속 마을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됐다. 아,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소박한 집필실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해든 남해든 상관없으리라. 먼 훗날, 하늘로 비상하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책의 낱장을 넘기고 싶다.


3. 작은 행복 누리며 살기

떠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 가족과 친구를 잃은 뒤 느끼는 그리움, 병마와 싸우면서 깨닫는 건강의 중요성…. 인생을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의 가치를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깨닫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을 망각하며 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네 잎 클로버가 선사하는 ‘큰 행운’을 찾는 데 일생을 바친다. 그러는 사이 평범한 세 잎 클로버가 주는 ‘작은 행복’은 발밑에 두고도 발견하지 못하고 만다. 행복이 무엇일까? 행복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행복을 굳이 먼 데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행복은 어쩌면 마음과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옆에 있어 쉽게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 그런 하찮은 것들이 주는 소중함을 찬찬히 음미하며 살아가련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에 충실하라)!’

다음 버킷리스트는 이근철 영어문화연구소 소장이 이어갑니다.
  • 201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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